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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의 방송문화비평] 명품연기가 받쳐준 막장의 지존? ‘왔다! 장보리’가 드라마시장에 남긴 것들…

[김경호의 방송문화비평] 명품연기가 받쳐준 막장의 지존? ‘왔다! 장보리’가 드라마시장에 남긴 것들… 기사의 사진
<장보리>는 준(準) 국민드라마, 흥행의 비결이 담겨있다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연출 백호민 극본 김순옥)가 지난 5일 드라마연장 2회분에 대한 야외촬영을 모두 마쳤다. 10월 12일 마지막회인 52회 방송으로 <왔다! 장보리, 이하 장보리>는 사전제작을 마무리했다. 아시안게임 개막 등으로 인한 결방으로 시간에 쫓기는 ‘쪽대본’ 없이 여유있게 사전제작을 마친 것도 드라마제작관행에 매우 바람직한 사례가 아닐 수가 없다.

<장보리>는 아시안게임이 개막된 직후인 9월 21일 48회분에서 시청률이 무려 37.3%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 바람에 ‘국민드라마’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마(磨)의 40%’를 과연 돌파할 것인가 방송가의 최대 관심사였다. 아쉽게도 50회가 방송된 5일 시청률은 33.4%를 기록했다. 지난 2월 종영한 KBS 2TV의 ‘왕가네 가족’이 47.3%를 기록했었다. 여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0~20% 안팎에 머무는 요즘 드라마시장 상황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시청률이다.

높은 시청률의 <장보리>가 TV드라마시장에 남긴 것은 과연 무엇일까.

◇흥행비결의 비결=<장보리>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을 주테마로 삼았다, ‘성공하기 어려운 해묵은 소재 아니냐’는 예상도 적지 않았다. 선과 악의 대비가 너무나 뚜렸했고, 스토리 전개와 결말은 너무나 뻔했다. 하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뻔한 결말의 드라마’는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장보리>는 지난 4월 5일 첫 방송을 시작한 후 6개월 내내 끊이지 않는 ‘막장’ 논란속에 오히려 주말 안방극장을 달구었다. 덕분에 MBC <호텔킹>이 후광효과를 보았다. 결국 작품성에서 승부를 걸수 없다면 시청자들이 중독성을 갖게 하는 연출과 극본, 연기라는 3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야 대박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여기에 초반부터 ‘막장’을 둘러싼 노이즈마케팅 역시 적중했다.

◇다양한 장르 복합=정극 외에 로맨스와 스릴러, 코미디까지 모든 장르를 녹여넣었다. 심지어 ‘미국CSI물이냐’ 할 정도로 미드식 범죄물 수사물의 구성이 일관성있게 드라마를 관통하고 있다. 출생의 비밀에 얼킨 미스테리는 후반부 절정에 이르기까지 수사물을 방불케하는 스릴러 구성으로 긴장과 반전을 연출했다. 주인공은 물론 주변인물 곳곳에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로맨스가 잔뜩 묻어있다. 심지어 장보리 생모 인화(김혜옥 분)의 과거 사랑까지 뒤얽혀 있다. 여기에 강내천(최대철 분)과 정란(우희진 분)은 개콘 수준을 넘는 과도한 코미디구성까지 차용했다. 매회 순간순간 코미디가 끼어드는 과도한 상황설정은 ‘시청자를 우롱하나’는 짜증을 유발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한개 장르로 대박드라마를 만들기는 어렵다는 점, 그리고 로맨스와 코미디는 반드시 들어가야할 필수 장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얼키고 설킨 막장코드=제작진은 시츄에이션 중심의 일일드라마 구성요소를 꾸준히 삽입하여 빠른 전개와 반전을 시도했다. 사랑과 욕망, 외도와 불륜, 출생의 비밀, 권력암투, 배신과 복수 등 그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충실히, 그리고 가장 강한 극단적 구성으로 엮어넣었다. 여기에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은 정극 상황조차 막장코드로 몰아버리는 시너지 효과를 냈다. 더구나 빠른 연출이 빚어낸 반전, 긴장, 그리고 풀림의 효과는 막장효과를 더욱 극대화했다.

