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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과 세월로 빚은 ‘동해의 꽃’… 경주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용암과 세월로 빚은 ‘동해의 꽃’… 경주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기사의 사진

마그마가 화구로부터 흘러나와 급격히 식을 때에는 부피가 수축해 사이사이에 가뭄으로 갈라진 논바닥처럼 틈이 생긴다. 절리로 불리는 이 틈이 오랜 시간 풍화작용을 받게 되면 단면의 모양이 오각형이나 육각형인 기둥 모양의 주상절리(柱狀節理)로 발달하게 된다.

제주 서귀포의 대포동 주상절리를 벗한 제주올레길 8코스처럼 동해안 최대 규모의 주상절리 해변을 따라 조성된 트레일이 지난 연말 첫선을 보였다. ‘주상절리 파도소리길’로 명명된 동해안 트레일은 월성원전과 인접한 경북 경주시 양남면 읍천항에서 하서항까지 1.7㎞ 구간. 주상절리로 이루어진 기암괴석과 유려한 곡선의 해안선이 이색적인 느낌의 풍경화를 그린다.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의 출발점은 한적한 어촌마을인 읍천항. 월성원전이 아름다운 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150여 동의 건물 담벼락에 그린 원색의 벽화가 그림책을 펼쳐 놓은 듯 황홀하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수천 년 닳고 닳아 동글동글해진 몽돌이 파도의 지휘로 천상의 화음을 연주하는 몽돌해변. 봄의 교향악에 취한 갈매기들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오선지 삼아 너울너울 날갯짓을 한다.

바닷가 언덕에 올라서면 ‘느린 우체통’으로 명명된 붉은 우체동이 멋스런 전망대가 나온다. 주상절리는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첫 번째로 만나는 주상절리는 지난해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지정된 ‘부채꼴 주상절리’. 장작을 차곡차곡 쌓아 놓은 형상의 주상절리 오른쪽에 길이 10m가 넘는 육각형 모양의 주상절리 수백 개가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국화과의 한 송이 해국이 바다를 수놓은 것처럼 보여 ‘동해의 꽃’으로 불리는 부채꼴 주상절리는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다. 경주의 주상절리가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까닭은 2009년까지 군부대의 해안작전경계지역에 위치해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때문.

여인의 주름치마를 펼쳐놓은 형상의 부채꼴 주상절리는 바람 부는 날에 더욱 환상적이다. 부채꼴 주상절리를 범접한 파도가 하얗게 부서져 중앙의 움푹 팬 웅덩이로 흘러드는 모습은 차라리 에로틱하기조차하다. 여기에 동해의 해돋이가 더해져 황금색 바다가 너울거리면 부채꼴 주상절리가 무도회에서 춤을 추는 무희처럼 황홀하다.

부채꼴 주상절리를 관망하는 전망대를 돌아 나와 다시 해변가로 내려서면 운치 있는 흙길이 이어진다. 해변에는 커다란 바위에 뿌리를 내린 작은 해송들이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두 번째로 만나는 돌기둥은 ‘위로 솟은 주상절리’로 해안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수백 개 창을 꽂아 놓은 형상의 주상절리가 동해의 용이 돼 나라를 지키겠다고 한 문무왕의 병사들을 연상하게 한다.

세 번째 돌기둥은 와상주상절리로 불리는 ‘누워 있는 주상절리’. 장작을 가지런히 쌓아놓은 것처럼 보이는 주상절리는 해안과 맞붙어 강태공들이 세월을 낚는 장소로 이용된다. 마지막 돌기둥은 거대한 벽화가 그려져 있는 하서항에서 만난다. 몽당연필처럼 짧은 ‘기울어진 주상절리’가 파도에 묻혀 사라졌다 나타나는 모습이 마치 바다 속으로 사라진 신라 왕궁의 주춧돌을 보는 듯하다.

경주 보문단지에서 양남면의 읍천항으로 가는 길에는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비롯해 수중릉으로 유명한 문무대왕릉 등 볼거리가 즐비하다. 다음 달 1일부터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보문단지의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문화센터 공연장에서는 ‘미소2-신국의 땅, 신라’가 매일 오후 7시30분부터 공연된다(월요일은 휴무). 화려한 레이저쇼와 함께 건국신화, 선덕여왕과 화랑, 삼국통일 등 신라 천년의 역사와 오천년을 이어온 한국의 춤과 음악, 노래가 어우러져 감동을 더한다.

경주=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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