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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의 문화비평] K-POP 스타시스템을 첫 해부했다-영화 <나인뮤지스 : 그녀들의 서바이벌>

[김경호의 문화비평] K-POP 스타시스템을 첫 해부했다-영화 <나인뮤지스 : 그녀들의 서바이벌> 기사의 사진
걸그룹 나인뮤지스 멤버들이 스타제국 연습실에서 안무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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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드는’ 걸그룹 뒷이야기를 다룬 다큐영화

한류 주역인 K-POP 스타들. 사람들은 무대에 선 그들의 화려한 모습에 열광한다. 그들은 글로벌 스타이자 대중문화의 꽃이다.

그러나 무대 뒤편에는 아픔의 뒤안길이 있다. K-POP 아이돌 스타가 되려는 어린 소녀들의 꿈과 희망, 배신, 탈락, 좌절, 애환, 슬픔 등 남모를 피눈물이 잔뜩 배어있다.

9월 25일 CGV에서 개봉된 <나인뮤지스 : 그녀들의 서바이벌>(제작 스타일조선, 민치 앤 필름)은 걸그룹 소녀 9명의 애환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나인뮤지스(9Muses)는 ‘제국의아이들’ ‘쥬얼리’와 함께 연예기획사 스타제국 엔터테인먼트(대표 신주학)가 낳은 대표적인 아이돌 걸그룹의 하나다.

영화 <나뮤>에선 걸그룹 나인뮤지스가 주인공이다. 데뷔 준비부터 데뷔 이후 화려한 무대 위 스타의 모습, 그 뒤에 가려진 소녀들의 땀과 눈물, 고통과 좌절들, 그들이 포기하거나 치러야하는 희생들을 빠짐없이 보여준다. ‘이 정도 그룹 만들려면 10억 든다’는 기획사 대표 말대로 걸그룹 탄생에 숨겨진 모든 비밀과 주변의 욕망과 좌절이 여과 없이 드러나 있다.

영화는 스타제국이 나인뮤지스를 처음 기획하는 장면에서 돌아간다. 모든 것이 수치로 환산되고 이분법적 ‘갑을’(甲乙)논리가 횡행하며, ‘최고 아니면 죽는다’는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K-POP시장에서 9명의 소녀들은 스타의 꿈을 향해 달려가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급기야 데뷔 직전 멤버들의 무단이탈과 리더 교체 등의 최악의 상황에서 끝내 좌절에 빠지기도 한다. 그룹의 히트곡 돌스(Dolls)와 뉴스(News), 글루(Glue), 기브미(Give Me)가 그 곳에서 나왔다. 영화 <나뮤>는 상처와 좌절이 빚어낸 변화, 그 과정을 견디고 살아남은 걸그룹 9명의 풀스토리다. 원년 멤버 9명중 마지막까지 단 3명만이 살아남았다.

K-POP 걸그룹 스타시스템 첫 공개…해외언론들 극찬 잇따라

영화 <나뮤>는 2010년부터 1년간 걸그룹의 숙소와 스타제국 연습실, 방송무대를 중심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다. 연출과 촬영 모두 기자출신인 이학준 감독이 담당했다. 촬영에만 1년이 걸렸고, 다시 편집과 후반작업에 1년이 더 소요됐다. 탐사보도 방식으로 24시간 밀착 취재하다 보니 이감독 스스로 로드매니저를 자처하기도 했고, 때로는 생리대 심부름부터 튀김배달까지 했다고 한다.

영화는 9명의 소녀들이 K-POP 걸그룹으로 조련되어가는 스타 양성과정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처음으로 걸그룹 ‘스타시스템’의 전 과정이 생생하게 공개된 것이다. 아이돌 스타가 되려는 지망생들이나 기획사 연습생 등 청소년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한류스타를 생산하는 ‘스타시스템’ 메커니즘을 처음 보여준다.

걸그룹 지망생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의 독특한 스타시스템에서 혹독한 훈련을 통해 조련되고 진화해가고 있다. K-POP을 탄생시킨 이러한 한국식 스타시스템은 POP의 본고장 영국은 물론 미국 아시아 등 많은 국가 뮤지션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왔다.

그런 탓에 개봉 전부터 해외언론들이 영화 <나뮤>를 주목했다. 이미 영화 <나뮤>는 세계적 권위를 갖는 12개국 국제영화제의 초청을 받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IDFA)와 미국 뉴욕 링컨센터, 프랑스 F.A.M.E 등이 작품성을 극찬했다. 영국의 BBC는 런닝타임 82분물을 52분물로 이미 방송했다.

