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문화비평

[김경호의 미디어비평] TV드라마 시청률, 과학인가 마술인가…좋은 드라마, 나쁜 드라마, 이상한 드라마

[김경호의 미디어비평] TV드라마 시청률, 과학인가 마술인가…좋은 드라마, 나쁜 드라마, 이상한 드라마 기사의 사진

[쿠키 문화] TV드라마는 방송프로그램의 꽃이다. 방송사의 왕은 단연 드라마PD다. 드라마는 방송사 시청률을 결정하는 대표적인 장르다. 시청률은 광고수익과 직결된다. 방송광고시장이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방송사간 드라마 시청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한치도 양보없는 드라마전쟁을 벌인다. 지상파 3사는 일일연속극인 평일 아침·저녁드라마 외에 월화·수목 드라마, 미니시리즈, 주말드라마 등 매주 평균 5~6편을 방송한다. 게다가 드라마시장에 TV조선과 jTBC, MBN, 채널A 등 종편까지 가세했다.

시청자들로서는 어떤 드라마를 보아야할지 매일 즐거운 고민을 해야할 판이다. 그렇다고 시청자의 선택권이 훨씬 더 확대된 것은 아니다. 해묵은 스토리에 드라마 전개방식이 너무나 정형화되어 있는 탓이다. 3각 관계나 고부갈등, 신데렐라, 재력과 사랑의 충돌 등 어디서 본 듯한 설정으로 새로움은커녕 주목조차 끌지 못하는 드라마들이 아직도 많다.

‘높은 시청률’의 드라마가 과연 좋은 드라마일까. ‘좋은 드라마’는 시청률이 과연 높을까.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좋은 드라마는 가능한가.

많은 방송비평가들이 쏟아내는 TV비평에 드라마PD들은 불만섞인 항변을 제기한다. 드라마제작 메커니즘도 모르고 방송제작도 안해본 ‘비평가’들이 시청률만 갖고 인상비평을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PD들의 이같은 항변은 이유가 있어 보인다.

KBS 2TV의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김진원 연출 이경희 극본)이 ‘좋은 드라마’를 표방했다. 총 50부작인 ‘참시절’은 지난 16일 10회까지 드라마 부문 시청률 1위였다. 첫회에 이어 2회는 시청률이 30.3%라는 그야말로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첫회 23.8%로 시작해 10회가 방영된 지난 16일에 27.1%를 기록해서 23~30%의 안정적인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참시절’이 비슷한 시청률을 보인 SBS의 ‘별에서 온 그대’같이 그다지 회자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동석 검사(이서진 분) 차해원(김희선 분)의 15년만의 해후는 지난 우리 과거의 ‘참좋은’ 시간을 되살려준다. 고향과 향수, 출세와 첫사랑이 얼키고 설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자극한다. 막장의 요인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분명히 ‘좋은 드라마’다. ‘좋은드라마=높은 시청률’ 내지 ‘높은 시청률=좋은 드라마’란 등식이 가능해 보인다.

‘참시절’은 프로그램 띠편성에서 시청률제고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노인과 주부등 ‘8시 일일연속극 마니아층’이 고착된 시청률 안정기반을 그대로 갖고 있다. 게다가 ‘왕가네 가족들’의 후광효과까지 톡톡히 누리고 있다.

‘참시절’ 방송시간은 주말 저녁 7시55분이다. 경쟁사 SBS와 MBC가 저녁 종합뉴스를 방송하고 종편도 시차를 두고 뉴스를 편성한다. 정치권에 염증을 느끼는, 관심도 떨어지는 요즘 뉴스는 이제 흥미없는 장르다. ‘또 하나의 채널’ KBS2로서는 ‘드라마 무주공산’의 황금시간대를 쉽게 공략할 수 있는 잇점을 안고 있다. 더구나 방영시간이 50분 넘는 드라마 특성상 초반을 놓치면 스토리 뒤따라잡기가 그리 쉽지가 않다. 입소문이나 화제가 되지 않는 한 5회 이상 방송되면 시청자 추가 확보는 어렵다. 2회에서 30%를 기록한 ‘참시절’이 줄곧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이상현상’이 ‘좋은 드라마’임을 입증하는 근거일수도 있다.

‘참시절’을 최고시청률 48.3%을 달성했던 ‘왕가네’와 비교해선 안된다. 왕가네는 막장드라마 구성요인을 그대그때 적절히 구사해넣었다. 매회 막장드라마 아니냐는 논란을 끊임없이 불러일으켰고 그때마다 시청률은 오히려 증폭현상을 가져왔다. 방송가에선 MBC '오로라공주'와 함께 왕가네는 ‘시청률의 제왕’이 만드는 드라마 제작교본이나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참시절’은 앞으로 막장 구성요인만 추가한다면 얼마든지 ‘왕가네’이상의 시청률을 만들 수도 있다. 제작진 말대로 ‘참시절’이 김밥과 사이다를 들고 소풍가던 우리의 추억여행을 되살린 ‘좋은드라마’를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왕가네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끌어올리려 할 것인지 주목된다.

