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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세대 N] “청년들에게 ‘숨 쉴 틈’ 마련해 줍니다”

청년주거공동체 ‘숨과쉼’ 운영하는 김홍일 신부

[다음세대 N] “청년들에게 ‘숨 쉴 틈’ 마련해 줍니다” 기사의 사진
청년주거공동체 숨과쉼을 이끄는 김홍일 신부는 지난 10일 인터뷰에서 “앞으로 청년의 주거뿐 아니라 결혼, 육아 문제에도 대안적 삶의 방식을 제시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김보연 인턴기자
“잠재성이 무궁무진한 청년들에겐 자신의 미래를 준비할 시간과 공간이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세상은 청춘에게 그런 여유를 허용하지 않죠. 꿈을 말하기보단 어떻게든 돈 벌어 살아남으라고 합니다. 이들에게 쉼을 주는 공간이자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청년주거공동체 ‘숨과쉼’에서 청년들과 2년째 동고동락하는 성공회희년교회 담당사제 김홍일(56) 신부의 말이다. 숨과쉼은 김 신부가 2014년 서울 광진구 자양번영로1길에 세운 청년주거공동체이자 영성공동체다. ‘하나님의 영’ ‘생명’을 의미하는 단어 ‘숨’과 회복과 안식을 뜻하는 ‘쉼’을 조합해 이름을 지었다. 무한경쟁에 내몰린 이 땅의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꿈꾸고 준비할 수 있도록 숨 쉴 틈을 내어주자는 취지다.

희끗한 머리에 환한 미소가 인상적인 김 신부를 지난 10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만났다. 기자가 명함을 건네자 “저는 명함이 없어서…”라며 머쓱하게 웃었다. 명함은 없어도 가진 직함은 여럿이다. 그는 교회 사역 외에도 사회투자지원재단 이사장, 한국샬렘영성훈련원 운영위원장, 브랜든선교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연세대 신학생 시절이던 30년 전에는 판자촌 빈민을 돕기 위해 ‘성공회 나눔의 집’ 설립을 주도했고 99년엔 사회적경제 운동을 펼쳤다.

빈민자활운동가이자 사회적경제 전문가로 활약한 김 신부가 청년공동체에 관심을 가진 건 우연한 계기에서다. 2008년 성공회희년교회를 개척한 그는 예배당 겸 지역사회 소통공간으로 활용코자 선교센터를 마련했다. 주민들이 모여 토론도 하고 영성훈련도 할 수 있도록 가정집을 개조했지만 정작 이곳에 깃든 이는 주거불안에 시달리는 청년들이었다. 처음엔 하루 이틀씩 머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점차 장기간 머물거나 영성 훈련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청년들이 많아졌다. 이에 그는 선교센터를 청년들의 주거공간으로 개방했는데 이것이 ‘숨과쉼’의 시작이다.

김 신부는 청년들과 한솥밥을 먹으면서 이들이 이 시대의 ‘또 다른 사회적 약자’임을 알게 됐다. 취업과 주거 문제로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청년빈곤층은 너무나 많았다. 그럼에도 같은 사회적 약자인 독거노인, 장애인, 노숙인에 비해 ‘복지 사각지대’에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사회의 관심이 적었다.

청년빈곤이 교회가 감당해야 할 문제라 생각한 김 신부는 이곳에 청년을 위로하는 공동체를 만들었다. 주거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 또한 시급하다는 생각에서다. 이를 위해 거주 청년들이 ‘생활자 모임’을 꾸려 공동체 규칙을 정하고 지역의 협동조합과 연대해 스스로 청년문제를 해결하도록 독려했다. 매일 오전 아침기도와 매주 1회 침묵기도를 이끌어 자아성찰을 통한 청년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했다.

현재 숨과쉼에는 남녀 청년 7명이 김 신부와 생활하고 있다. 원래 그를 포함해 남성 생활자 4명이 살았지만 청년들의 거주 신청이 많아 13일 서울 광진구 자양로32길 건물로 확장 이전했다. 비용은 협동조합 방식으로 교회 성도들에게 출자를 받은 돈에다 한국사회투자에서 융자받은 돈을 더해 마련했다. 11명이 생활할 수 있는 새 터전에는 남성 3명이 더 입주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입주 조건은 까다롭지 않다. 침묵기도와 성찰모임, 지역협동조합 활동에 열린 마음을 가진 청년이면 종교와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다. 대학생은 매달 12만원, 직장인은 18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생활자들이 회의를 거쳐 새로운 구성원을 받고, 3개월간 살아본 뒤 거주 여부를 결정하는 게 특징이다.

김 신부는 숨과쉼 같은 청년공동체가 한국교회의 청년선교 대안이라고 봤다. 주거비용을 버거워하는 청년들이 집을 공유하는 ‘쉐어하우스 현상’은 복음적 청년공동체 운동을 펼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많은 교회들이 신앙의 다음세대 양성에 관심이 많지만 청년의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 경청하는 교회는 거의 없습니다. 교회 청년들도 봉사에만 동원되는 현실에 지쳐있습니다. 꼭 주거공동체가 아니더라도 청년의 요청에 복음적으로 응답할 수 있는 교회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글=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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