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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작업·장거리 비행의 적 ‘심부정맥혈전증’

컴퓨터 작업·장거리 비행의 적 ‘심부정맥혈전증’ 기사의 사진

업무 시간 중 항상 컴퓨터 작업을 하는 직장인 최모(34)씨는 최근 근무 중 갑자기 숨쉬기가 곤란해져 병원을 찾았다. 검사결과 최씨의 병명은 혈액순환장애로 인한 ‘심부정맥혈전증(Deep Vein Thrombosis)’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리 정맥 혈관에 비정상적으로 붙어 혈액순환을 방해하다 혈류에 의해 떨어져 나온 혈전(피떡)이 우심방, 우심실을 거쳐 폐동맥으로 흘러들어가 폐동맥을 막게 되면 폐색전증을 유발,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고려대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임상엽 교수는 “장거리 비행 시 좁은 좌석에 앉은 승객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도 바로 이 심부정맥혈전증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심부정맥이란 말 그대로 몸 속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정맥을 가리킨다. 다리 종아리나 팔뚝, 손등 부위 피부에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굵은 핏줄(표재정맥)보다 훨씬 깊은 곳에 존재해 눈에 띄지 않는 혈관이다.

주의할 것은 심부정맥혈전증과 하지정맥류는 발병 초기 다리가 저리고 아프며 붓는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질환이라는 사실. 하지정맥류는 피돌기를 따라 심장으로 올라가야 할 피가 혈관 내 판막 이상으로 와류를 형성하며 점차 다리 혈관을 울퉁불퉁 보기 흉하게 만드는 병이다. 반면 심부정맥혈전증은 다리 정맥 안에 생긴 피떡이 다리 혈관을 좁히거나 막다가 결국 폐동맥까지 막아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또 하지정맥류는 장시간 서서 일하는 사람에게 흔하고 폐동맥 속으로 피떡을 나르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심부정맥혈전증은 반대로 장시간 앉아서 지내거나 누워 지내는 사람에게 주로 발생하고 피떡이 폐동맥으로 이동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심부정맥혈전증의 발병을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사람은 사무원이나 학생, 운전자, 혹은 고령의 골절 환자 등 장시간 꼼짝 않고 같은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장시간 한 자세로 앉아 있거나 누워 지내다 보면 다리 정맥 내에 혈전이 생기기 쉽고, 그만큼 폐동맥폐쇄증을 합병할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심할 경우 급사할 수도 있다”며 “고령자나 비만, 골절 환자, 오래 앉아 근무하는 사람은 평소 동맥경화, 당뇨 등 혈전을 유발하는 다른 위험요인이 없더라도 갑자기 흉통이나 호흡곤란을 느낄 경우 심부정맥혈전증을 의심하고 가급적 빨리 병원에 가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혈전이 다리 속 심부정맥에 있는지 여부는 혈관초음파 검사를 통해 비교적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동맥 또는 정맥이 좁아지거나 막힌 정도는 물론 혈류 방향, 혈류의 속도 및 혈류량을 측정해 보면 혈액순환이 얼마나 원활하게 이뤄지는지를 알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중재혈관외과 박장상 교수는 “혈관초음파 검사는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와 달리 방사선에 노출될 위험이 없을 뿐더러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아 조영제 사용에 따른 심장마비 등의 부작용 위험도 없다”고 설명했다. 검사 소요 시간은 약 20∼30분, 검사 비용은 병원에 따라 24만원 내외. 일반 초음파 검사와 마찬가지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심부정맥혈전증의 치료는 증상이 가벼울 경우 혈전용해제를 사용하는 약물요법, 심할 때는 가느다란 관(카테터)을 삽입해 혈관을 막고 있는 피떡을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치료보다 중요한 것이 예방. 박 교수는 무엇보다 장기간 운동을 하지 않아 다리 정맥 안에 생긴 피떡이 폐동맥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수술 후나 급성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할 경우라면 탄력스타킹을 신는 것도 도움된다. 장시간 앉아서 일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일상생활 중 자주 발과 다리를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비좁은 좌석에 앉아 장시간 비행기 여행을 할 경우 물을 자주 마시면서 1시간 간격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걷기, 맨손체조, 스트레칭 등을 해 주면 혈전증 예방에 도움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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