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역사] 미국작가 토니 모리슨

입력 : 1998-12-29
흑인의 눈망울처럼 슬프고,그들의 치아 빛깔처럼 맑디 맑으며,재즈의 리듬처럼 애잔한 이야기들.여성으로서는 일곱번째,흑인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토니 모리슨(67·미국 프린스턴대 고전문학교수)의 작품은 미국사회에서 흑인이란 소수인종이 겪는 아픔,그중에서도 흑인남성들에 의해 또다시 멸시 당하는 흑인여성들의 상처와 소외를 담고 있다.그러나 토니 모리슨은 단순히 여성의 고통을 그리는 데서 멈추지 않고 구원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한다.여성들간의 화해 그리고 용서가 작품의 빛을 발하게 하는 것이다.
1993년 노벨문학상 수상은 그녀가 미국사회에서 흑인과 여성이라는 두 개의 굴레를 동시에 극복했다는 데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미국사회 내에서 흑인문제와 여성문제를 꾸준히 다뤄 그녀의 수상은 모든 흑인들,특히 흑인여성들에게 기쁨이 됐다.그녀는 “미국 언어예술에 유전되고 있는 검은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탈색하고 싶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사실 미국내 흑인문학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으나 토니 모리슨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검은 영혼'의 소리는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그가 흑인여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이유는 그들이 미국사회에서 가장 억압받는 자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의 이야기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유머를 바닥에 깔고 있어 독자들에게 감동을 더해 준다.
70년 토니 모리슨은 푸른 눈과 금발이 미의 기준으로 평가되는 미국사회에서 한 흑인아이가 겪는 소외감을 그린 `가장 푸른 눈'을 처녀작으로 발표하면서 미국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이어 미국사회의 가치규범과 윤리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솔라'(74년)와 노예였던 과거를 잊고 자신들의 본래 모습을 찾아나서는 흑인남성의 이야기 `솔로몬의 노래'(77년)를 발표해 전미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또 무조건 백인을 닮아가려는 미국 흑인중산층을 혹독하게 비판해 충격을 던진 문제작 `검은 아이'(81년)에서 작가는 흑인의 정체성 확립과 백인들의 인종주의라는 잘못된 인습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87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내 사랑하는 자'는 남북전쟁 직후 노예라는 삶의 굴레를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사랑하는 어린 딸을 살해한 흑인여성의 삶과 고통을 그려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성경 로마서 9장25절에서 제목을 인용한 이 작품은 한 흑인여성의 역사다.그녀가 바라본 노예제도는 과거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아직 끝나지 않은 현실적인 경험이다.노예제도라는 과거의 사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며,고통스런 실제 경험을 어떻게 언어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탐구다.
그들의 고통의 역사는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소설의 주인공들은 자신이 소유하게 된 육체를 통해서 비로소 과거와 화해한다.육체에 새겨진 역사의 상처를 읽어낸 모리슨은 자신과 공동체의 고통의 경험에 언어를 입혀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도 소개된 장편 `재즈'는 20년대 미국 할렘가를 배경으로 흑인부부와 주변 인물을 통해 고통을 뛰어넘는 화해의 정신을 아름답게 그려내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특히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고 있는 `솔로몬의 노래'는 주인공을 통해 한 가족의 삶을 그린다.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은 돈 뿐이라는 생각으로 늘 아내를 의심하는 아버지를 비롯해 인간다운 삶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어머니,밀주장사를 하며 안주하지 못하는 고모,백인을 증오하는 친구,사랑에 집착하는 애인 등이 등장한다.이들에게 둘러싸인 주인공은 정신적 방랑자.그는 가족의 비밀을 알기 위해 집을 떠나 방황하면서 할아버지의 죽음 등 여러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결국 주인공은 친구의 총에 맞아 죽어가면서 자신의 영혼이 자유로워짐을 느낀다.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영혼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려 했다.
모리슨은 흑백의 작가를 막론하고 현존하는 미국의 유수한 작가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화려한 수상경력 외에도 92년에는 `재즈'와 `어둠속의 유희'가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소설과 비소설 부문에 동시에 올랐다.한 작가의 작품이 동시에 서로 다른 부문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의 본명은 클로에 앤터니 워포드.31년 오하이오주 로레인에서 4남매중 둘째로 출생했다.부친은 평범한 흑인노동자였다.로레인에서 고등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했을 정도로 책을 많이 읽는 성실한 학생이었던 그녀는 성장하면서 주변의 흑인들이 겪는 고통스런 삶의 모습들을 가슴에 담았다.53년 흑인들의 하버드라고 불리는 하워드대학을 졸업하고 55년 뉴욕주의 코넬대학원에서 미국문학을 전공했다.그는 버지니아 울프와 윌리엄 포크너를 전공했다.토니 모리슨의 작품 속에는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무너져가는 사회질서 속에서 흑백간 갈등을 그린 포크너와 버지니아 울프에게 영향을 받은 흔적이 녹아있다.
그녀는 자메이카 출신의 건축가 하워드 모리슨과 결혼,세 아이를 두었다.64년 남편과 이혼했지만 어머니와 아내로서 그의 경험은 많은 작품 속에 반영된다.현재는 소설작업 외에 프린스턴대학의 고전문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소설과 희곡작업,램덤하우스 출판사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미국의 수많은 흑인 청소년들에게 큰 의미를 부여했다고 생각한다.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 전에 그녀는 작가이기 전에 세 아이의 엄마이며 편집자라는 생각을 가졌으나,이제는 작가라고 당당히 말한다.“글을 쓰는 것은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며 자신을 끊임없이 긴장시키고 살아있게 만드는 일이다.또 소설 속에 몰입하는 것은 마치 공기 속에 뿌려진 향수처럼 자신이 형체없이 사라지는 것 같다”
토니 모리슨의 문학적 특성은 흑인에 대한 사랑과 여성에 대한 애정을 그 기본틀로 하고 있다.또 그녀의 작품은 단순한 저항문학의 차원을 넘어 심오하고 섬세한 삶의 문제를 그렸다.정열적이고 현란한 언어와 서정적이며 감동적이고 힘이 있는 그의 소설엔 경험적 진실과 전설,상상 그리고 희망이 작품 속에 잘 용해돼 있다.
/이지현 jeehl@kukmin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