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사설] 사형, 차분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사형제 존폐 논란이 뜨겁다. 한나라당이 불을 지폈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어제 우리나라 성인 남녀의 83.1%가 사형제에 찬성한 반면 반대는 11.1%에 불과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앞서 검사 출신인 안상수 원내대표와 사법제도개선특위 위원장인 이주영 의원이 성폭행 살인범과 연쇄살인범은 신속히 사형을 집행하는 것이 정의와 법치주의 이념에 맞는다고 강조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사형을 집행하자는 한나라당 주장의 근거는 여러 가지다. 사형제가 범죄예방 효과가 있고, 헌법재판소가 사형제에 합헌 결정을 내렸으며, 사형 확정 판결이 내려지면 6개월 이내에 집행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김길태 사건’처럼 잔혹한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상당수 국민들은 그 범죄자의 생명권을 보장하는 게 과연 공공의 이익보다 중요한지 회의를 느낄 것이다. 한나라당이 갑자기 사형 집행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번 사건에 대한 화난 민심을 대변하면서 다독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접근 방법이 즉흥적으로 비쳐 유감이다. 사형제 논란은 오랜 기간 진행돼 온 사안이다. 아직 사회적 합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사형의 집행 여부는 개별 국가가 결정하는 게 국제 관례지만 세계적으로 사형제 폐지 국가가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한나라당이 얼마 전까지 사형 집행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사형제 존폐 문제는 차분하게 접근해야 한다. 요즘과 같이 성폭행 살인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한창 솟구칠 때 사형을 밀어붙이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나라당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해 갑자기 사형제를 들고 나온 것이라는 괜한 억측마저 나오고 있지 않은가. 사형제를 폐지하자는 게 아니다. 한나라당이 생명과 인권 등을 두루 고민하면서 정파를 떠난 이성적인 토론을 통해 합의점이 도출되도록 앞장서기 바란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