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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도권 500여채… ‘세 모녀 전세 투기단’ 꼬리 잡았다

빌라를 중심으로 '무갭투자'가 성행하면서 대규모 깡통전세 사태가 발생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빌라와 다세대 주택 밀집지역. 연합뉴스


경찰이 서울 강서구와 관악구, 은평구 등 수도권 일대 70여명의 빌라 전세보증금을 돌려 주지 않아 ‘모녀 전세 투기단’으로 불리는 세 모녀 사건을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이들은 전국에서 많을 때는 500채가 넘는 주택을 소유하며 임대사업을 해왔다. 전세 계약 종료가 임박해서야 세입자들이 보증금 미반환 사실을 아는 경우가 많아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국토교통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피해 사례를 분석한 결과, 김모(56)씨와 그의 딸 박현주(가명·32), 민희(가명·29)씨 세 모녀는 2019년 기준 최소 524채가 넘는 임대주택을 소유하고 있던 것으로 9일 파악됐다. 주택은 두 딸 명의로 돼있지만, 임차인과의 계약과 연락은 김씨가 도맡았다.

이들이 임대주택을 크게 불린 것은 두 딸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이후다. 민희씨와 현주씨는 각각 2017년 8월과 9월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등록 당시 이들의 보유 주택은 12채였으나 전세를 떠안는 ‘갭 투자’ 형태로 주택을 눈덩이처럼 불렸다. 두 딸 명의 주택 수는 2년 만에 524채로 급증했다. 이는 2019년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해 논란이 됐던 강모씨(임대주택 283채)의 2배에 이르는 규모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주택을 늘린 시기는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국토교통부가 다주택자들을 임대사업자로 돌리기 위해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다.

두 딸의 보유 주택수는 2020년에는 417채, 2021년(5월 기준)397채로 줄었지만 여전히 400채에 육박한다. 규모가 준 것은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와 무관치 않다. 세입자에게 주택을 떠넘기거나 경매로 넘어가 물량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세 모녀 소유의 주택에서 살고 있는 전세입자 대다수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험’ 같은 안전장치도 없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험은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반환을 거부할 경우 HUG가 대신 보증금을 지급해 주는 제도다. 취재 결과 세 모녀 임대주택 중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험에 가입한 주택은 지난해 기준 125건으로 전체의 30%에 불과했다. 이중 지난해 18건(30억원)의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HUG에 이미 접수됐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해당 임대주택에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이 주로 거주해 이들의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 의원실은 전세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불량 임대사업자 매물이 전국에 최소 1만채는 될 것으로 추정한다. 기존 보증금 미반환사고 건수와 보증보험 가입 비율 등을 역산하면 전체 피해 건수는 2만7000건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주택 1채당 HUG 보증금 미반환사고 평균 금액이 2억원임을 감안하면 전국에 터지지 않은 ‘불량 전세 피해금’ 폭탄은 5조원에 달한다.

김판 박장군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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