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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준비된 대통령’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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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혹평받는 이명박 대통령… 차기 대통령은 달라야”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다소 올랐다고 한다. 독도 방문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 촉구 등이 영향을 미쳤다. 청와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는 박수도 받았다. 하지만 민심은 여전히 냉랭하다.

최근 모임에서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이 대통령은 누구나 대통령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5년간 도대체 뭘 했나?” 동석한 다른 사람은 ‘사기’ 운운하며 더 험한 말을 쏟아냈다.

잘못한 점을 구체적으로 꼽아보라 했더니 두 가지가 거론됐다. 첫째는 만사(萬事)라는 인사(人事) 문제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민들이 바라는 쪽과 정반대로 ‘청개구리 인사’를 해왔다는 것이다. 대통령 권한은 국민들이 잠시 위임한 것뿐인데, 마치 슈퍼 갑(甲)이라도 된 양 인사 때마다 독선과 오만을 부리고 있다는 얘기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가까운 사례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논문표절, 아들 병역특혜, 부동산 투기 등 온갖 의혹이 제기돼 시민사회는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마저 연임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 대통령은 강행했다. ‘불통 인사’의 끝은 어떠한가. 현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로부터 인사청문회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해 검찰 수사를 받을 처지가 됐고, 국가인권위원회는 내홍을 겪고 있다.

다른 하나는 민간인 불법 사찰이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사찰 파문은 검찰 수사도 끝나 잊혀질 법한데, 아니었다. 공적라인이 아니라 비선조직을 만들어 도청과 미행 등을 통해 민간인 사생활까지 들여다보았다는 것에 대한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국민을 우습게 여기지 않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가 민주주의를 퇴보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달 20일 재판 과정에서 야당에 불법사찰 사실이 들킬 것을 염려하면서도 ‘VIP(대통령)’가 필요하다면 비선 보고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건이 추가로 드러나는 등 사찰 파문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사실상 본선과 다름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던 터라 한나라당 경선 승리자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컸다. 이는 이 대통령이 본선에서 이길 것으로 진작부터 예상됐던 만큼 집권 이후 프로그램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YS(김영삼 전 대통령) 하면 금융실명제 실시와 하나회 해체가, DJ(김대중 전 대통령) 하면 외환 위기의 조속한 극복과 사상 첫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각각 연상되는 것처럼 이 대통령도 뭔가 업적을 남겼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임기가 5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지금까지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집권 이후의 준비를 소홀히 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준비하지 않은’ 경우가 아니라 ‘준비하지 못한’ 케이스다. 예상을 뒤엎고 대선후보로 뽑혔고, 대선에선 투표일 직전까지 박빙의 승부가 펼쳐져 선거 승리에 전적으로 매달려야 했던 상황이어서 집권 이후를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그래서 당선되자마자 대기업 연구소에 손을 내밀어 도움을 받아야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발전 등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측면이 있지만 전반적인 국정 운영은 낙제점 수준이다. 반드시 잡겠다던 집값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빈부 격차, 사회 양극화도 심화됐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은 이뤘으나,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오른 이후를 대비하지 못한 점이 주요인이라 해도 무방할 듯하다.

오는 12월 19일이면 새 대통령이 탄생한다. 국내외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악재에 둘러싸인 국내 경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곳곳에서 흉악범이 날뛴다. 한·일 관계와 동북아 정세는 요동치고,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불안하다. 올 대선에서 이런 난제들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상대적으로 잘 갖춘 ‘준비된 대통령’이 선출됐으면 좋겠다.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은 10년으로 족하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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