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트럼프 탄핵심판 개시… “화난 트럼프, 변호인 향해 고함 쳐”

표결 전 토론서 승리 거둔 민주당
트럼프 실제 탄핵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2차 탄핵 심판이 시작된 9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 상원 본회의장에서 하원 탄핵소추위원단장인 민주당 제이미 래스킨 하원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상원이 퇴임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9일(현지시간) 결정했다.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상원 탄핵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상원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헌법에 합치하는가’를 두고 표결한 결과 찬성 56명 대 반대 44명으로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민주당 상원의원 전원(50명)이 찬성했고 공화당 상원의원 6명이 가세했다. 지난달 26일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이 “퇴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위헌”이라고 문제를 제기해 진행한 표결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5명이 반란표를 던진 것을 감안하면 2주 만에 민주당에 동조하는 공화당 의원이 1명 늘어났다. 빌 캐시디 공화당 상원의원이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상원 표결에 앞서 4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의 승자도 민주당이었다. 탄핵소추위원단을 이끄는 제이미 래스킨 민주당 하원의원은 감성 호소 전략을 펼쳤다. 발언대에 오르자마자 지난달 6일 의사당 난동 사태 당시 모습이 담긴 13분짜리 영상을 튼 그는 “이게 탄핵돼야 할 범죄행위가 아니라면 탄핵감인 사안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영상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사당 인근 집회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지옥에 온 것처럼 싸우라”고 선동하는 장면, 이에 의사당으로 몰려간 지지자들이 폭도로 변해 아수라장을 만드는 모습 등이 고스란히 실렸다.

라스킨 의원은 난동 사태 당일 딸이 의사당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딸을 잃게 될까 두려웠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은 수차례 미흡한 모습을 노출했다. 부르스 캐스터와 데이비드 쇼언 변호사는 애초 현직 대통령이 아닌 트럼프는 탄핵당할 수 없으며, 난동 사태 당시 연설도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는다는 논리를 펼치려 했지만 논점을 제대로 짚는 데 실패했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평가다. 이들의 변론은 헌법에 전직 관리를 탄핵 못 하도록 하는 내용이 없고, 표현의 자유는 대통령이 연방정부 공격을 선동하는 것까지 보호해선 안 된다는 민주당 반박에 논파됐다.

급기야 캐스터 변호사는 변론 순서가 바뀐 것에 대해 변론 말미에 “솔직히 말하겠다. 소추위원단(민주당)이 변롤을 잘해 변화를 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란표를 던진 캐시디 의원은 “트럼프 변호인단은 체계적이지 못하고 회피적이었다”며 그들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어 입장을 바꾸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자신의 변호인단에 대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방송은 익명의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변호인의 변론을 TV로 지켜보다가 변호인들을 가리키며 고함을 질렀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제로 탄핵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평가다. 상원에서 그의 탄핵이 확정되려면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하다. 공화당에서 최소 17명이 이탈해야 한다는 의미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탄핵심판 기간을 최소화하려는 방침이라 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최종 표결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