◇악역배우 연기력=<왔다! 장보리>가 아니라 <간다! 연민정>이 더욱 어울릴지도 모른다. 주연은 장보리(오연서 분)가 아니라 악녀 연민정의 역을 맡은 이유리의 연기력이 결정적인 흥행의 견인차였다.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할수 있을까!’할 정도로 악역을 200% 소화해낸 이유리의 연기력은 누구도 흉내낼수 없을 정도였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모두 이유리가 용보를 바라보는 장면을 최고의 장면으로 손꼽았다. 마치 악녀의 영혼을 담은듯한 ‘내면연기’는 배우 이유리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막장 아닌데 왜 막장이라 하느냐’는 김순옥 작가의 항변은 원래 시나리오를 훨씬 뛰어넘는 ‘악녀’ 이유리의 명품연기력이 빚어낸 인식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연민정의 생모 도혜옥(황영희 분)의 자식을 위한 부분별한 악행도 빛을 발했다. 장비단 역을 맡은 아역 김지영의 연기는 성인연기력을 뛰어넘어 ‘김지영표 연기’를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많다.

◇통속소설식 주부드라마=한가족이 모이는 황금시간대 30~40대 여성층의 ‘내적 분노’를 강하게 자극했다. 여성시청자들의 약자에 대한 연민을 바탕으로 권선징악의 코드를 바탕에 깔아놓은 통속드라마 즉, 소웁 오페라(Soap Opera)의 전형이었다. 1930년대 라디오 탄생 직후 미국에서 통속극의 시청대상이 주부들이었는데 이로인해 비누와 세제, 주방용품 회사들이 자사제품을 소비하는 주부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의 스폰서나 광고주가 되었던 사실에서 유래한 말이다. <장보리>는 ‘오리지널 악녀’ 이유리의 악행에 분노하며 무기력한 장보리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을 극적 이분법으로 대비시키는데 성공했다. 주시청자인 주부들의 ‘분노와 정의’라는 감정적 시청개입은 자연스레 주말 가족간 의제(Family Agenda)를 만들고 자연스레 사회적 논란으로 증폭되는 입소문의 단초를 만들어냈다.

◇막장은 곧 대박=<장보리>는 상업적 측면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국민드라마’ 반열에 근접한 높은 시청률, 강한 중독성을 내뿜는 ‘반전과 반전’의 구성은 TV광고시장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렇다 할 작품이 없었던 MBC에게 드라마가뭄에 터진 최고의 효자프로그램이다. 매회 광고완판으로 1회당 5억원 이상 일주일에 최소 10억원 이상의 높은 수익을 냈다. 당초 시리즈 50회에서 연장 2회분까지 합치면 줄잡아 본방에서만 <장보리>는 260억원을 넘는 막대한 수익을 기록했다. 이 뿐 아니라 기존 재방송분과 향후 영상콘텐츠료까지 합하면 <장보리>의 추가수익 및 향후 기대수익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막장=흥행’의 공식 이제 깨져야할 때

‘높은 시청률=좋은 드라마’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자본집중이 가속화되는 방송드라마시장에서 ‘시청률만 높으면 최고’라는 믿음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멍텅구리TV' 시대에 만들어진 시청률조사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비판이 높다. 다행히 TV에 부착된 텔레미터방식이 아니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다양한 기기로 콘텐츠파워지수(CPI)를 조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시청률을 높이려는 편법과 왜곡된 제작기법은 드라마시장은 물론 방송광고시장까지 왜곡한다. ‘정말 잘 만든 좋은’ 드라마가 갈수록 설 땅이 없어진다. <장보리>는 오늘의 TV드라마 흥행의 비결을 잘 보여주고 있다. 흥행드라마제작의 새로운 포맷이나 교과서가 될 지도 모르겠다. <장보리>가 한류시장에서 제2의 <대장금>, 제2의 <겨울연가>가 되길 바랄 뿐이다.

김경호 방송문화비평가 alps1959@hanmail.net blog.daum.net/alps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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