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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임지봉] 전관예우 근절, 국회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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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는 우리 법조계에 나타나는 특유한 현상이다. 판·검사를 하다가 물러나 갓 변호사가 된 사람에게 법원이나 검찰에서 유리한 판결이나 처분을 내려주는 이 관행은 국민들 입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탄식이 흘러나오게 한다. 전관예우가 있다고 국민들이 느끼는 한 우리의 사법은 불신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그런 상황에서 ‘사법정의’를 입에 올리기 힘들다.

명백히 존재하는 실체

전관예우는 퇴임 대법관에 대한 대법원 예우에서부터 나타난다고 믿는 국민들이 많다. 1년에 3만건 넘게 대법원에 접수되는 사건 가운데 절반가량은 심리불속행 결정으로 걸러져 대법원의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 보지도 못한다. 소송대리인 명단에 퇴임 대법관 이름이 하나쯤은 올라가야 이 심리불속행의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고 믿는 국민들로서는 비싼 수임료를 감당하고라도 대법원에의 상고 단계에서 따로 전직 대법관을 찾을 수밖에 없다.

고등법원이나 지방법원의 법원장을 지낸 고위 법관들도 대부분 퇴임 후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 이내에 자신이 법원장으로 있던 법원의 사건을 맡는다고 한다. 어떤 판사들은 전관예우가 없다며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그 많은 변호사 개업지를 다 놔두고 법원장급을 비롯한 많은 법관이 하필 자신의 최종 근무 법원 앞에서 변호사 개업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전관예우가 존재한다는 명백한 증거가 아닐까.

요즘에는 전관들이 개인 변호사 개업 외에 로펌행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얼마 전 감사원장 후보자나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고위직 검사로 있다가 로펌으로 간 뒤 1억원 안팎의 월급을 받은 것이 문제된 바 있다. 과연 전관들의 법조 경력과 전문 지식만 보고 로펌들이 그런 고액 연봉을 주는 것일까. 전관들의 법원·검찰 내 인맥이나 전관예우의 관행을 활용하면 거액 연봉 몇 배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 아닐까.

그러면 이러한 전관예우의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법원은 장기적으로 일정 기간 변호사나 검사 경력을 쌓은 이들 가운데 신규 법관을 채용하는 법조일원주의로 나아가기로 정책 방향을 정했다. 따라서 변호사나 검사 생활 후 40대에 판사가 된 사람들이 다시 퇴임을 해서 전관변호사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므로, 장기적으로는 전관예우의 관행이 사라질 수 있는 환경적 요건이 조성될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손을 놓고 기다리기에는 병폐가 심각하다. 작년 3월에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판·검사가 ‘퇴직 후 1년 동안은 퇴직 전 1년 동안 근무한 곳의 사건을 수임하지 못한다’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의원들의 소극적 대처로 상임위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이 법안을 시급히 통과시켜야 한다.

근무지 사건 수임 제한해야

이에 대해 변호사 개업지를 제한하던 법조항을 1989년에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이유로 일각에서 이 법안의 위헌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위헌결정을 받은 법조항은 ‘개업지’를 ‘3년간’ 제한했지만 지금 법안은 개업지가 아니라 ‘수임사건’을 기준으로 최종 근무 법원의 사건 수임을 ‘1년간’ 제한하고 있으므로 평면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전관예우 근절로 국민의 사법 불신을 막는다는 입법 목적을 위해 전관 변호사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는 부득이한 경우 법률로 제한될 수 있다고 본다. 독일이나 영국에서는 판·검사를 포함한 고위 공직자가 담당 업무와 관련된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심지어 로펌 등의 자문역으로 간다 하더라도 공직 시절의 업무와 관련되면 취업이 금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근대적인 전관예우 병폐가 잔존하는 한 국민의 신뢰도,사법선진화도, 공정사회도 모두 공염불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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