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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의 미디어비평] jTBC의 ‘비정상회담’, 심야토크쇼 새판을 열었다

[김경호의 미디어비평] jTBC의 ‘비정상회담’, 심야토크쇼 새판을 열었다 기사의 사진
글로벌 인포테인먼트 버라이어티 토크쇼

참신하고 배울것도 많았던 토크 프로그램이다. 식상한 주제에다 틀에 박힌 패널, 뻔한 결론으로 일관되던 심야토크쇼의 장르는 아니었다. 우연히 채널을 맞췄던 시청자들이라도 금새 몰입케 만드는 인포테인먼트 버라이어티 토크쇼라 할까.

jTBC의 ‘비정상회담’(연출 임정아 등 5명, 김명정 등 7명). G20 세계 정상회담과 유엔 총회를 본딴 토크포맷인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토크쇼에서 볼수 없는 재미, 정보, 글로벌 감각, 참석자들간 케미까지 잘 어우러진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이다.

지난 7월 7일 티저프로그램으로 첫 방송을 시작해 지난 8월 4일까지 총 5회가 전파를 탔다. 종편 토크프로그램라는 한계에도 시청률은 3.026%(닐슨 전국 유료방송 가구 기준)을 넘어섰다. 불과 5회에 3%대의 시청률은 재미없고 지루한 장르로 손 꼽히는 토크 대담프로에선 경이로운 기록이 아닐 수가 없다.

흔히 지상파의 간판 토크쇼라면 단연 MBC의 ‘100분 토론’과 KBS의 ‘심야토론’ 등을 떠올린다. 사회적 이슈를 갖고 그 분야 전문가로 통하는 명사들이 출연해 설전을 벌이는 토크쇼는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극히 제한적인 시청자층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주말 황금같은 시간대를 빼앗긴다는 상대적 박탈감 내지 거부감을 대다수 시청자들에게 던져줄 뿐이다. 물론 특정 토론주제에 이해관계를 가진 시청자들이야 관심을 갖겠지만 보통 그렇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토론 내용 대부분 언론보도로 거의 알려진 내용을 갖고 죽기 살기로 자존심 대결을 벌이는 광경은 너무나 지루하지만 익숙한 풍경이다.

심야토크쇼 ‘비정상회담’은 그렇지가 않다. 우선 토론주제가 누구에게나 관심사다. 성교육, 교육, 군대, 대학진학, 체벌, 프러포즈, 결혼관 등 프로그램 내내 주제가 수시로 바뀐다. 더구나 세계 여러나라 청년들이 보고 느끼며 고민하는 글로벌토픽들이 대부분이다. 특정국가에 대한 기존의 지식과 상식이 깨져버리고 시청자들은 어느새 글로벌 사회의 문화적 상대성을 실감하게 된다.

프로게이머와 모델, 비보이, 아나운서 등 다양한 출연자도 볼거리

출연진 구성도 참신하다. 게임전문가부터 배우, 모델, 음악감독, 엔터테이너, TV아나운서, 웹진편집자, 비보이, 마케팅 매니저까지 전세계 11개국 다양한 성장배경의 청년들이 열띤 토론을 벌인다. 출신국가들도 미주, 유럽, 아시아, 심지어 아프리카까지 다양하다.

출연자 모두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한다. 한국말을 배운지 2~3년에 불과하다. 초반부터 20~30년간 영어를 배워도 외국인을 만나면 입을 제대로 떼지 못하는 한국교육의 허상을 톡톡히 실감하게 만든다.

최근 과거사로 맞선 중국과 일본과 같이 해당국 출신 출연자의 팽팽한 신경전도 볼거리다. 중국 장위안(북경TV 아나운서 출신)과 일본 테라다 타쿠야(모델 출신)의 날선 공방과 참석자들의 중재로 인한 어색한 악수는 지금의 중일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준다.

