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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인 등 외국인들도 붉은물결 합류… “거리응원 함께해보니 거리감이 없어졌어요”

아랍인 등 외국인들도 붉은물결 합류… “거리응원 함께해보니 거리감이 없어졌어요” 기사의 사진

월드컵 거리 응원이 외국인에게 ‘문화 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을 아예 모르거나 편견이 있던 외국인에게 응원 인파는 한국의 이미지를 새로 발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아랍 문화권에선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아는 사람이 드물다.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국가 정도로만 희미하게 인식하는 정도다. 한국 기업에 파견 나온 카타르인 아흐메드 이브라힘(43)씨는 한국 대 아르헨티나 경기가 있던 지난 17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한국인 동료와 “대∼한민국”을 외치며 한국의 정식 명칭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배웠다.

한국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인 아흐메드 알무사드(22)씨는 25일 “징 꽹과리 북 같은 악기 소리에 맞춰 자유롭게 어깨동무하고 응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응원 구호가 재미있어 가족에게 전화로 “대∼한민국 짝짝 짝 짝짝”을 박자에 맞춰 따라하도록 알려줬다고 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서 일하는 동남아시아인들은 거리 응원에 참여하면서 한국에 대한 편견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경기도 평택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필리핀인 존 라모스(가명·29)씨는 한국 대 그리스 전이 열린 지난 12일 서울광장에서 경기를 봤다. 라모스씨는 “한국이 첫 골을 넣자 한국 사람들이 어깨동무를 해줬고 짧은 시간에 친구가 된 느낌”이라며 “한국에 있으면서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잘 대해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가면 한국인이 얕잡아볼 테니까 너무 가까이 하지 말라는 얘기를 필리핀에서 자주 들었다”며 “응원 때가 아니더라도 한국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국인에게 한국은 드라마, 영화, 댄스 가수로 유명했다. 한 중국인 남성은 “중국 여성들은 한국 연예인을 좋아했지만 남성들은 한국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며 “하지만 중국에선 볼 수 없던 응원 인파를 보고 감탄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응원 뒤 자발적으로 청소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한국을 아시아의 한 분단국가로만 생각했던 미국인도 월드컵을 계기로 인식이 바뀌었다. 어릴 때 미국으로 입양된 테레사 지롤라모(23·여)씨는 “한밤중에 모두 붉은 옷을 입고 화면을 보며 응원하는 게 이해가 안 됐지만 같이 소리 지르며 응원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분위기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부모 나라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 지난해 한국에 왔다는 그는 “딱히 한국 문화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세계 여러 국가를 돌아다녀도 볼 수 없던 역동적인 응원 문화는 달랐다”고 말했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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