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피고인’ 이정헌, “착한 역할도 할 수 있어요”

주일엔 가족과 교회 출석하는 크리스천 연기자

강민석 선임기자

배우 이정헌(47)은 최근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로 종영한 '피고인'에서 로펌 대표 여성수 역할을 연기했다. 주인공 지성을 괴롭히는 엄기준의 조력자로 등장한 이정헌은 비중이 크지 않은 인물임에도 시청자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으며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차기작 준비로 바쁜 이정헌을 최근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이정헌은 '피고인'에서 로펌 대표지만 권력과 돈을 쥔 편에 선 캐릭터였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 본 그는 선한 인상이었다. TV에선 악역을 많이 맡은 이정헌은 의외로  20대 때부터 교회에 꾸준히 출석하는 등 반듯한 면모를 가진 '반전 매력' 있는 남자였다. 시청자들의 남다른 관심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피고인에서 비중이 크지도 않은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좀 놀랐어요. 아마도 과거에 해온 역할도 있고 영향력 있는 인물이어서 궁금해하시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드네요."

사진 제공=MBG엔터테인먼트, SBS 드라나 '피고인' 영상 캡처

이정헌은 불교 신자인 어머니 밑에서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러다 바로 손위 누나가 '스티브 존슨'이란 희귀병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가는 불행을 겪었다. 그 당시 누나는 3~15%의 높은 치사율의 범주 안에 들어 담당의도 포기한 상황이었다. 당시 절박했던 상황을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붙드신 건 하나님이었어요. 고열로 고비를 맞은 누님을 위해 밤새도록 기도하셨어요. 다행히 다음날 열이 떨어져 담당의도 많이 놀랐다고 하더군요."

강민석 선임기자

이때 이정헌은 20대 후반이었다. 그날 이후 어머니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교회에 나가셨다. 이정헌은 반신반의하면서도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믿을 수밖에 없었고 주일성수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가족이 다같이 온누리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아직까지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지 못했지만 십계명을 하나하나 충실히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모든 것을 하나님이 주관하심을 믿고 따르겠다는 것이 저의 기도 제목이에요."

지금은 깊은 신앙심과 역할에 따라 변화하는 '천의 얼굴'을 지닌 배우가 됐지만 이정헌의 본래 꿈은 연기자가 아니었다. 그는 원래 핸드볼, 럭비를 하며 체고 진학을 결정했으나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 때문에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돈을 빨리 벌고 싶은 마음에 체고를 포기하고 예고에 진학해서 연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정헌은 대학 졸업 후 1995년부터 대학로에서 연극 무대에 서며 다양한 역할을 경험했다. 한달 개런티로 불과 20만~40만원을 받았지만 꿈만으로도 배부른 나날이었다고 한다. 

"제가 선택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경제적으로는 풍족하지 않았지만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어요."

강민석 선임기자

그러던 중 1999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을 통해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겼다.  

"오디션을 보러 오라고 해서 갔는데 인터뷰가 끝나고 변학도 역을 준비하라고 했어요. 처음 대본을 받아들고 기분이 붕 떴어요."

임 감독은 이미 대한민국 최고의 감독이었고 그 당시 신인 배우 발굴에 많이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정헌은 유명 감독과 첫 작품을 하면서 감독이 의도하는 변학도 캐릭터를 어떻게 잘 표현할까 끊임없이 연구했다. 

그러다 '춘향뎐' 이후 마땅한  소속사를 찾지 못한 그는 충무로 판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연극 무대로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절차부심한 끝에 이정헌은  2003년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에서 박 중사역을 맡았다. '실미도'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인만큼 이정헌도 자부심을 갖고 그의 대표작으로 꼽았다. 그러나 변학도에 이어 박 중사 역을 맡으며 그의 역할은 악역으로 고정됐다. 반복되는 악역 캐릭터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도 루키한 역할, 순한 역할 등 지금까지 해온 것과 상반된 역할을 하고 싶어요. 악의 편에 서는 고정된 이미지를 바꾸고 싶지요."

사진 제공=MBG엔터테인먼트

사진 제공=MBG엔터테인먼트, SBS 드라나 '피고인' 영상 캡처

이정헌은 '피고인' 종영 후 함께 연기한 배우들을 통해 많이 보고 배우며 자극제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성씨는 몰입도가 강하고 역할에 충실하려고 스스로 피폐한 모습을 만들 정도로 자기 관리가 철저한 배우예요. 엄기준씨는 쌍둥이 양면의 모습을 잘 표현하는 것을 보고 많이 배웠어요. 이런 배우들과 연기한 게 제 복이지요.(웃음)"

현재 차기작으로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 이정헌은 "앞으로 꾸준하게 활동할 수 있는 힘과 에너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제 나이에 맞게, 역할에 맞게 잘 표현하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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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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