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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저 남한 드라마 봤습니다’…北 학생 1만명 자수했다


1만명에 달하는 북한의 학생들이 남측 드라마와 영화를 몰래 봤다고 실토하며 북한 당국에 무더기로 자진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최근 남한 영상물 유포 및 시청 단속과 처벌 강도가 부쩍 높아지자 ‘자수’를 통해 처벌을 가볍게 받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노동당에 북한 청년들의 사상통제는 물론 옷차림까지 단속을 강화하도록 지시한 상태다.

북한 현지 사정에 밝은 대북 소식통은 28일 “지난해 말 한 도시에서 1만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소위 ‘불법 녹화물’을 시청한 사실을 당국에 자수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지시문이 최근 각 시·도 노동당위원회 하달된 것으로 안다”며 “이들이 제출한 일명 불법녹화기(DVD 플레이어)만 5000여대에 달했다”고 말했다. ‘반사회주의적 행위’로 규정된 남한 영상물 시청 사실을 실토했다는 것이다.

북한 학생들은 남한 영상물 시청에 따른 무거운 처벌을 피하기 위해 해당 지역 사회안전국(우리의 지방경찰서) 또는 사회안전부(경찰서)에 무더기로 자수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사상과 관련한 단속 및 처벌은 사회안전성(경찰청)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남한 영상물 유포자는 사형, 시청자는 징역 15년형에 처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며 ‘한류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남한 영상물뿐 아니라 책·사진도 처벌 대상이다. 남한 말씨를 쓸 경우 징역 2년형에 처한다.


북한의 한류 콘텐츠 단속은 일명 남한 드라마 시청 단속조로 알려진 ‘109연합소조’가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09연합소조는 2015년에도 남포시에서 대대적 단속을 벌여 불법녹화물 시청 사례 수천건을 적발했다.

북한 당국은 다만 ‘적발시 처벌하지만, 자수하면 용서한다’는 식으로 자진신고를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속·처벌 강화만으로는 사회 전반에 퍼진 한류를 뿌리 뽑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한 도시에서만 학생 1만명이 자수했으면 이미 한류가 광범위하게 퍼진 것”이라며 “자수하는 사람보다 하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극도로 폐쇄적인 북한에서도 외부세계를 동경하는 젊은 세대가 사회 전면에 등장하자 이들에 대한 당국의 사상통제도 더욱 강화되고 있다. 대북제재, 코로나19, 자연재해 등 삼중고에 따른 민심 이반 가속화를 막기 위한 의도다. 특히 기성세대보다 당에 대한 충성심이 약하고 외부 문물을 동경하는 MZ세대에 대한 통제 강화가 핵심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이달 초 당 세포비서대회에서 “청년 교양문제를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의 사활이 걸린 문제,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는 문제로 받아들이고 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당 간부들이 청년들의 옷차림은 물론 언행까지 들여다볼 것을 지시했다. 북한은 5년 만에 열리고 있는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대회’에서 MZ세대 사상통제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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