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양승태 대법원’ 과거사 판결 근거법 “위헌” 기사의 사진
헌법재판소가 ‘양승태 대법원’ 시절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주요 과거사 판결들의 근거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놨다.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 달라는 이른바 ‘재판 소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4심제’ 논란을 낳을 수 있는 직접적인 ‘재판 취소’는 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당시 대법원 판결을 뒤집어 과거사 관련 피해자를 구제할 길을 연 것이다.

헌재는 30일 국가 배상의 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는 민법 166조 1항 등에 대해 재판관 6대 3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과거사 재심을 통해 무죄를 확정 받은 과거사 피해자가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해당 민법 소멸시효가 문제가 되자 헌법소원을 낸 사건이다.

헌재는 과거사정리법이 정한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시효 정지기간을 6개월만 인정한 것은 부당하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청구인들은 2005년 무죄 확정판결을 받고 6개월 이상 지나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재판 결과가 나온 시점으로부터 6개월간만 시효가 정지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무죄가 확정된 날을 소멸시효 시작 시점으로 봐서 3년간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존 판례를 뒤집었던 것이다. 헌재는 이날 시효정지 기간 관련 민법 규정이 위헌이라고 판단함으로써 다시 3년 시효를 적용하는 것이 맞는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헌재는 박정희정권 시절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생활지원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별도의 국가 배상을 인정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낸 헌법소원에 대해서도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보상금을 받으면 재판상 ‘화해’로 간주해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 민주화운동보상법 18조 2항에서 정신적 손해 부분까지 배상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긴급조치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던 피해자들에 대해 배상해줘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 역시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4년 3월 대법원이 해당 조항을 근거로 배상을 인정하지 않았던 사건이다.

헌재는 그러나 긴급조치 9호 사건 관련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는 이유로 국가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은 각하했다.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한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 역시 기존과 같이 합헌을 유지했다. 직접적으로 대법원 위상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사안에 대해서는 손대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주요 과거사 사건들에 대해서는 앞선 대법원 판결의 근거가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온 만큼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재심의 길이 열렸다. 헌재는 “향후 관련 사건들의 심리를 재개하거나 이미 확정된 사건은 재심을 받음으로써 유족들은 (새롭게) 국가 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돼 국민 화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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