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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강제병합 사죄담화] “한국인” 직접 언급 진일보… 불법성 거론안해 ‘반쪽’

[日 강제병합 사죄담화] “한국인” 직접 언급 진일보… 불법성 거론안해 ‘반쪽’ 기사의 사진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10일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발표한 담화를 두고 일본 현지 언론들은 기존의 ‘무라야마(村山) 담화를 답습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간 총리가 아시아 전체가 아닌 한국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뜻에 반한 식민지배”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또 조선왕실의궤 반환 등 문화재에 대한 실질적 조치를 언급했다.

최근 한국과 일본 지식인들이 요구해온 강제병합의 불법성 인정과 종군위안부 등의 개인보상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은 한계로 지적됐다.

◇후폭풍 불까=일본 현지 언론들은 간 총리의 담화로 인한 후폭풍을 염려했다. 무라야마 담화 수준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지만 새로운 표현들에 대해 적극적인 해석이 있을 경우 논란이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강제병합조약에 대한 표현이 애매했다. 무라야마 총리 담화는 병합조약 자체가 유효하다는 입장을 유지했음에도 담화 발표 직후 국회에서 “병합조약이 강제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해야 했다.

간 총리는 이 부분을 “100년 전 8월 일한(한일)병합조약이 체결돼 이후 36년에 걸친 식민지 지배가 시작됐다”면서 “3·1운동 등의 격렬한 저항에도 나타났듯이 정치·군사적 배경 하에 당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反)해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아시아 국가 전체가 아닌 한국으로 특정했다는 점도 일본을 곤란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산케이신문은 중국이나 북한이 한국과 동일한 수준의 담화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후 보상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총리 담화를 통해 한국 측의 배상 요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본 정부의 기대=간 총리는 담화를 통해 사죄는 했지만 한·일 간 최대 쟁점인 한·일 병합의 불법성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의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판단한 일본 정부는 정계의 반발이 적은 조선왕실의궤 등 일제 때 수탈해 간 문화재의 반환으로 대신했다. 표현도 ‘반환’이 아닌 ‘드린다’를 써 오해의 여지를 교묘히 피했다. 그동안 일본 내에선 국유재산으로 돼 있는 자료들을 반환할 경우 1965년 체결한 한·일 문화재협정을 통해 문화재 반환이 완료됐다는 근본 입장을 포기하는 상황을 우려해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또 담화는 한국과의 미래지향적 관계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은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장애가 되는 걸 제거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담화의 의미를 부여했다.

사할린 잔류 한국인 지원과 한반도 출신자 유골의 반환 등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쉽지 않았던 배경=한·일 강제병합 100년 담화는 우여곡절 끝에 나왔다. 센고쿠 장관이 지난달 16일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총리 담화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을 때만 해도 한국 정부는 무라야마 담화 수준을 넘는 내용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민주당 내 보수우익 성향의 의원들과 야권, 보수언론 등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정부는 한발 물러섰다.

담화 내용을 무라야마 담화 수준으로 하고 한·일 병합 무효나 청구권 문제를 일으킬 내용 등은 넣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발표일도 앞당겼다. 지지통신은 한국의 광복절인 15일이나 강제병합조약 체결일인 22일이 아닌 10일로 한 것은 보수단체 등의 반발을 불식시키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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