‘비정상회담’은 한국이라는 틀 안에서 바라보았던 관념들을 여지없이 깨버린다. 그만큼 기성세대의 멘털을 뒤흔드는 신선한 충격을 시청자들에게 던져준다. 핫이슈를 세계 11개국 청년들의 관점을 통해 새롭게 재인식하게 만든다. ‘저 나라는 저렇구나’ ‘두 나라 사이 저렇게 차이가 있구나’ 하는 식으로 문화 다양성을 절감하며 그 나라를 새롭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벨기에 출연자의 말은 시청자들의 놀라움을 샀다. 대학 졸업 후 원하는 대학에 모두 진학한다는 사실에서다. 하지만 고교과정은 그야말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유급을 밥 먹듯 한다는 설명은 우리 현실에서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다. 프랑스와 독일의 감정대립도 곳곳에서 묻어나면서 한일 감정 못지않은 역사적 편린을 엿보게 한다.

국가별 개성도 고스란히…철저한 독일마인드가 가장 돋보여

국가별 개성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독일의 다니엘 린데만은 마케팅 매니저로 컨설팅을 한다. 합기도가 3단인 그를 통해 시청자들은 독일 마인드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톱니바퀴 맛물려 돌아가듯 한치의 오차도 없는 독일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실시한 재난교육 당시 철저한 실습으로 배운 심폐소생술로 항공기 안에서 심장발작을 한 승객을 구해낸 일화는 어느 것 하나라도 ‘허투루’ 하지 않는 독일교육의 강점을 대변해주는 것이었다.

캐나다학교의 성교육 현장에 진짜 에이즈환자가 나와서 전해주는 경험담은 학생들로 하여금 성문란의 후유증에 대한 경각심을 불어넣게 했을 것이다. 그것이 캐나다식 실용주의 교육의 진면목이 아닐 수 없다.

‘형제의 나라’ 출신인 터키의 에네스 카야는 확고한 신념과 원칙으로 일관해 터키인들의 합리적인 가치관을 보여주었다. 아이를 학교에 맡길 때 부모들이 교사에게 한다는 ‘고기는 내가 갖고 뼈는 네가 갖어라’는 터키식 믿음의 언어는 우리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한국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사회적 이슈의 해법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 세계 11개국 청년들의 말을 통해 그 나라의 사회정책을 전해들으면서 우리사회의 미숙함을 되돌아볼 수밖에 없게 만든다.

‘제2의 샘 해밍턴’을 방송가에 무더기 배출할 듯

무거운 주제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요즘 주가를 올리는 MBC의 ‘진짜 사나이’의 호주출신 샘 해밍턴에 버금가는 재미를 붇돋우는 출연자들 때문이다. 가나의 샘 오취리는 이미 예능계의 샛별로 방송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G11’ 비정상회담의 청년멤버들은 머지않아 지상파 등 타 방송사에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이 프로그램은 신선하다.

지상파 방송사의 낡은 관념틀과 갖가지 규제 속에 묶인 PD들이 하고 싶어도 할수 없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이런 ‘비정상회담’이 아닌가 싶다. 톡톡 튀는 창의적 프로그램을 열망하는 PD들이 만들어내고 싶은 대표적인 프로그램 중 하나다. 얼마든지 토크쇼도 이렇게 재미나고 유익하며, 공감을 주는 버라이어티로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비정상회담’은 증명해준다.

다만 한가지 걸림돌은 있다. 그래도 완벽하지 않은 출연진들의 한국어 비어와 속어 구사가 가끔 폭소와 재미를 만들어내지만 지상파에서 어떻게 이를 넘어설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케이블방송은 ‘출연자들이 마음 놓고 실컷 떠들게 만드는’ 이른바 ‘난장’을 쉽게 만들어 어색함과 생뚱맞음이 오히려 큰 웃음을 유발하는 반면 지상파는 과도한 안팎의 규제로 인해 엄숙주의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jTBC의 ‘비정상회담’은 토크프로그램의 성장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해묵은 지상파 토크쇼와 신변잡기 폭로주의로 일관하는 종편의 토크쇼를 뛰어넘어 유익한 정보와 재미, 공감 그리고 문화적 상대성까지 이해하게 만드는 ‘글로벌리즘’까지 보여준다는 점에서다.

끝으로 ‘의장’이자 ‘사무총장’인 성시경, 전현무, 유세윤의 무리없는 진행과 2명의 한국인 게스트의 출연도 프로그램 중간마다 색다른 맛을 던져준다. 앞으로 제작진의 보다 창의적인 연출과 출연자들의 보다 다양한 솔직토크가 기대된다.

김경호 방송문화비평가 kyunho@kmib.co.kr blog.daum.net/alps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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