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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뺨칠 매혹적인 이야기… 김남일·방현석 ‘백 개의 아시아’

그리스 신화 뺨칠 매혹적인 이야기… 김남일·방현석 ‘백 개의 아시아’ 기사의 사진

“우리는 기대한다. ‘백 개의 아시아’가 그리스 로마신화에 길들여진 세계관을 송두리째 흔들어놓기를, 우리가 얼마나 울창한 정신의 숲에서 살아왔는가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기를.”

1994년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을 결성해 한국·베트남 문학교류를 주도해온 소설가 김남일과 방현석이 아시아의 울창하고도 매혹적인 이야기 숲으로 안내하는 ‘백 개의 아시아’(전 2권·도서출판 아시아·사진)를 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방글라데시의 우유 배달부’이다. “그는 주위 사람들이 제발 좀 그만하라고 비웃고 조롱해도 도무지 자제하지 못했다. 입만 열면 저절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하루는, 해바라기 꼭대기에 있는 벌집위에 앉아있는데 벌들이 그 벌집을 들고 저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갔노라 입에 거품을 물었다. ‘어땠는지 알아? 그렇게 날아서 붉은 가루 산들을 넘어 일곱 개 강의 강변까지 갔더니, 거기서 어떤 아름다운 공주님이 개똥벌레로 목걸이를 만들고 있지 않겠어?’”

두 저자는 이 이야기에 이런 토를 단다. “방글라데시의 설화 전통은 이 우유 배달부처럼 도무지 어떤 규범이나 제도로 가두어 버릴 수 없는 창조적 탈영토화의 욕망으로 그득하다.” 다시 말해 카스트나 종교, 관습, 심지어 정치적 억압 같은 것도 ‘이야기’를 근본적으로 막지는 못할 뿐 더러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을 들려주고 또 듣는 것은 이미 인류의 제2의 본능처럼 정착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야기’란 대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백 번째 이야기는 이에 대해 답한다. 무서운 돌림병으로 정신을 잃고 저승에 간 소년이 염라대왕에게서 가져가고 싶은 단 한 가지 보물, 그것이 바로 ‘이야기’였다는 것이다. 두 저자는 아시아의 구전 서사의 특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진정한 이야기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구구절절 설명을 덧붙이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자신을 소진하는 데 초점을 두는 정보와 달리 이야기는 자신을 기나긴, 어쩌면 무한한 시간의 지평선 위에 배치함으로써 결코 자신을 완전히 소진하지 않는다는 말이겠다. ‘옛날 옛날 한 옛날’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한 순간이 아니라 모호해서 오히려 영원한 시간과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마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모든 시간 모든 장소를 향해 열려 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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