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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의 미디어 비평] 리얼 다큐 같은 TV드라마 ‘미생’ … ‘아픈 청춘’들의 직장내 필살기

[김경호의 미디어 비평] 리얼 다큐 같은 TV드라마 ‘미생’ … ‘아픈 청춘’들의 직장내 필살기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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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드라마시장에 불어닥친 ‘미생 신드롬’

주말드라마 tvN의 <미생> 돌풍이 갈수록 거세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마음을 헤집어놓고 놓았다. 인턴부터 은퇴앞둔 베이붐세대까지 이 시대 직장인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직장인 필살기’가 TV드라마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매일 신문과 인터넷매체들이 <미생> 기사를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아무리 ‘국민드라마’라 해도 과거에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 드라마를 보지 않고는 퇴근길 대화에는 끼지도 못할 판이다. 직장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너! 미생 봤어? 근데 눈물이 나더라~내 이야기더라’

케이블채널 tvN이 <미생>(김원석 연출, 정윤정 극본)으로 또다시 초대형 ‘사고’를 쳤다. <응답하라! 1994>에 결코 못지 않는 무서운 열풍이다. ‘젊은 직장인 비애’를 다룬 <미생>은 이제 사회적 담론(談論)이 돼가고 있다시피 한다. <응사>가 로맨틱 리얼리티로 그린 ‘젊은 대학생들의 초상화’라면 <미생>은 ‘사회적 루저’인 젊은이들의 ‘생존을 위한 필살기’라 할 수 있다.

프로바둑입단을 꿈꾸며 청소년기를 보낸 장그래(임시완 분)가 프로입단이 좌절되면서 벌어지는 생존의 이야기들이다. 그는 아버지가 새상을 뜨고 어머니의 감자탕집마저 폐업한 후 어머니의 공공근로와 알바 생활로 고군분투한다. 퀵서비스에서 자장면 배달, 주점 서빙 종업원까지 ‘닥치고 알바’생이다. 우여곡절 끝에 낙하산 인턴을 거쳐 비정규직 2년제 사원으로 종합상사 ‘원 인터내셔널’에 입사하며 벌어지는 새내기 직장인의 애환을 다뤘다.

이 드라마의 제목 <미생>(未生)은 우리들의 불완전한 삶을 암시한다.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한 상태에 이르지 못함을 이르는 미생은 불완전한 존재를 일컫는 말이다. 죽을 수도 있고 살 수도 있다. 별수 없이 완생(完生)을 향해 무작정 달려가야만 한다.

<미생>은 ‘내 이야기’…직장인들의 공감이 열풍의 진원

드라마 ‘미생’이 우리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느 멜로드라마에나 볼 수 있는 통속적인 로맨스도 없다. 흥행보증수표로 불리는 ‘왔다! 장보리’식 ‘막장’은 더구나 없다. 그렇다고 연기력이 출중한 당대 최고의 명배우들이 출연한 것도 아니다. 나아가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만든 블록버스터도 아니다.

다른 드라마에 없는 단하나. <미생>은 ‘나의 이야기’이다. 사회전체를 구성하는 직장인들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시회적 공감의 폭도 그만큼 컸다. 수백대 1의 경쟁률에 밀려 좌절하는 취업준비생, 미래가 없는 암울한 대학생,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지 않는 한 우리 젊은이들은 퀵서비스에 편의점 알바와 주점서빙 등 ‘닥치고 알바’를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가 없다. 이 드라마에 그려진 장그래의 애달픈 하루살이 삶은 지금 우리 젊은이들의 초상(肖像)이다. ‘적성을 살려라’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기성세대의 조언은 그야말로 이들에게 감정의 사치나 다름없다. 장그래 역시 그렇게 하고픈 ‘프로바둑’은 더 이상 인생의 스펙이 되지 못했다.

젊은이들은 <미생>에 열광한다. 그들에게 앞날의 꿈과 희망이 없다. 오직 취직만이 최고과제일 뿐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매일 그려내는 ‘강남 드라마’는 꿈같은 판타지다. 현실이 아닌 우리사회 최상위 계층 5% 그들만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미 루저가 되어버린 젊은이들에게 허무맹랑한 브라운관속의 이야기들은 잠시 고된 현실을 잊게 하는 환각제와도 같다. ‘나는 언제 저런 삶을 살 수 있을까’. 미생들에겐 결코 넘보기 어려운 멀고 ‘남의 이야기’다.

이같이 미생은 직장인들 모두의 이야기다. 고졸 검정고시 출신 인턴 장그래가 겪는 비정규직의 설움과 애환은 비단 20대만은 아닐 것이다. ‘몸으로 세상을 알아버린’ 나이든 만년과장 오상식(이성민 분)의 독백 등 출연진의 한마디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꿰뚫는다. 중장년층 역시 감정이입하며 드라마에 몰입한다.


