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문화비평

[김경호 미디어비평] 개콘마저 비웃은 무능한 재난대책

[김경호 미디어비평] 개콘마저 비웃은 무능한 재난대책 기사의 사진

<김경호 미디어비평>

제목 : 무능한 정부 비상대책위, 2년전 개콘에서조차 웃음거리였다

개그맨의 조롱을 샀던 엉터리 비상대책위원회 “세월호가 침몰한 요즈음 다시보니 정말 공포스럽다”

지난 4월 22일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홈페이지에 네티즌 ‘은마차’가 올린 딱 한줄의 댓글이다. 이 댓글을 보는 순간 2년전 보았던 개콘 코너가 떠올라 부지불식간 전율감이 엄습해왔다. 재난 앞에서 허둥대는 정부의 무능함을 어쩌면 그렇게 꼭 집어냈는지, 2년전 방송인데도 마치 세월호 사건을 풍자한 최근의 개콘 코너같다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지난 2011년 8월 14일~2012년 6월 17일까지 방송된 ‘비상대책위원회’. 개그맨 김준현(특전사령관 분), 김원효(경찰청장 분), 그리고 대통령(김준호 분)이 테러범 협박에 대처하는 비상회의 모습은 세월호 참사 상황에 대응하는 지금과 판박이나 다름없다.

지난 한 장면을 떠올려보자.

“지금 백화점에서 테러범이 시민들을 인질로 잡고 10분내에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폭탄을 터뜨리겠다고 합니다”는 특공대장의 긴급보고를 받자 경찰 및 특전사 제복을 차려입은 특전사령관과 경찰청장이 비상대책회의에 들어간다.

이어 경찰청장이 정말 말도 안되는 테러대책을 줄줄이 내놓자 특공대장(송병철 분)조차 한심한 듯 문제점을 지적한다. 특공대장이 오히려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자 경찰청장은 ‘안돼~’ 소리치며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줄줄이 늘어놓으며 의견을 한마디로 묵살한다.

뾰족한 대응방안 없이 입씨름만 계속되자 보다못한 특전사령관이 나선다. ‘뭣들 하는거냐. 앞으로 내 지휘에 따르라’고 지시한다. 뭔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는가 했더니만 역시 얼토당토 않는 ‘웃기는 대책’을 늘어놓는다. 그러자 특공대장이 또 문제점을 지적하자 곧바로 특전사령관은 ‘고뢰(그래)~? 시간 다 끝났지? 안되겠지? 나도 진작에 안될 줄 알았어’라며 빠져버린다.

한참 우와좌왕하는 사이 ‘대통령님이 입장하십니다’는 장내 멘트와 함께 수행비서를 대동한 대통령(김준호 분)이 등장한다. 하지만 대통령 역시 덕담삼아 한마디 던졌다가 민망을 당하더니 역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창피만 당한 채 뒤로 내빼는 그런 상황설정이다.

개콘의 한 코너가 눈앞의 현실로 재연되다니… 단 1명도 구조못한 비상대책위

다시보니 세월호 대참사 앞에 무능력한 지금의 정부 모습 그 자체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안전행정부 장관, 해양수산부 장관, 해양경찰청장 모두들 속수무책이다. ‘이래서 그건 안되고 저래서 이건 안되고…” 모두 ’안되는 이유‘만 수없이 되풀이했다. 긴박한 구조작업에 나서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러는 사이 300명의 고귀한 어린 생명들이 하나 둘 꺼져갔다. 장·차관 모두 구차한 변명과 면피성 발언만 늘어놓았다. 사고발생 1주일이 지나도록 단 한명도 ‘구조못한 시신수색’만 벌어졌다. 미국과 일본 등 전세계로부터 한국은 후진국을 넘어 ‘미개국’으로 전락했다.

개콘의 ‘비상대책위원회’ 코너는 말만 번드르할 뿐 아무것도 안되는 무능력한 정부 테러대책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개그맨 김준현은 ‘고뢰?’라는 유행어를 만들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만큼 청소년 등 젊은층의 불신이 웃음의 공감으로 나타났다는 방증이다.

이렇게 2년전 개콘은 무능한 정부재난대책을 꼬집는 풍자로 웃음을 샀다. 이미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설마 그럴리가’라는 상식을 반전시키는 ‘비상대책위원회’에 큰 웃음을 터뜨렸다.

개그맨 눈에도 비친 무능하고 무책임한 고위공직자들

코미디, 개그는 그야말로 풍자와 패러디로 생명력을 얻는다. 상식을 깨뜨리는 부조리 또는 어이없는 반전이 시청자의 웃음을 이끌어낸다. 물론 그 웃음은 재미이거나 허탈한 웃음일 수도, 반대로 ‘어이상실’의 웃음일 수도 있다.

그래서 개그맨들은 끊임없이 현실에서 소재를 찾는다. 이미 2년전 개그맨들 눈에도 겉만 번지르한 정부 관리들의 재난위기대책의 속살이 여지없이 비쳐졌던 모양이다. 시청자들 역시 공감해서 웃었는지, 비상식의 설정에서 웃음을 찾았는지 모르지만 그 풍자는 2년후 눈앞의 ‘현실’로 나타났다.

무려 3000쪽이 넘는 부처별 해난사고 매뉴얼은 휴지쪽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통령까지 보고되었다는 그렇게 완벽한 리포트형식의 해난매뉴얼은 단 한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했다.

어처구니 없는 세월호 참사를 보는 순간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 개콘의 비상대책위원회가 데자뷰로 남는 이유다. 웃고 지나간 인기코너 한 장면이 현실로 나타날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세월호에서 못다핀 채 스러진 어린 학생들이 보고 웃었던 개콘의 ‘비상대책위원회’가 2년후 자신들의 운명을 가를 현실이 될지 그 누가 알았을까.

겉만 번지르한 엉터리 매뉴얼, 다시는 개그소재가 되지 않기를

세월호 참사로 개콘이 결방됐다. 최근 개콘의 인기코너 ‘깐죽거리잔혹사’는 혹시 엉터리 정부 매뉴얼을 풍자한 건 아닐까 하는 기우마저 들게 한다. 동네 중국요리집에 들어가 주인을 겁박하는 건달(조윤호 분)이 완벽한듯한 태극권의 매뉴얼로 무술을 선보이지만 주인(이동윤 분)의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장면이 매뉴얼의 허구성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이럴 땐 당황하지 말고 뒤로 돌아서 허리를 휘감은 뒤 상대의 인중을 빡~. 끝’이란 매뉴얼은 사변적 허구를 상징한다. 매뉴얼 그 자체로 ‘끝’이다.

무용지물인 매뉴얼을 다시 완벽하게 만들겠다고 온통 법석들이다. 개그맨들조차 이미 뚫어본 관료적 권위주의 허구를 공복(公僕)이라는 공무원들이 과연 알아들었을까. 지금 개콘의 시사풍자 코너들이 언젠가 현실의 비극으로 재연되어서는 결코 안되겠다.

국민들은 공직자들에게 더 이상 공복이길 바라지는 않는다. 이제 위만 바라보며 손놓고 있느니 차라리 개콘 코너라도 보라. 그리고 개그 풍자의 의미라도 되새겨 보라. 이제 분노한 민심에 기름을 더 이상 끼얹지나 말기를.

국민일보 쿠키뉴스 방송문화비평가 kyungho@kmib.co.kr

blog.daum.net/alps1959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