반대로 KBS 2TV의 수목드라마 ‘감격시대’(연출 김정규 극본 박계옥)는 다른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고 있다. 1930년대 중국 상하이에서 펼쳐지는 조선청년들의 사랑과 우정, 애국, 욕망에 아파하는 우리 근대사를 절절히 묘사하고 있다. 지난 2월 작가와 출연진의 교체 등 일부 잡음이 있었다지만 ‘감격시대’는 시나리오부터 제작까지 작가적 소명이 없이는 쉽게 제작될 수 없는 대하시리즈 비슷하다.

지난 3월 13일 시청률 12.6%을 기록했지만 ‘감격시대’는 여전히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시나리오부터 제작까지 방송사로선 비용도 들고 난이도 역시 높은 드라마다. 온가족이 식민지 역사를 반추할 수 있게도 한다. 그런 점에서 ‘감격시대’도 분명 ‘좋은 드라마’다.

매주말 10시 방송시간대에는 KBS의 ‘정도전’, SBS의 ‘세번결혼하는 여자’, MBC의 ‘황금무지개’가 맞붙었다. 지상파들이 일주일에 가장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시간대다. 지상파 방송 3사가 대략 15%대 안팎의 시청률을 분점했다. 하지만 KBS의 ‘정도전’이 더욱더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막장도 없고 흥미위주의 ‘야사’(野史)도 없다. ‘정도전’ 역시 분명히 ‘좋은 드라마’다.

‘TV시청률’은 통계적 마술을 부린다. 어느샌가 방송사에서는 시청률이 높으면 선(善)이고 낮으면 악(惡)이 되어버렸다. 광고수입에 목을 매다보니 방송사로선 어쩔수 없다지만 이런 식의 시청률 지상주의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시청률이 떨어진다고 ‘나쁜 드라마’이거나 ‘이상한 드라마’는 결코 아니다. 반대로 시청률이 높다고 ‘좋은 드라마’가 될 수는 없다. 시청률은 그저 프로그램 평가를 위한 상대적인 평가의 한 잣대일 뿐이다.

매일 아침 7시 방송사마다 희비가 엇갈린다. 외국계 조사기관인 닐슨코리아와 TNmS가 전날 드라마 시청률을 집계한 결과를 배포하기 때문이다. 닐슨코리아는 1992년에 국내 처음 도입된 ‘피플미터’로 시청률 조사를 시작한 이후 지금도 과학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있고, 1998년에는 설립된 TNmS 역시 비슷한 규모로 매일 시청률을 집계하고 있다. 드라마PD들에겐 두기관이 ‘저승사자’로 통할 수밖에 없다.

최근 KBS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의 제왕’이 관심을 끈다. 이 코너를 본딴 ‘시청률의 제왕’이란 예능프로그램까지 등장한다고 한다. 개콘에서 주인공 ‘박대표’는 시청률에 목매는 제작메커니즘을 잘 보여준다. 정말로 막장이라고 비난받는 드라마일수록 시청률은 더 달아오른다. 막장을 비난하는 시청자들도 막장드라마를 더 보고 싶어하는 욕망을 느낀다. 그러니 PD와 작가, 시청자 모두 막장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고, 방송사도 역시 마찬가지다. 시청률이 과연 시청자 TV노출정도를 정확하게 반영한 것인지도 여전히 분명하지는 않다.

방송사에서는 ‘시청률이 왜곡되었다’는 불신과 불만이 팽배하다. 마침내 방송통신위원회가 외국계 2개 조사기관이 실시하는 시청률조사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가칭 ‘시청률 조사 개선 연구반’을 통해 두 조사기관을 상대로 패널의 고령화, 부정확한 데이터 산출의 개선하겠다고 한다.

아울러 실시간 TV시청률 외에도 모바일이나 IPTV등의 다양한 미디어의 시청률까지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미디어융합시대에 걸맞는 다양하고 보다 정확한 TV프로그램 노출도를 측정할 수 있는 ‘통합시청률’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여기에 한국방송광고공사와 대기업광고주들까지 긍정적인 의지를 드러냈다고 한다.

앞으로 방송프로그램이 국제신호규격인 이른바 메타데이터(Metadata)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누가 언제 얼마나 어떤 미디어로 방송프로그램을 소비하는지 자동으로 측정해낼 수 있다. 저작권 수입은 물론 한류확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동안 국내방송사들이 시청률조사에 너무 휘둘려왔다. 방통위 등 방송정책 주체들이 직무를 방관해온 결과였다. 뒤늦게 정확한 시청률조사방안을 강구하겠다니 방송계로서는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드라마 시청률 조사에 보다 더 과학적인 조사방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타당성과 객관성, 그리고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첨언하면 시청률측정에서 양적 평가 외에 질적 평가도 병행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좋은 드라마’들이 ‘나쁜 드라마’나 ‘이상한 드라마’에 밀려나서는 안된다. 보다 객관성과 신뢰성을 갖춘 조사기법이 적용된다면 ‘좋은 드라마=높은 시청률’의 등식이 가능할 수도 있다. 창의로 살아가는 방송사 드라마PD들이 시청률만능주의에 짓눌려 ‘좋은 드라마’ 만들기를 포기하고, 막장의 유혹에 쉽게 빠져서야 되겠는가.

국민일보 쿠키뉴스 방송문화비평가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