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빛을 잃은 이들이, 소리 잃은 이들 위해 자막을… 청각장애인용 방송 자막 제작 ‘한국복지방송’ 사람들

빛을 잃은 이들이, 소리 잃은 이들 위해 자막을… 청각장애인용 방송 자막 제작 ‘한국복지방송’ 사람들 기사의 사진

한국복지방송은 1급 시각장애인 심준구 목사와 시각장애, 지체장애 직원 등 속기사 10여명이 기도와 찬송으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방송을 제작하고 있다. 이들은 회사 수익금의 3분의 2 이상을 사회복지에 쓸 예정이다.

13일 서울 구로동 한신 IT타워에 위치한 청각장애인 자막 전문 제작회사 ‘한국복지방송㈜(대표 심준구 목사)’. 자그마한 사무실에 들어서니 속기를 하는 직원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다다닥, 다다닥.”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두꺼운 안경을 쓴 직원에게 “무슨 작업 과정이냐”고 물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조금 앞으로 다가서니 그제야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청각장애인들이 TV나 영화의 내용을 쉽게 알도록 자막 방송을 제공하고 있어요. 시각장애인이 속기를 하고 기술을 담당하니 신기하죠?” 시각장애인 신정수(30·로뎀교회)씨는 컴퓨터 자막 프로그램 제작이 쉽지는 않지만 즐겁게 일한다고 했다.

한국복지방송은 장애인들을 위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폭넓은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오픈했다. 이 회사는 현재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방송용 자막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1급 시각장애인 심준구(43·인천성문교회 교회학교담당) 목사와 시각장애·지체장애 직원 등 10여명이 한 땀 한 땀 공들여 방송 자막을 만든다. 비장애인 전문가들도 함께 일한다.



시각장애인 속기사들이 다른 유형의 장애인을 위한 자막을 만들어 제공하는 경우는 국내·외를 통틀어 극히 드물다. 시각장애인 속기사들이 만든 자막은 비장애인 속기사들이 만든 자막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그래서 전문가라는 자부심이 높다. 제작된 자막은 현재 복지TV 등에 제공되고 있다. “국내 시각장애인들은 대부분 안마를 하며 살고 있는데 경기 불황으로 일이 크게 줄어 어렵게 살고 있지요. 그래서 전문 직업을 개발했는데 그게 ‘컴퓨터 속기사’입니다. 장애인들도 훈련이 되면 비장애인보다 빠르게 컴퓨터 속기 자판을 칠 수 있지요.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들이 전문적 능력을 갖추고 자긍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도록 신경을 씁니다.”

회사 대표인 심 목사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실명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찾아온 이 병 때문에 점점 앞이 보이지 않던 심 목사는 결국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완전히 시력을 잃었다. 그는 이에 절망하지 않고 1999년 장애인으론 세계 최초로 1급 컴퓨터 속기사 국가자격증을 땄다. 이후 청각장애인을 위한 TV 자막방송 등의 업무를 하는 ㈔자막방송기술협회 이사로 근무했다.

심 목사는 현재 극동방송 라디오 장애인 프로그램인 ‘참좋은 내친구’와 KBS 3라디오 ‘심준구의 세상보기’도 진행하고 있다. 2003년엔 대통령상인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복지방송은 서울 구로구청으로부터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돼 앞으로 더 많은 장애인을 고용할 계획이다. 올해도 2∼3명의 장애인을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다. 또 회사 수익금의 3분 2이상을 사회복지사업에 쓰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꼭 성공하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며 한국복지방송을 응원해주는 각계의 목소리들도 많다. 이런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심 목사는 매일 시장 조사와 기획회의 등을 거듭하며 직원들과 열심히 뛰고 있다.

심 목사는 “직원들 모두 신앙생활에 열심인 것이 무엇보다 감사하다”면서 “장애우들의 삶이 신앙을 통해 더욱 풍요로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애인들이 지금도 많은 혜택을 받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복지가 더 향상되길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문서선교 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