‘대안이 없으면 그냥 버텨라. 그게 바로 사는 거다’

‘길이란 걷기 위한 것이 아니고 앞으로 걸으면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아! 시말서를 미리 써볼까? 과장님꺼 한 장, 내꺼 한 장! 망했다. 그래도 잘 써놓는게 낫겠지?’

‘빽도 없는 새끼, 여기 왔어. 새파란 신입앞에 당할래? 아니면 옥상으로 갈래?’


‘사회적 루저’인 젊은이들의 생존기에 노·장년까지도 공감

장그래를 보며 자신의 신입시절을 떠올리는 오과장이 내뱉는 한마디. 그야말로 중장년 직장인들에겐 촌철살인이다. 후배들에 치일까 노심초사하는 고참과장의 필살기는 눈물겹기만 하다. 이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한마디는 직장인들에게 가슴에 담고 살아야 할 인생철학이자 ‘손자병법’일지도 모른다.

동기들간 치열한 경쟁은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스펙없는’ 장그래와 실력보다 눈치로 밀고가는 한석율(변요환 분), 능력은 출중하나 여성이란 유리천정에 갇힌 안영이(강소라 분)의 사회적 관계 역시 시청자들은 자신의 주변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이렇게 <미생>에는 직장인들의 비애들이 배어있다. 그러다보니 시청자층이 노장청(老長靑)직장인들까지 뻗어있다. 모두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TV화면에서 교차시킨다. 앞만 보고 달려온 40대와 50대의 회한이 생생하게 묻어난다. 주인공 장그래의 아버지뻘 세대의 이야기는 오늘날 50대 베이붐세대가 당면한 한 장면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결코 ‘위안아닌 위안’의 말이다.
<미생>을 보는 40~50대 시청자들 역시 ‘너만 아프냐? 우리도 아프다’고 자조한다. 20~50대를 오르내리는 자조와 회의는 드라마 공감의 폭을 더욱더 확대시킨다.

지난 10월 17일 첫 회를 시작한 <미생>은 지난 11월 1일 6회를 방송했다. 6회 이전의 짧은 시간에 ‘미생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시청률은 4~5% 안팎(닐슨코리아 전국단위 집계)을 기록했다. 하지만 케이블방송의 구조적 한계를 감안하면 이미 지상파방송 시청률 20%이상을 이미 넘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상파라면 ‘국민드라마’의 기반에 올라섰을 것이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시청자들의 반응은 참으로 다양하다. 사회모순을 성토하거나 기성세대에 대한 질타, 나아가 하향평준화 되는 지상파 TV드라마에 대한 비판 일색이다.

‘직장인의 비애를 너무나 잘 표현했다’ ‘사회생활 백서같은 드라마’ ‘눈물 난다고 달면 너무 평범한 댓글’ ‘보면서 울고 웃고, 본방사수에 재방 3방을 본다’ ‘막장 드라마 작가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힐링드라마’ ‘장면마다 내 모습이 겹친다’ ‘서글픈 인턴을 거쳐서 을이 되는 현실’ ‘출퇴근하며 발 동동 구르는 워킹맘, 어디가도 죄인같은 워킹맘’ ‘가슴 먹먹해지는 우리들의 슬픈 이야기’…

‘나만의 바둑이 있다’… 완생을 향한 직장인들의 무한질주

시청자 댓글은 끝이 없다. 댓글 한줄 한줄마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애잔한 사연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드라마 <미생>이 던진 가슴먹먹한 우리들의 슬픈 이야기는 참으로 반향은 컸다. 앞으로 20회까지 방송될 <미생>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어 갈지, 그리고 초기의 달아오른 ‘미생열풍’을 어떻게 이어갈지 방송가의 최대 관심사다.

‘나만의 바둑이 있다’. 장그래의 독백에 누구든 공감한다. 오늘 미생이지만 내일의 완생을 향해 쉴새없이 달려간다. <미생>은 대박드라마가 멀리 있지 않다는 교훈을 일깨워주었다. 공감대가 없는 상투적인 사랑타령이나 뻔한 막장식 문법은 시청자들의 외면을 초래할 뿐이다.

드라마 <미생>은 하향평준화된 TV드라마시장에 완생의 정도(正道)를 가르켜 준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이들의 가슴에 ‘공감’이 짙게 남을 때 최고의 드라마가 된다는 사실을…

<미생>을 보면 드라마라기 보다는 오늘날 직장인들의 고된 삶을 드러내주는 ‘리얼 다큐멘터리’ 가 아닌가 착각하게 만든다.

김경호 방송문화비평가 alps1959@hanmail.net.

blog.daum.net/alps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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