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로 감기 잡으려다 아이 잡는다 기사의 사진
글·김정현 잠실 함소아한의원 원장

[쿠키 건강칼럼] “감기가 잘 낫는다기에 믿고 다녔는데 감기 고치려다 더 큰 병을 얻을까 겁이 나요. 슈퍼박테리아도 항생제 내성 때문이라면서요?” 최근 항생제의 부문별한 처방에 대한 뉴스 보도 후 병원을 찾기 무섭다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약이 잘 듣는다’고 소문나 진료비 수입이 많은 소아과일수록 아이들에게 항생제를 과다투여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진료비 매출 기준, 전국 상위 20개 소아과의 항생제 처방률이 평균 61.9%라고 한다. 대전의 한 소아과는 항생제 처방률이 90%를 육박하기도 했다. 과연 항생제와 감기의 관계는 무엇일까?

◇감기 원인은 바이러스,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어

아이들이 병원을 찾고 항생제를 접하는 가장 큰 원인인 감기. 하지만 감기는 80% 이상이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이런 질환에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은 감기를 더 빨리 낫게 해주는 것도 아닐뿐더러, 감기의 합병증 발생을 예방해주지도 못한다. 열이나 기침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빨리 치료되기만을 바라는 엄마의 요구에 따라 의사 역시 고민하지 않고 쉽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이다. 현재 바이러스를 죽이거나 감기에 안 걸리게 하는 특효약은 없다. 다만 콧물, 기침, 발열 등 감기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약이 있을 뿐이다.

◇항생제, 몸속 내성 키우고 유익한 균까지 없애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병원균이 항생제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이 길러져 내성이 점점 더 강해지고, 이 때문에 더 강력한 항생제를 사용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러다 결국엔 어떤 강력한 항생제도 듣지 않는 박테리아가 생겨나는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돼 사망한 사건 역시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부작용이 가져온 결과다.

항생제 남용의 또 다른 문제는 항생제가 우리 몸의 유용한 세균까지 죽인다는 데 있다. 특히 위장과 대장 속에는 우리 몸의 정상적인 기능을 돕는 유산균 등의 세균이 있는데, 항생제는 이런 세균들까지 다 없애버려 위장장애, 식욕부진,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항생제는 폐렴 등 감기로 2차 합병증이 심해졌을 때만 의사의 처방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이때도 복용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감기 잘 앓으며 면역력 획득할 기회 줘야 해

아이들 대부분은 사춘기가 시작될 즈음까지 잔병치레를 하며 병을 앓는 경험을 통해 면역력을 획득한다. 그런데 감기 등 가벼운 질병에 걸렸을 때 쉽게 항생제를 먹이면 아이 스스로 면역력을 얻을 기회를 빼앗겨 끊임없이 잔병치레를 할 수 있다.

감기 같은 질환은 따뜻한 차를 자주 먹여 땀을 내고, 손발을 따뜻하게 해주고 충분히 쉴 수 있게 해 아이 스스로 감기를 잘 앓고 이겨내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감기는 경험이 중요하다. 싸워본 놈이 잘 싸운다고 아이들 몸은 이런 경험을 통해 질병에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지를 배운다. 이런 과정을 잘 거치지 않고 항생제, 해열제를 사용해서 몸의 면역반응을 교란시키면 아이의 몸이 질병에 대처하는 능력은 점점 떨어질 것이다.

◇면역력, 질병 이길 수 있는 가장 큰 힘

이 세상의 어떤 약도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보다 강한 것은 없다. 항생제 내성균이라 할지라도 건강한 사람은 몸의 면역시스템에 의해서 이겨낼 수 있다.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고 싶다면 평상시에 밥을 잘 먹고, 적당한 야외 활동과 운동, 건포마찰 등으로 몸의 면역력을 길러줘야 한다.

감기와 같은 가벼운 바이러스성 질환에 항생제를 쓰지 않고, 아이 스스로 질병과 싸우는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진정 아이를 위해 해줘야 할 것이다. 지금 아이가 감기를 앓고 있다면 감기와 잘 싸워 이겨내라고 아이 손을 붙잡고 기운을 북돋아 주자. 요즘 같은 항생제 과용 시대에 몸의 면역력이 질병을 건강하게 이겨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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