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왕국에도 열흘 붉은 꽃은 없는 것일까.각 방송사 드라마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강고한 SBS의 철옹성이 급속히 무너지고 그 자리를 MBC가 차지한 형국이다.KBS 드라마는 양사의 주도권 다툼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보고 있을 뿐.SBS 드라마 인기 급락은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해 보인다.드라마 천하통일이 9개월로 단명하는 것일까.‘은실이’ ‘청춘의 덫’ ‘토마토’ ‘해피 투게더’ 등 올 봄부터 이어오던 히트 행진에 급제동이 걸렸다.‘맛을 보여드립니다’와 ‘크리스탈’이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내부에서조차 “자고 일어났더니 꼴찌더라”라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다.‘크리스탈’ 후속작으로 준비하던 ‘택시’가 막판에 주저앉은 것도 의미심장하다.주연 배우들의 캐스팅이 무위로 그치면서 제작 자체가 무산된 것이다.천재를 예감하는 동물들처럼 연기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불과 두 달전만해도 쟁쟁한 배우를 독식하다시피 해온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
2년간 드라마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KBS도 그 시름이 극에 달하고 있다.새 일일극 ‘해 뜨고 달 뜨고’가 예상외로 고전을 겪는데다 야심작이었던 ‘초대’마저 상대사 드라마에 밀려 쓴잔을 마셔야 했다.그나마 막판에 분발한 주말극 ‘유정’과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사극 ‘왕과 비’만이 체면치레를 해주는 정도다.
이에비해 MBC는 ‘마지막 전쟁’을 필두로 ‘안녕 내사랑’ ‘사랑해 당신을’ ‘국희’로 연승가도를 달리고 있다.새 일일극 ‘날마다 행복해’도 최근 시청률 급상승으로 연일 행복한 비명이다.
방송가는 드라마 판도의 변화주기가 갈수록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드라마=특정 방송사’라는 식의 채널 프리미엄이 갈수록 줄어들고 약효도 떨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시쳇말로 ‘대박’ 한방이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런 점에서 곧 선보일 KBS ‘사랑하세요’(20일 첫방송)와 SBS ‘러브’(12월1일 첫방송)를 주목할만하다.배수진을 친 양사가 던지는 회심의 승부수이기 때문이다.
/윤정훈 jhyun@kukmin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