[미션 톡!] 여성 강도사 48시간도 안돼 없던 일로… “번복 절차에도 하자”

예장합동, 총회 결의 이례적 뒤집기

총신신대원여동문회 회원들이 지난 19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108회 총회가 진행 중인 대전 새로남교회 정문 앞에서 여성안수 허용을 촉구하며 피케팅을 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여성에 대한 목사후보생 고시와 강도사 고시 응시 자격을 허락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총회장 오정호 목사)가 지난 19일 대전 새로남교회에서 열린 108회 총회에서 역사적인 결의를 했습니다. 국내 최대 교단이면서 교계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교단에서 ‘여성 강도사’ 탄생의 길을 열었으니 단연 ‘빅뉴스’였습니다. 국민일보도 ‘예장합동 여성강도사 길 열어…’라는 제목을 달아 비중 있게 소식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48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역사적 결정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없던 일로 하겠다는 결정이 나온 겁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지난 21일 예장합동 총회 현장에서 임종구(푸른초장교회) 목사가 결의 번복 취지를 설명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결의 후 우리 (교단 헌법) 정신과 관계없이 여성 안수를 허용한다는 식으로 (보도가) 나가고 목사고시 보는 길도 열렸다는 식으로 (오해하는) 파장이 있었다. 관련한 결정은 취소하고 대신 여성 사역자의 실질적 처우 개선을 위해 총회 임원회에 ‘여성사역자 태스크포스(TF) 특별위원회’ 조직을 맡기기로 한다.” 이런 내용의 청원안이 제시됐고 현장의 총대들은 이를 수용했습니다.

교단 안팎에서는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합동 총회의 재결의 행위가 통상 회의규칙에 따른 ‘재론(번안)동의’에 부합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규칙에 따르면 반드시 다수편(결의 찬성측)이 재론 동의를 해야 하고, 총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하지만 당일 이런 규칙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앞서 “역사적 결정” “벅찬 날”이라고 환호했던 예장합동 소속 여성 사역자들의 입에선 “참담하다”는 표현이 터져 나왔습니다. 사실 예장합동 소속 여성 사역자들은 처우 개선을 원한 게 아니라 기본 권리를 찾고자 했던 겁니다.

목회자 후보생·강도사 고시 허락은 총신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하는 여성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였습니다. 신대원은 노회가 목사 후보생 훈련을 위탁하는 교육 기관으로 모든 재학생이 원칙적으로 노회 소속이어야 합니다. 특히 이번에 결정됐던 ‘목회자후보생 고시’는 신대원에 입학하는 여성과 노회와의 접점을 만드는 첫 관문이었던 셈입니다.

그동안 총신대 신대원에 진학하는 여성은 노회가 아닌 출석 교회 당회장 추천서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결국 여성들은 노회와 아무런 관계 없이 신학대학원에 입학한 뒤 재학 중 이런 법적 문제를 알고 낙담한다고 합니다. 합동 교단 소속 한 여성 사역자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주님께 헌신하려고 신대원에 들어가 훈련을 받았는데 결국 호적도 없는 무적자가 돼 헌신짝처럼 버려진 느낌이 든다”면서 “이번 총회에서 강도권(설교할 수 있는 권리)이 보장되는 듯했지만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고 토로했습니다.

합동 총회의 결의 번복에 따른 파장과 혼란은 쉽게 잦아들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교단 내 대표적 여성 안수 지지자인 총신대 법인이사 이광우 목사는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 글에서 “여성 안수를 지지하는 나도 징계하라”면서 “이제 총신대 신대원은 여성을 뽑지 말고 ‘여자는 잠잠하라’(고전 14:34~35)는 성경 구절을 따를 거면 교회 내 모든 여성 전도사와 교사, 찬양대원, 구역장도 당장 해임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지금도 교회에서 묵묵히 봉사하고 섬기는 여성 성도들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여자는 잠잠하라는 구절을 이 시대 속에서 문자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무리가 아닐까요.

여성 목사·장로 배출은 이미 타 교단에서 자리매김한 제도입니다. 예장통합을 비롯해 예장백석,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등이 모두 여성 안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여성 신학도의 기본권을 지켜주자는 취지로 진행됐던 합동 총회의 역사적인 결의가 이틀도 안돼 무산된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이 일이 우리나라 가장 큰 교단에서 벌어졌다는 사실 또한 가슴이 아픕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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