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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도전과 반란] 일냈다, 단 하루 더 살아도 행복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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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 인생 2막을 연 이들

바야흐로 100세 이상을 사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다. 의학의 발달로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사는 ‘9988’의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자연수명이 길어지면서 인생 2모작은 이제 필수가 됐다. 젊은이들처럼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는 후반기 인생,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은퇴한 이후 보람찬 제2의 인생을 사는 이들에게서 그 답을 찾아본다.

방송통신대 영문과 2013학번인 정일수(76·부산 범일1동)씨. 선박회사에서 정년퇴직한 뒤 대학교 경비실에 재취업한 그는 젊은이들의 활기찬 모습에 한때 잊고 살았던 꿈을 되새김질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엄두를 내지 못했던 대학 진학을 한 것. 60대 중반이었던 2003년 방송통신대 일본어학과에 입학, 공부를 시작했다. 내친 김에 중국어학과도 이수한 뒤 부산역에서 관광통역사로 활동하며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 정씨는 9일 “지금처럼 행복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전화기 너머 목소리에선 활기가 묻어난다.

공무원으로 30년간 일하다 퇴직한 최종세(60·서울 상계동)씨도 고교 때 막연하게 품었던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다. “고등학교 때 야학 교사도 하고, 교회 주일학교 교사도 하면서 선생님은 사회를 이루는 귀한 직업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길을 가지는 못했다”는 그는 퇴직 후 유치원 원장으로 꿈을 이뤘다. 젊은 시절 여러 이유로 가지 못했던 길을 노후에 걸으면서 행복을 만끽하는 이들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들은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도전해보라. 그래야 후회 없는 삶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젊은 시절 패션모델이 있는 것조차 몰랐던 지채련(84·강원 원주)씨는 3년 전부터 패션모델로 무대에 서고 있다. 스물여섯 살에 시집가 살림하고 자녀 키우는 일에 전념했던 그는 2010년 전국실버미인선발대회에서 진에 당선되면서 패션모델을 꿈꿨고, ‘뉴시니어라이프’ 시니어모델교실에서 워킹 수업을 받았다. “모델 워킹을 하면서 건강해졌다”는 진씨는 신경통으로 고생하는 또래들에게 모델 워킹을 배우라고 권했다.

김희련(86)씨는 공무원이었던 젊은 시절 친구들이 ‘춤추러 가자’고 하면 슬며시 뒤로 빠졌던 ‘몸치’다. 그랬던 그가 75세 때 복지관에서 우연히 스포츠댄스 강의를 들은 다음 ‘나이야가라’ 스포츠댄스 팀을 구성해 춤을 즐기며 복지관 등에 봉사활동을 다닌다. 그는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으니 힘든 줄 모르지만 유산소 운동으로 몸에도 좋고, 정해진 순서와 동작을 기억해야 하니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젊은이들도 쉽게 넘보지 못할 분야에 70∼80대에 도전해서 그 일을 즐기는 이들에게선 열기가 느껴졌다. 이들은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 주었다.

김순례(80·서울 창전동)씨는 13년째 서울 신수동 마포노인종합복지관에서 봉사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7시30분에 복지관에 도착해 식자재 받는 일부터 시작해 독거노인들 도시락 싸기, 식당 안내 등 서너 시간을 바쁘게 일하다 보니 아플 새도 없단다. 그는 “봉사는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일이니 한번 해보라”고 했다.

대기업 재무담당 임원과 왕십리민자역사 경영지원본부장을 역임한 양태석(61·서울 서초3동)씨는 시니어브릿지 아카데미의 ‘희망나눔세상’ 일원으로 사회적기업의 재무 분야 컨설팅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 그는 “월급 받고 일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신이 난다”면서 계속 이 일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남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선뜻 내놓는 뜻 깊은 일로 후반기 삶을 보내는 이들은 그 어떤 것보다 보람이 있어 즐겁다고 했다.

다들 목소리에는 활기가 넘쳤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건강했다.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한 덕에 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여유는 있었다. 하지만 건강과 경제적 여유가 후반기 삶에서도 안타를 친 필요충분조건은 결코 아니다. 몸도 성하고 먹고 사는 걱정이 없어도 하는 일이 없어 ‘하루가 길다’는 푸념으로 세월을 보내는 이들이 주위에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제2의 인생을 활기차게 보내는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일은 나이에 얽매이지 않는 도전에서 얻어진 것들이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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