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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의 미디어비평] 성형이 범람하는 TV드라마, 여배우 페르소나가 사라진다


탈개성화 부채질하는 성형바람

어딜 가나 성형이 빠지지 않는다. 어느 샌가 성형이 선거판 이슈로까지 등장했다. 이미 성형은 사회적 담론으로까지 자리잡고 있다. 비뚤어진 ‘한국적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연예계는 더욱 그렇다. 몇 사람만 모여도 여배우들의 성형이 화제가 된다. TV채널마다 성형미 넘치는 여배우들이 등장한다. 방송 자체보다 여배우들의 성형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결같은 여배우들의 얼굴은 데자뷰로 남는다. 어디선가 본 듯한 그런 얼굴들은 탈개성의 상징들이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여배우도 이름이나 음성으로 기억을 되살려야 할 판이다.

이제 여배우들의 성형이 드라마의 품질까지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되었다. 최근 주말드라마는 물론 일일드라마까지 성형미가 찌든 여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다. 여배우들의 실명이나 그들이 출연한 TV드라마를 거론하는 것은 물론 적절치 않다. 또한 성형을 비판할 필요는 없다. 다만 ‘애교’ 또는 ‘보완’을 넘어선 얼굴성형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현저히 떨어뜨린다는 사실이다.

케이블 토크쇼에서 보았던 성형 여배우들이 지상파의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에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방송제작비를 아껴야하는 방송사들의 입맛에 맞추려는 듯 자신의 신변잡기를 원색적으로 늘어놓는다. 그들은 개성이 사라진 ‘표준화된 서구형 얼굴’로 드라마에도 등장한다.

드라마 몰입도 떨어뜨리는 새로운 공해

초고화질의 디지털제작 시대다. 디지털카메라가 클로즈업 할 때마다 출연자나 배우의 성형의 정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결정적인 클로즈업 씬에서 ‘코가 높아졌네’ ‘턱을 깍았네’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얼굴 솜털까지 잡아내는 디지털카메라시대에 성형이 새로운 공해가 되는 셈이다. 성형은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자칫 치명적인 독소가 될 수도 있다. 배우로서 개성을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배역의 캐릭터, 즉 페르소나(Persona)는 연기자에게 생명과도 같다. 작가나 PD가 그리는 극중 배역을 얼마나 완벽하게 소화하느냐가 페르소나에 달려있다. 배우들은 항상 연기(Performance)를 통해 악당 및 악역, 이웃천사, 청순아련, 순진무구, 국민배우, 정의사도, 카리스마 등 다양한 캐릭터를 갖는다.

톱스타들은 자신의 페르소나를 유지하거나 변형하는 연기(Performance)를 통해 자신의 시장성을 확대하거나 유지하려한다. 자신만의 개성이 넘치는 페르소나를 그대로 유지하려 한다.

청춘스타 심은하를 보자. 지난 2000년 영화 ‘인터뷰’를 끝으로 은퇴한 이후 그녀의 청순 이미지는 여전히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1993년 MBC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에 이어 ‘마지막 승부’에서 스타덤에 올랐다. 그녀의 페르소나는 초기 청순가련형에서 점차 자신의 개성이 넘치는 타입으로 전환되었다. 심은하는 CF광고 출연조차 무척 신경을 썼다. 캐릭터 연기 범위를 벗어나는 페르소나를 훼손하는 대외 활동도 최대한 자제했다.

요즘 드라마를 보자. 낯익은 주연급 여배우조차 선뜻 알아보기 힘든다. 과거에 시청자들이 가졌던 페르소나는 온데 간데 없다. 시청자들의 이미지 혼란이 가중된다. 청순가련형 배역으로 남았던 주말드라마 주연급 A여배우를 보면 안타까움마저 들 정도다. 또 다른 KBS 주말드라마의 주연급 여배우 역시 ‘저렇게 손을 대야만 했나’ 싶다. 연기력으로 승부를 보기는커녕 얼굴로 승부를 거는 비뚤어진 풍조의 산물이다. 여전한 그들의 ‘발연기’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만 안겨준다.

페르소나 넘치는 연기가 중요

반면 자신의 페르소나를 유지하는 톱스타도 적지 않다. 2013년 SBS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이어 KBS드라마 ‘내딸 서영이’에 출연한 이보영은 짧은 시간에 페르소나를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어 SBS드라마 ‘신의 선물’에서 보여준 연기력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안방극장에서 톱스타라는 평가를 받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전지현의 페르소나도 완벽하다. 가히 ‘전지현 전성시대’다. 지난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전지현만의 페르소나를 인상깊게 보여주었다. 그 결과 제39회 대종상 여우주연상 및 신인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영화 ‘도둑들’에 이어 올초 SBS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그 빛을 발했다. 그 페르소나는 ‘잘생겼다’ CF시리즈에서도 그대로 살아넘친다. ‘전지현만 할수 있는 연기력’이다. 몇 개 안되는 작품에서 확실한 페르소나를 구축한 결과 ‘국민여배우’라는 찬사까지 받고 있다. 1998년 데뷔한 전지현은 피나는 연기연습으로 개성넘치는 페르소나를 살려냈다. ‘별그대’의 대박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전지현을 아끼는 팬들이 최근 과도한 CF출연으로 그녀의 페르소나가 희석될까 우려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과도한 성형은 드라마 품격 떨어뜨려

톱스타 김희애 역시 자신의 페르소나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여배우중의 하나다. 종영 후 오히려 애잔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jTBC의 월화드라마 ‘밀회’에서 김희애의 페르소나는 넘쳐났다. 당당함과 도도함, 그러면서 내면연기의 디테일 또한 강하다. 그녀의 페르소나는 tvN 예능 ‘꽃보다 누나’에도 똑같이 녹아있다. 드라마 밀회 역시 ‘김희애만이 할 수 있는 드라마’란 평가를 받는 이유다.

심은하와 전지현, 김희애 톱스타들 그 자체가 경쟁력있는 페르소나나 다름없다. 개성 넘치는 그들의 얼굴이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영화든 드라마든 이들에게 클로즈업 샷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시청자들에게 극중 배역 외에 또다른 불필요한 시그널을 주지 않는다.

벌써부터 ‘이러다 제2의 전지현을 볼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우려가 나온다. 외국 TV방송사나 영화제작자들은 이미 고개를 흔들고 있다. ‘한국 여배우들은 왜 자신만의 개성을 스스로 망가뜨리는지 모르겠다’고까지 말한다. 한국 여배우로서 갖는 개성이 사라진다는 안타까운 지적이다. 대신 ‘서구형 표준얼굴’들이 탈개성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뻔한 줄거리의 막장드라마가 갈수록 늘어난다. 열악한 제작비와 시청률 만능주의는 정상적인 드라마시장을 왜곡한다. 그런 만큼 연출자들이 출생의 비밀, 이혼과 복수, 사랑과 불륜, 가족갈등, 신분상승 등 자극적인 막장의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다. 여기에 성형의 범람은 드라마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새로운 막장요소로 등장했다.

많은 시청자들은 페르소나 넘치는 여배우들의 연기력에 몰입하려 한다. 시청자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스타급 성형여배우들의 출연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두거나, 차라리 신인들을 과감하게 발굴하는게 낫겠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여기서 나온다.

쿠키뉴스 방송문화비평가 kyung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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