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4명중 1명꼴로 쩍벌남…쩍벌남 가운데 약 80% 골반변형 발생

[쿠키 건강] 지하철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 다리를 양 옆으로 과하게 벌리고 앉는 남자를 일컬어 ‘쩍벌남’이라 부른다. 이 자세는 외관상은 물론이고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공간을 침해해 대표적인 공공장소 꼴불견으로 꼽히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과 불편을 주는 쩍벌남의 자세는 도대체 왜 나타나고, ‘쩍벌남’이라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별명에도 불구하고 왜 쉽게 고쳐지지 않는 걸까?

보건복지부 지정 척추전문 한방병원인 자생한방병원이 최근 남성 내원자 2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4명 중에 한 명 꼴(58명)로 쩍벌남이었고, 쩍벌남의 79%에게서 골반변형이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평소 온돌바닥에 앉아 생활하는 전통 좌식생활을 하는 사람이 의자나 소파 등 서구식 좌식생활을 하는 사람보다 쩍벌남인 경우가 1.7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나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쩍벌남의 비율이 높아 나이와 다리를 벌리고 앉는 자세를 취하는 비율은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쩍벌남 자세, 도대체 왜 나오는 걸까?

남성이라면 신체 구조상 다리를 약간 벌리고 앉는 것이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사실 양 다리의 각도가 몇 도 이상 벌어져야 쩍벌남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다. 하지만 최대 어깨너비 이상은 다리가 벌어지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그렇다면 남성들 중에서 의자에 앉을 때 다리를 벌리는 각도의 차이는 왜 생기는 걸까?

자생한방병원 의료진이 척추와 골반을 바로 잡는 추나치료를 통해 지난 한 달간 쩍벌남의 골반형태를 조사해본 결과, 쩍벌남의 약 79%가 골반이 외회전 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생한방병원 척추디스크센터 하인혁 원장은 “쩍벌남 자세가 습관화되면 골반과 관절이 벌어진 상태로 고착될 뿐 아니라, 허벅지 안쪽 근육은 늘어나고 다리를 밖으로 당기는 둔부근육은 짧아지는 근육 변형이 나타나게 된다”며 “결국 다리를 모으고 앉더라도 다리 바깥쪽 근육이 당기고 불편해 계속 다리를 벌려 앉는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통 좌식생활을 주로 하는 사람이 서구식 좌식생활을 주로 하는 사람보다 다리를 넓게 벌려 앉는(쩍벌남) 경우가 1.7배 많은 것으로 나타나, 평소 좌식 형태가 다리를 벌려 앉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로 조사됐다.

전통 좌식생활자들 중 앉을 때 양반다리 자세를 취한다고 응답한 남성이 72.5%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두 다리를 앞으로 쭉 펴고 앉거나(15.6%), 무릎을 한쪽만 세우고 앉는(5.8%) 경우 등이 그 뒤를 이었다.(표4) 서구식 좌식생활자들 중에서는 다리를 꼰다고 답한 남성(47.1%)이 가장 많았고 그 외 적당히 다리를 벌리고 앉거나(44.1%), 양반다리로 앉는다(4.9%)는 답변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하 원장은 “전통 좌식생활의 경우 양반자세를 많이 취하게 되는데 반해 서구식 좌식생활의 경우 의자에서 다리를 꼬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평소 운동량이 적고 양반자세가 굳어지면 골반과 관절이 벌어지게 되고, 다리를 꼬게 되면 올린 쪽 다리의 엉덩이 근육은 과도하게 늘어나고 반대편의 엉덩이 근육과 골반에는 체중이 많이 실려 골반의 비대칭이 발생하게 된다. 척추의 주춧돌인 골반이 비뚤어지면 비대칭적인 압력으로 인해 디스크와 같은 척추질환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세 뿐 아니라 나이 역시 쩍벌남 자세를 유발·고착화하는 주요한 원인이었다. 자생한방병원 내원자 중 쩍벌남의 연령대를 조사한 결과 30대가 18.1%, 40대가 23.5%, 50대가 43.7%, 60대 이상이 57.1%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다리를 벌려 앉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와 쩍벌남 비율의 상관관계에 대해 하 원장은 ‘근력의 약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상체를 곧게 펴고 다리를 모으기 위해서는 근력이 뒷받침 돼야 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나이가 들수록 근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으므로 나이가 많을수록 쩍벌남이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잘못된 자세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를 쩍벌남 본인들은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문 결과 다리를 벌려 앉는 이유를 단지 ‘편하기 때문에’라고 답한 사람이 80.3%였는데, 바른 자세보다 다리를 벌리고 몸을 늘어뜨린 자세가 편하다는 것은 그만큼 잘못된 자세가 몸에 뱄기 때문에 잘못된 자세를 오히려 편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하인혁 원장은 “잘못된 자세는 단지 자세만의 문제가 아니라 골반 벌어짐과 근육과 관절의 변화 등 신체 구조적 변화로 연결될 수 있으므로 결코 가볍게 여길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쩍벌남, 골반뿐만 아니라 척추도 문제

쩍벌남의 좋지 않은 자세는 단지 골반과 근육만의 문제는 아니다. 쩍벌남 자세를 취할 때 상체의 모습을 조사한 결과, 허리를 곧게 세우고 앉는 남성은 20.6%에 불과했고 대부분이 반쯤 눕듯 등받이에 기대 앉거나(62%), 허리를 앞으로 숙이고 앉았다(17.4%). 거의 대다수의 쩍벌남들이 골반뿐만 아니라 척추에도 좋지 않은 자세로 신체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의자에 기대듯 앉거나 허리를 숙이는 자세는 척추의 만곡에 영향을 주거나 허리에 심한 부하를 줘 일자허리 등 척추의 모양에 변화를 일으킨다. 심할 경우 척추나 관절의 디스크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설문 결과 장시간 다리를 벌리고 앉은 후 일어서거나 움직였을 때 통증이나 불편감이 느껴진다고 대답한 남성이 69.6%였고, 이들은 주로 허리, 등과 어깨, 무릎, 발목 순으로 불편함을 호소했다.

하인혁 원장은 “오랜 시간 쩍벌남 자세로 다리를 벌리고 늘어진 채 앉으면 척추 모양의 변형을 가져와 걷거나 약한 외부 충격에도 디스크 탈출과 같은 큰 손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올바른 자세를 취하는 것은 물론 추나요법을 통해 꾸준히 비뚤어진 척추와 골반, 관절을 교정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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