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사람이 답이다] 학교 SW교육 이제 첫걸음… 학원 찾는 학생들 기사의 사진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코딩학원에서 초등학생들이 코딩 수업을 받고 있다. 사교육 열풍이 우려되는 코딩학원이 서울에만 50개에 달한다. 김지훈 기자
“얘들아, 디버깅(debugging)이 뭐라고?” “코딩으로 오류를 해결하는 거요!”

지난 15일 오후 7시3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플레이코딩아카데미’ 코딩학원. 홀로 또는 부모의 손을 잡은 초등학생들이 삼삼오오 학원에 들어서자 곧바로 수업이 시작됐다. 이날 주제는 ‘디버깅’(컴퓨터 프로그램의 오류를 찾아내 수정하는 작업)이었다. 5분여간 강사의 설명을 들은 학생들이 컴퓨터를 켜자 화면에 벌이 나타났다. 퍼즐 끝엔 꽃이 있었다. 학생 각자가 벌을 조작해 앞으로 움직이거나 뒤로 돌게 해서 결국엔 꽃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디버깅의 원리를 터득하는 시간이다.

코딩 수업은 시종일관 활기찼다. 학생들은 찾은 방법을 공유하고, 강사에게 쉴 새 없이 질문했다. 심중원 플레이코딩아카데미 대표는 “만약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과정을 선택한 경우 학생이 오류를 직접 찾고 수정하면서 전반적인 알고리즘(문제 해결 방법)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논리적 사고를 익힌 학생들은 이를 활용해 달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런 코딩학원이 서울에만 무려 50개나 있다. 서울 대치동의 다른 코딩학원 원장은 “이미 과학고나 민족사관고 등에서는 소프트웨어(SW) 교육이 내신에 반영되고 있다”며 “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딩 붐은 지난해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로 촉발됐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AI와 맥이 닿는 SW 교육은 이미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됐다. 미국과 프랑스, 영국, 일본 등은 이미 1994∼2014년부터 대학 이전 과정에 SW 교육을 의무화하고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새 시대에 맞는 사고를 하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인재를 키우기 위한 것이다.

늦었지만 한국도 중학교는 2018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은 2019년부터 SW 교육이 단계적으로 필수화된다. 이에 따라 중학생들은 정보 과목을 통해 34시간 이상, 초등학생은 실과 과목을 통해 17시간 이상 SW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선 턱없이 부족한 교사 확충과 전문성 제고가 시급하다. 암기 위주의 학습으로 전락할 경우 대학입시용 과목이 하나 더 늘어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수업 시수가 턱없이 적어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공교육을 믿지 못하는 학부모들은 발빠르게 사교육 시장을 찾고 있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SW 교육에 대한 분명한 철학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코딩을 잘하는 SW 기술자를 키우는 게 아니고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도구로서 코딩과 SW 교육이 실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SW 정책이 부실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민석 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교수는 “효과적인 SW 교육을 위해선 새로운 정책을 만들 게 아니고 현행 교육 시스템 전반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환 서윤경 기자 foryou@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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