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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뭄 美국민들에게 마이크로크레디트 ‘단비’

돈가뭄 美국민들에게 마이크로크레디트 ‘단비’ 기사의 사진

아만다 케퍼트는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거리 포장마차에서 핫도그와 주스를 판다. 지난해 그녀는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렸다. 경기침체가 미국을 강타하면서 실리콘밸리가 있는 이곳에도 해고자가 넘쳐났다. 사람들은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핫도그 가게 매출은 예년의 60% 이상 추락했다. 저축한 돈으로 적자를 메워 갔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시중은행은 대출 문을 두드리는 그녀를 신용도가 낮다는 이유로 문전박대했다.

절망의 한가운데서 구세주를 만났다. 온라인 기반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 사업을 하는 비정부기구(NGO) ‘키바’로부터 대출 지원을 받게 된 것. 6500달러를 3년 상환, 연 6% 금리로 빌렸다. 즉석 얼음 제조기를 갖춰 서비스를 강화하고 간판 디자인을 산뜻하게 바꾼 덕분인지 매출은 다시 살아났다. 전 세계 53개국에서 활동하는 키바가 지난해 현지 파트너 ‘기회기금’과 손잡고 미국에 진출했을 때 초기 수혜자였던 그녀는 이제 자신의 포장마차 ‘맨디스 코너’ 앞에서 활짝 웃을 수 있게 됐다.

키바, 그라민뱅크 등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개도국의 ‘착한 금융’ 아이콘이었다. 그런 마이크로크레디트가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 미국에 상륙해 은행에서 돈을 못 빌려 눈물짓는 서민들의 사랑의 받고 있다. 경기침체가 낳은 선진국 금융시장의 신풍속도다.

◇불경기, 선진국서도 소액대출 재발견=그라민뱅크 창립자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는 2008년 1월 뉴욕에 첫 미국 지부를 열었다. 모두가 의아해했지만 그는 방글라데시 시골에서 통했던 마이크로크레디트의 효용성이 뉴욕 한복판에서도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믿었다고 그라민아메리카 홈페이지는 16일 밝히고 있다. 때마침, 그해 가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고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서민들은 그라민뱅크 같은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찾기 시작했다. 키바도 비슷한 시기 미국 현지 파트너인 ‘아시온USA’ ‘기회기금’ 등과 활동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달 초 기획기사를 통해 마이크로크레디트가 미국에서 점점 대출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키바의 경우 지금까지 137명에게 총 90만 달러를 대출해 줬다. 1인당 평균 5600달러를 빌려줬으며 평균 상환 기간은 2년3개월이다.

마이애미에선 NGO ‘우리의 소액대출’ 활동이 활발하다고 헤럴드넷이 최근 보도했다.

선진국에선 눈길을 끌지 못하던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재발견이 이뤄진 건 경기침체 탓이다. 무담보 소액대출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에선 자체적인 마이크로크레디트가 도입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경제에 대한 더블딥(경기회복 중 재침체) 우려까지 나오는 판이라 서민들이 기존 금융권에서 자금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 미국 마이크로크레디트 시장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레말 샤 키바 총재는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역사가 20, 30년 되지만 마침내 선진국에서도 우리의 시대가 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부 대기업 지원 한몫=지난해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 패키지의 하나로 마이크로크레디트에 5400만 달러의 재원을 책정하는 등 정부 지원도 마이크로크레디트가 안착하는 데 기여했다.

수요 증가로 마이크로크레디트들이 자금 압박을 느끼는 가운데 대기업들도 자금 지원에 나서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지난달 1000만 달러를 기부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회자되는 성공 사례도 힘을 보태고 있다. 워싱턴의 아스펜 연구소는 지난 3월 전 세계 35개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이용한 240명의 2002∼2007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대출자들의 매출은 이 기간 연 10만3000달러에서 24만3000달러로 늘었다. 고용인원도 2.1명에서 5.6명으로 증가했다.

운영방식에선 선진국과 개도국 간 다소 차이가 있다. 키바의 경우 해외 대출자들은 3000달러 정도밖에 받지 못하지만 미국에선 1만 달러 정도로 상한이 높다. 그라민아메리카도 개도국 1인당 평균 380달러보다 많은 평균 1500달러를 미국인에게 융통해 준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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