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문화비평

[김경호의 미디어비평] 4월 주말드라마大戰, KBS 굳히기 vs MBC·SBS 새판짜기


대박 드라마의 성공조건은 재미와 공감과 교훈

시청자가 TV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있겠지만 먼저 공감과 재미가 아닐까 한다. 재미도 없고 공감도 없는 TV드라마는 그야말로 ‘바보상자’의 허상이나 다름없다.

우리말인 ‘재미’란 영어 펀(Fun)을 넘어서는 다의적이고 복합적인 개념이다. 이솝우화 같이 재미와 공감, 게다가 교훈까지 준다면 좋은 드라마임이 틀림없다. 작품을 읽은 듯한 진한 감동과 창의적 스토리의 여운, 여기에 재미와 공감까지 덧붙여진다면 그 드라마는 당연히 대박을 칠 수 밖에 없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다시 보자. 멜로를 기본으로 스릴러, 판타지, 코미디를 넘나드는 융합의 장르로 대박을 쳤다.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든 초현실적인 스토리 구성은 어느 판타지 드라마보다도 돋보였다.

‘별그대’는 인간이면 누구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고픈 ‘판타지’ 심리를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멜로는 여심을 잡는 기본적인 드라마 구성조건이다. ‘별그대’와 같이 시청자의 내면을 파고드는 멜로와 스릴러, 판타지, 그리고 코미디를 어떻게 적절히 융합하느냐가 요즘 연출자와 작가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MBC와 SBS가 장르융합의 드라마로 주말 승부를 벼르고 있다. KBS 1TV의 정통사극 ‘정도전’을 제외하면 지상파 방송3사 모두 멜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KBS 2TV는 시청률 25% 안팎의 드라마 ‘참좋은 시절’로 안방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절정으로 치닫는 정통사극 KBS1 TV의 ‘정도전’은 장안에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주말드라마는 일단 KBS의 아성이다.



MBC와 SBS가 5일 새 주말드라마로 KBS에 동시에 도전장을 냈다. ‘주말드라마 원조’를 자처했던 MBC는 최근 잇따른 실패를 설욕하려는 듯한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그래서인지 주말 8시45분에 ‘왔다! 장보리’(연출 백호민 극본 김순옥)를 먼저 편성했다. ‘드라마+드라마’의 띠편성으로 시청률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더구나 장보리는 코미디적 구성요소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초반 스토리 전개부터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코미디성 장르의 ‘흡인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장보리’는 주말에 온가족이 볼수 있는 ‘가족드라마’다. 20년만에 만난 부모와 딸의 인간관계 설정에서 단순무식과 천방지축, 엽기녀로 묘사되는 코미디식 스토리 전개를 통해 순수 인간애를 그려나가겠다는 의도다. MBC의 이러한 선점 전략이 맞아 떨어질 경우 10시 방송대 ‘호텔킹’(연출 김대진 극본 조은정)에 ‘시청률 얹어주기’도 기대할 수 있다. 스토리가 다소 늘어지는 KBS2의 ‘참좋은 시절’에도 맞설만하다는 평가다.



32부작인 MBC의 ‘호텔킹’은 지난 2001년 ‘호텔리어’의 후속편 성격이 강하다. 3각 관계에다 전문경영인과 호텔 상속녀와의 애정을 다루는 전형적인 ‘김수현사단’의 문법이 적용된 듯한 드라마 구성을 갖고 있다. 교포출신의 전문경영인 차재완(이동욱 분)과 씨엘호텔 경영후계자 아모네(이다해 분), 사랑보다 돈을 택했던 미망인 송채경(왕지혜 분)간 사랑의 복선들이 펼쳐질 것이다. 엉뚱발랄 등 코미디성 장면들도 역시 많이 추가될 것이다.

지난 2001년 MBC드라마 ‘호텔리어’는 시청률 38.6%로 대히트를 기록했다. 당시 배용준을 비롯해 송윤아 송혜교를 앞세워 안방극장을 장악했던 MBC로선 ‘호텔킹’이 ‘호텔리어’의 기록을 재현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현재 시청률 25%를 넘나드는 월화 드라마 ‘기황후’같은 인기를 주말드라마에서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SBS는 5일부터 주말 밤 9시55분 ‘엔젤아이즈’(연출 박신우 극본 윤지련)를 내보낸다. 역시 멜로 요소가 강한 드라마다. 아픈 가족사를 딛고 첫사랑을 떠나보냈던 옛 연인들이 12년만에 해후한 이후 벌어지는 사랑이야기가 주요 내용이다.

119 응급구호사 윤수완(구혜선 분)은 사고로 안구이식수술을 받은 여주인공. ‘천사의 눈’이란 역경의 캐릭터로 그려진다. 30세 응급외과의와 옛사랑이 시청자의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을지 관심거리다. 아울러 2년여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구혜선이 ‘꽃보다 남자’의 윤지련 작가와 다시 손을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비상한 관심을 끈다.

밋밋했던 주말 드라마시장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해 보인다. 물론 KBS 정통사극 ‘정도전’이 시청률 기반을 다진 만큼 앞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다. SBS의 ‘세번 결혼하는 여자와‘. MBC ’황금무지개’의 종영 이후 ‘부동층 시청자’들을 ‘정도전’이 흡수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가족들이 함께 시청하는 주말에는 멜로와 코미디성 장르가 상대적 강세를 보여왔다. KBS ‘정도전’과 SBS ‘세결녀’, MBC ‘황금무지개’가 15~20% 안팎에서 시청률을 분점해왔던 방송시장의 분점 구도가 이번에 깨질 가능성이 높다.

모든 드라마가 그렇듯이 초반 스토리 전개와 상황설정이 이뤄지는 1~3회까지는 10% 안팎의 엇비슷한 시청률로 첫 대결을 벌이겠지만 인물 및 상황설정이 마무리되는 다음주부터 치열한 주말전쟁이 불가피하다. 주말시청자들은 그야말로 ‘편안하고 재미있게’ TV를 보려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래서 코믹한 씬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과도한 ‘엄숙주의’나 진부한 설정, 뻔한 스토리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결녀’나 ‘황금’이 막판까지도 뜨지 못했던 약점중의 하나였다.

시청자들의 드라마 시청기술도 진화를 한다. 연출자나 작가에 결코 못지 않는 드라마적 감각을 갖고 있다. 창의적 스토리에 톡톡 튀는 설정, 스피디한 스토리의 전개,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상황, 그리고 중간중간에 유머와 웃음을 유발하는 극중 재미가 대박내는 드라마적 구성요인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SBS는 주중에는 ‘신의 선물과 ’쓰리데이즈’라는 스릴러 액션, 주말엔 ‘엔젤아이즈’란 멜로물로 승부를 걸고 있다. 반면 주말드라마의 실지(失地)를 회복하려는 MBC는 2개의 연속편성 드라마로 시장선점을 벼르고 있다.

한주간 일상에 지친 주말시청자들은 TV에서까지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가 없다. 드라마에 판타지 코미디 등 다른 장르를 섞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갈수록 스트레스 주는 드라마들은 호응받지 못한다. 시청자들도 이제 어떤 드라마에서 재미와 공감을 느낄것인지를 고민한다.

KBS의 수성(守城)인가, 아니면 MBC와 SBS의 뒤집기일까. 봄철 방송개편 직후인 4월 방송가의 최고 관심사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방송문화비평가 kyungh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