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출신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한국인 남편 A씨가 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트남 출신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한국인 남편이 구속됐다. 남편은 수사과정에서도 “말이 잘 안 통해 감정이 쌓였다”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에 급급했다. 베트남 현지에서 공분이 터져 나오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사과했다.

전남 영암경찰서는 8일 베트남인 아내 B씨(30)를 폭행한 A씨(36)를 특수폭행 및 아동보호법위반(정서적 학대)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3년 전 국내에서 처음 만났으며, 이후 B씨가 베트남으로 돌아가 아들(2)을 출산하자, A씨가 현지로 찾아가 아이가 자신의 아들인지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DNA)검사를 받았다. 검사결과 자신의 아들임이 확인되자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했다. 그러나 A씨는 이 과정에서도 “나와 얘기하는 도중에 다른 사람하고 통화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B씨를 때렸다.

두 사람은 한국으로 들어와 지난 5월 17일부터 함께 생활했으며, A씨는 술을 마시면 으레 부인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아이가 운다는 이유로 짜증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초에는 시댁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A씨가 또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남편이 자주 때리고 폭언을 일삼자, 남편이 술을 마신 날에는 휴대전화를 방에 세워두고 촬영했고, 지난 4일 오후 9시쯤에도 문제의 폭행장면을 영상에 담았다. B씨는 “그 전에도 남편이 수시로 때려서 휴대전화를 가방에 꽂아 세워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폭행이 상습적인데다 아이를 정서적·육체적으로 학대할 가능성이 커 가족과 격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건 당일에도 아이 발바닥을 낚시도구로 때린 사실을 시인했고, 보복 폭행을 가할 개연성도 높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상습폭행 혐의를 추가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A씨는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나온 뒤 “할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언어가 달랐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도 달랐다. 그거 때문에 감정이 쌓였다”고 변명했다. 그는 경찰 조사과정에서도 B씨가 평소 자신에게 말대꾸하거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등 살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폭행을 정당화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갈비뼈 골절 등 전치 4주 진단을 받은 베트남인 아내 B씨는 현재 병원에 입원해 치료 중이다.

동영상 공유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폭행 당하는 자국여성 동영상을 본 베트남 현지 네티즌들은 공분을 터뜨렸다. 베트남 온라인매체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은 이 사건 소식을 전했다. 베트남 네티즌들은 A씨를 향해 “왜 당신이 베트남어를 배워 소통할 생각을 안 하느냐”며 분노를 터뜨렸다. 또 “모든 한국인들이 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처럼 아름다운 건 아니다”는 반응도 줄을 이었다.

이낙연(오른쪽) 국무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방한 중인 또람 베트남 공안장관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는 방한 중인 베트남 정부의 치안 총책임자를 만나 이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이 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또람 베트남 공안부 장관을 접견하고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앞으로 한국에 사는 베트남 국민들의 인권 보호와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민갑룡 경찰청장도 또람 장관을 만나 유감의 뜻을 전달하고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병원에 입원 중인 B씨를 찾아가 위로했다. 여가부는 “전라남도 등 지방자치단체와 긴급지원팀을 구성해 심리 상담과 치료 지원, 무료법률 지원서비스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안=김영균 기자, 조효석 천금주 기자 ykk22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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