이학준 감독, ‘K-POP 아이돌 산업은 욕망이 뒤엉킨 불구덩이’

밴쿠버 리뷰의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즈는 “K-POP을 싸이의 ‘강남스타일’로만 알고 있다면 전혀 K-POP에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라면서 “이 영화는 K-POP이 지속되는 과정에 대한 ‘명쾌한 통찰’(Definitive Insights)를 제공한다”고 논평했다. 미국의 빌보드닷컴도 “K-POP을 혐오하는 음악팬들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경이로운 다큐멘터리 스타제국의 <나뮤>가 미국에 상륙했다”고 소개했다.

이 감독은 기자출신 다큐감독이다. 8㎜카메라 하나 달랑 든 채 겁도 없이 밀항선을 타고 국경을 수없이 넘나들었다. 지난 2011년 다큐영화 <천국의 국경을 넘다>는 이렇게 해서 탄생됐다. BBC와 NHK 등 전세계 방송사들이 방송하면서 명작 다큐물의 전범이 됐다. 기자출신 감독이라 다큐영화에 더욱 강하다.

‘과연 매니저는 가해자, 스타지망생은 희생자인가’

‘스타들은 불만을 갖으면서도 차마 연예기획사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갓 스물을 넘은 그들은 마치 인생을 다 배운 사람 같은, 교과서 같은 대답을 천연덕스럽게 한다. 이미 인생의 정점에 서버린 저 어린 영혼의 나머지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

이 감독은 이같은 ‘선입견’을 모티브로 삼았다. 마지막 결론은 하나였다. 아이돌산업이란 서로의 욕망이 만들어낸 비즈니스 현장이 아닌가, 그리고 스타를 만들어서 명예와 부를 거머쥐겠다는 욕망이 그들을 스스로 옥안에 가둔 것이 아닌가하는 사실.

그는 “TV화면 앞에 숨어서 어린 소녀들의 노출과 노래, 춤을 요구하는 우리들의 욕망이 그들을 불구덩이로 몰아세웠다는 생각도 했다”면서 “한국의 아이돌 산업을 보면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소비자들의 욕망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나뮤> 개봉 전날 그가 TV드라마에 도전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TV조선이 9월 27일 첫 방송하는 16부작 주말드라마 <최고의 결혼>(연출 오종록 극본 고윤희)에서다. 드라마PD들이 흔히 말하는 ‘입봉’(入門)은 아니지만 ‘기획PD’로서 드라마제작에 첫발을 들여놨다. 고 김종학 감독 아래서 그는 조연출을 맡은 적이 있다. 조만간 단막드라마를 직접 연출하겠다고 한다.

다큐감독의 TV드라마 첫 도전…주말드라마 ‘최고의 결혼’ 제작팀 합류

논픽션 다큐전문인 이감독이 픽션의 TV드라마를 어떻게 만들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그의 타고난 ‘끼’가 내면의 창의력과 상상력, 포기를 모르는 열정과 뒤섞여 화학작용을 한다면 ‘대박드라마PD’도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은 아닌 듯 싶다.

이감독은 영화 <나뮤>를 통해 K-POP 스타시스템을 처음 해부했다는 점에서 국내외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를 통해 한국의 스타시스템에 내면화된 ‘자본의 법칙’이 인간의 욕망과 인권의 두 경계를 수시로 넘나들게 만든다는 점을 알게 됐다. <천국의 국경을 넘다>와 마찬가지로 이감독은 <나뮤>에서 끝없는 인간욕망의 본질과 한계점에 한발 다가가려 했던 것 같다. 욕망이라는 원초적 본능을 가진 인간들이 자신을 옭아매는 사회규범적 틀 안에서 생존과 목표를 향해 어떻게 몸부림치고 가는지 속살을 들여다보려 한 것은 아닐까.

영화 <나뮤>에서 9명의 소녀 외 감독도 주인공이 아닐까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어쩌면 영화 <나뮤>는 걸그룹만이 아닌 감독 자신의 독백일지도 모른다는….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인뮤지스를 촬영하면서 저는 어린 시절의 제 모습을 종종 만났습니다. 목표를 앞에 두고 무너진 많은 재능없는 인간이었습니다. 유난히 가난해서 욕심내던 모든 것을 누릴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포기할 줄 모르는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이었습니다. (중략) 그녀들이 스타가 되는 것보다, 그녀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친동생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김경호 방송문화비평가 alps1959@hanmail.net

blog.daum.net/alps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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