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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안철수가 유념해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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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길을 물어온 安 후보가 국민 이끌어 가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정치인에게 한 표를 갖고 있는 ‘국민’은 다면적인 존재다. 존경의 대상이자 공략의 대상이며,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두드러진다. 여야를 막론하고 연설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표현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이다. 그러면서 국민을 계층별·지역별·학력별로 나누어 어떤 정책을 내놓아야, 혹은 어디를 방문해야 표를 더 얻을 수 있을지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여념이 없다. 선거가 끝나면 이긴 쪽은 “국민의 승리”라고 애써 공을 돌리고, 패한 쪽은 “국민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고개를 숙이기 일쑤다.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만큼 국민과 각별한 관계를 지닌 정치인이 있었을까. 예전에도 기존 정치를 불신하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대선 가도에 뛰어든 정치인이 있었지만, 안 후보처럼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이는 없었다. 이에 힘입어 그는 출마를 선언하면서 “국민의 열망을 실천해내는 사람이 되려 한다” “진정한 변화를 원하는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두 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로 ‘국민의 동의’를 제시했다. 국민 뜻에 따라 출마했으니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하지만 안 후보의 언행을 보면 이따금 국민을 중시하고 있는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먼저,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한 해명 방식이다. 추석 직전에 안 후보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다운계약서 파문이 터지자 그는 공개석상에서 처음 사과했다. 그러나 자세한 경위는 함구했다.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그리곤 바로 다음날 안 후보 본인의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이 불거지자 한 측근은 “앞으로 엄중한 잣대로 살아가겠다는 안 후보의 (어제) 말로 갈음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가 사과했으니, 말과 실제가 달라도 그냥 넘어가자는 투다.

게다가 안 후보 측은 툭하면 음모론을 제기하거나 으름장을 놓는다. 정보기관을 비롯한 국가권력이 안 후보 뒷조사를 벌이면서 이를 일부 언론에 흘리고 있다는 식의 섣부른 역공을 펴거나, 정확한 해명 없이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터무니없는 공세를 한다면 ‘국민의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안 후보가 강조하고,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정치와 부합하지 않는 자세다.

대선에 나가겠다고 밝힌 이후에야 공약을 개발하기 시작한 점 역시 다소 실망스럽다. 심하게 얘기하면, 구체적인 정책도 없이 이미지만 갖고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셈이다. 그러니 지난달 21일 청년 창업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남북통일과 청년 일자리 창출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따로 적합할 때 말하고 싶다” “가까운 시일 내에 말씀드리겠다”는 성의 없는 답변이 나오는 것 아닌가. 이는 국민에 대한 예의와 거리가 멀다.

대담집인 그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 국정 비전이 담겨 있다는 얘기도 한다. 하지만 ‘안철수의 생각’의 적지 않은 부분이 단편적이고 상식적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고위직을 역임한 민주통합당 김진표 의원이 지난 8월 펴낸 대담집 ‘국민먼저’보다 탄탄하지 못한 내용들도 눈에 띈다.

대선 후보가 국민 앞에서 스스로를 과도할 정도로 낮게 평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안 후보처럼 본인 입으로 자신을 호평하는 것도 거슬린다. “정치만 하던 분보다는 내 능력이 뛰어나다”는 식의 자화자찬은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 수 있다.

국민들은 우리 역사를 조금씩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국민의 선택이 늘 옳은 건 아니다. 국민 다수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 때 국가의 미래를 위해 국민에게 다른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설득하고, 이를 관철할 수 있어야 진정한 지도자다. 안 후보는 국민들에게 길을 묻고, 국민들이 제시한 길을 따라 걷고 있다. 이런 안 후보가 국민들에게 쓴소리를 하면서 국민들을 이끌어 가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안 후보에게 이런 면은 잘 보이지 않는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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