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滾滾長江東逝水, 浪花淘盡英雄.

是非成敗轉頭空, 靑山依舊在, 幾度夕陽紅.

白髮魚樵江渚上, 慣看秋月春風.

一壺濁酒喜相逢, 古今多少事, 都付笑談中.

넘실넘실 장강 물결 동쪽으로 흘러가며, 물보라로 영웅들을 모두 씻어갔네.

시비 성패 돌아보면 허무한 것, 청산은 예나 다름없건만, 몇 번이나 저녁노을 붉었던가.

백발의 어부와 나무꾼이 강가에서, 가을달 봄바람을 그저 무심히 바라볼 뿐.

한 병의 탁주로 반갑게 서로 만나, 고금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모두 소담 중에 부치네.

삼국연의(三國演義)


삼국연의의 서시이다. 이 시는 원래 명나라 양신(楊愼)이 임강선(臨江仙)이라는 제목으로 쓴 사(詞)인데 청나라 문인 모륜(毛綸), 모종강(毛宗崗) 부자가 나관중의 삼국연의를 개작하면서 서시로 편입한 것이다. 10구로 되어 있는 이 시는 전반과 후반이 대칭으로 짜여 있다. 앞에서는 명멸해 간 영웅 군상, 시비와 성패를, 도도한 장강 물결과 순환하는 태양에 견주어 인간사의 무상감을 드러내었고, 뒤에서는 촌로들이 고금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것으로 대서사의 막을 올리고 있다. 시 전체에 호방하면서도 은일을 즐기는 중국 문인 특유의 시정이 녹아 흐른다. 대하소설의 머리에 놓일만한 유장한 풍격이다.

이 시는 ‘적벽부’의 작가 소동파가 47세 때 쓴 ‘적벽회고(赤壁懷古)’라는 사(詞)와 그 분위기가 아주 흡사하다. “큰 강물 동쪽으로 흘러가며 천고의 풍류 인물을 모두 씻어가 버렸네. ∼인생은 꿈같은 것, 한 잔의 술을 강 속의 달에 붓노니. (大江東去, 浪淘盡, 千古風流人物. ∼人間如夢∼)” 이렇게 처음과 끝의 구도도 같다. 또 영화 소오강호(笑傲江湖)의 주제곡 ‘창해일성소(滄海一聲笑)’ 역시 세상을 오시(傲視)하는 자존감과 함께 허허로운 낭만이 돋보인다. 이렇듯 인간 감정의 풍경도 장강만큼이나 유장한 것일까.

엄혹한 현실세계에서 아등바등 살다보면 어느새 마음의 여유를 놓치고 만다. 이럴 땐 이 시를 흥얼거리며 복잡한 세상사 한 바탕 휘파람으로 날려버리자. 어느새 유장한 관조가 마음으로 흘러 들어온다.

김종태(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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