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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김종걸] 원주에 활짝 핀 협동사회경제

[경제시평-김종걸] 원주에 활짝 핀 협동사회경제 기사의 사진

지난 14일 빗속을 뚫고 강원도 원주로 달려간 까닭은 그곳의 사회적경제 현장 조직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구 33만명 정도의 원주가 직면한 문제는 다른 중소 지방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1인당 소득(GRDP)은 서울의 65%에 불과하다. 고용률도 3% 포인트 낮다. 젊은이들도 바깥으로 떠나고 있다. 올 3월 조사(원주청년센터)에서 대학졸업 후 현지 취업 의사가 있는 학생은 불과 8.4%뿐이었다. 기대를 모았던 기업도시 선정도 입주계약 업체가 5개사(분양률 7.6%)에 불과할 정도로 사업 추진이 더디다. 이런 상황에서 원주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무엇을 계획하고 있을까.

먼저 특기할 사항은 사회적경제 연합지원 조직인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2003년 설립, 회원단체 조합원 수 3만4797명, 총자산 1324억원)가 임의단체에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협동조합기본법의 혜택이기도 하나 법인격 획득은 사회적경제 지원 기능을 공식화시키며, 소속 단체(조합원)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더구나 기획재정부의 협동조합지원센터,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관광(협동조합)사업을 수주함으로써 안정성 확보가 가능해진 것도 큰 장점이다.

둘째는 공동의 경제사업을 확대하려 한다. 그동안 네트워크 소속사들은 조합 간 협동의 방식으로 많은 지역 문제 해결에 노력해 왔다. 가령 2009년 설립된 장애인 고용 떡공장 ‘시루봉’의 총 출자금 3400만원은 원주한살림 등 네트워크의 회원단체에 의해 출자된다. 생산된 떡은 가톨릭농민회, 원주한살림, 상지대생협, 원주생협 등에서 판매된다. 필요한 원재료 또한 이들 조직을 통해 조달된다, 보건의료(의료생협), 노인문제(노인생협), 환경미화(다자원) 등도 기본적으로는 동일하다. 더구나 올해 네트워크 조합원인 원주푸드협동조합은 원주시의 로컬푸드 활성화사업을 타 농민단체와 함께 공동으로 위탁받게 되었다.

셋째, 공동 협동기금을 조성하는 것이다. 2010년 협동기금위원회가 설치된 후 지금까지 약 3000만원의 기금이 축적되었다. 신규 협동조합의 설립 및 경영 지원을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사회적경제 조직의 영세성을 감안한다면 결코 작은 출발은 아니다.

원주를 살펴보며 항상 느끼는 것은 지역 속에 산재해 있는 과거의 유산이 바로 운동의 기저에 흐른다는 점이다. 지학순 주교와 장일순 선생의 노력으로 시작된 원주신협운동, 원주생협(현 한살림)운동의 전통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전승되고 있다. 원주신협(1966년)을 통한 고금리 사채 문제 해결, 남한강 대홍수(1972년) 이후 협동조합을 통한 지역 재건 경험과 기억들이 사회적경제 운동을 뒷받침한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 모든 것이 기본적으로 민(民) 주도에 의해 추진되었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 소속 단체가 2003년 8개에서 지금 24개까지 늘었다는 사실은 민 주도의 협동조합 간 협동이 가지는 강인한 생명력을 말해준다. 그러한 면에서 정부·지자체의 협동조합에 대한 지원도 민의 자발성을 꺾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게 실시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상대적으로 잘하고 있을 것 같은 원주에서조차 직면하는 현실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개별 활동가의 월 임금은 170만∼180만원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업무 강도는 상당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미래를 이야기한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의료생협의 활동가는 시민에게 다가가 그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정부위탁사업을 하면서도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경계한다. 한 노년의 활동가는 바로 이들이 원주의 희망이라고 격려한다. 고단하지만 훈훈한 미래를 꿈꾸고 실현하려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찬가지로 평생 조그마한 지방도시에서 시민운동을 해 오신 아버님의 젊은 시절이 생각나 가슴이 먹먹해졌다.

김종걸(한양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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