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만호] n번방, 독일 리포트, 소년소녀가장돕기… 세상을 바꿨다

국민일보는 1988년 12월 10일 창간했습니다. 세계 인권의 날에 맞춰 지령 1호가 발행됐습니다. ‘사랑·진실·인간’의 창간이념을 품고 달려온 지 30여년 만에, 6월 24일 지령 1만호를 선보이게 됐습니다.

1만번 신문을 만들면서 세 가지를 지켜왔습니다.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말씀처럼 낮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진실이 최후에 승리한다”는 신념으로 모든 진실을 보도하고, 창간 편집국에서 치열하게 토론한 결과대로 “치우침 없이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려 노력했습니다.

격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이제 지령 2만호를 향해 나아갑니다. 국민일보는 ‘콘텐츠의 힘’에서 방향을 찾으려 합니다. 다양한 형식의 미디어에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어떤 형식의 미디어에도 통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끊임없이 개발할 것입니다.

지령 1만호는 종이로 발행하지만 다시 30여년 뒤 2만호가 어떤 모습으로 독자를 찾아갈지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보는 시선과 균형 잡힌 시각과 진실을 향한 열정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n번방 추적기' 시리즈 보도로 제52회 한국기자상 대상을 수상한 국민일보 기자들이 지난 2월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국민일보는 한국 사회의 하루 하루를 성실하게 기록하는 한편 보다 나은 사회로 밀고 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수많은 특종과 탐사보도, 기획시리즈, 캠페인 등을 통해 바위를 밀어올려온 33년이었다. 사랑, 진실, 인간이라는 사시는 이 과정에서 나침반이 돼주었다.

국내 최고 권위의 언론상으로 꼽히는 한국기자상은 ‘n번방 사건’을 보도한 국민일보 특별취재팀과 한겨레신문 사건팀을 2021년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국민일보 특별취재팀은 n번방으로 불리는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 대한 9개월 간의 잠복·밀착 취재를 통해 성착취 영상이 불법 제조·유통되는 현실을 고발했다. 한 해의 보도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기자상에서 대상 수상작이 나온 건 2016년 이후 4년 만이다.

학계의 논문 표절 풍토에 경종을 울리고 논문 검증을 공직자 심사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게 한 ‘김병준 교육부총리 논문 표절 의혹’ 보도(2006년) 역시 세상을 바꾼 국민일보의 특종이다. 2017년에는 교수들이 논문에 자녀를 공저자로 올려 스펙을 만들어주는 ‘교수 자녀 논문 끼워 넣기’ 실태를 최초 보도했다. 일련의 논문 관련 보도를 통해 국민일보는 연구 윤리 부정 감시의 전통을 만들었다.

이밖에도 생리대 살 돈이 없는 소녀들의 존재를 처음 알린 ‘깔창 생리대’(2016년), 북·중 국경지역에서 북한 문화재들이 밀거래되는 실태를 처음 알린 ‘팔려다니는 북한문화재’(2005년), 17대 총선의 판도를 뒤흔들어 놓았던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2004년) 등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보도를 이어왔다.

백담사 경내를 산책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 모습을 포착한 ‘民을 거스르면 民이 버린다’(1988년), 말로만 떠돌던 선거 현장의 현금 살포 장면을 촬영한 ‘숨겨진 돈 선거’(1992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악수 장면을 잡아내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상징하는 사진이 된 ‘55년만의 감격의 악수’ 등 사진 특종도 많았다.

국민일보는 지난해 한국기자협회가 매달 선정하는 ‘이달의기자상’을 6회나 수상했다. 지난 달에도 하윤해 워싱턴특파원이 북한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을 구출한 반북단체 자유조선의 크리스토퍼 안을 세계 언론 최초로 인터뷰해 이달의기자상을 받았다.

국민일보는 탐사보도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전담팀을 운영해왔다. 이를 통해 ‘사형수 63인 리포트’(2006년), ‘잊혀진 만행, 일본 전범기업을 추적한다’(2010년), ‘대한민국 데프블라인드 리포트’(2020년) 등 심층 보도물을 내놓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미래를 향해 던져야 할 메시지를 고민해왔다. 매주 한 면씩 8개월간 지속된 ‘기후변화, 조용한 재앙’ 시리즈(2008년·총 30회)와 2년에 걸쳐 8개월간 연재된 ‘이제 자전거다’ 시리즈(2007∼2008년·총 43회)는 환경 위기에 대한 국민일보의 고민과 시각을 담은 대형 기획물이었다.

사실 환경 문제는 창간 이래 국민일보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의제였다. 1991년 전국 항만 중 가장 오염이 심한 지역으로 전락한 마산항을 되살리기 위해 ‘마산항 살리기’ 캠페인을 벌였고, 2007년 12월 충남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이후엔 기독교계와 함께 ‘서해안 살리기 운동’을 벌이며 끈질기게 피해 지역을 지원했다.

2013년에는 ‘독일 리포트’ 시리즈를 9개월에 걸쳐 연재했다. 저성장시대 성공 모델을 독일로 보고 18명의 특별취재팀을 구성, 현지 취재를 통해 독일의 강점인 강소기업과 노사관계, 사회적경제는 물론 교육, 복지, 정치, 통일, 교회까지 속속들이 소개했다. 이 시리즈는 동명의 책으로도 출판됐다.

국내외 이슬람 전문가들과 함께 이슬람의 국내 확산에 따른 문제점들을 다각도로 짚어본 ‘이슬람이 오고 있다’ 시리즈(2008년) 역시 이전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이슬람 문제를 처음으로 공론화했다.

국민일보는 시의적절하고 필요한 공익 캠페인을 위해 인력과 지면을 아끼지 않았다. 휴머니즘이 돋보이는 국민일보의 여러 캠페인은 시민들과 기독교계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적지않은 성과를 거뒀다.

창간 직후 신문 정체성에 맞는 장기캠페인을 찾고 있던 국민일보는 1989년 1월 ‘소년소녀가장돕기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전국의 소년소녀가장은 9000여세대에 달했고, 사회의 지원을 받지 못해 생활과 학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캠페인은 20년 넘게 이어지며 국민일보 최장수 캠페인이자 대표 캠페인이 되었다.

1999년 12월에는 ‘해외 입양인 가족찾기’는 시작해 7개월간 지속했다. 지면에 고정 코너를 만들어 해외로 입양된 사람들이 국내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캠페인은 한국신문상, 최은희여기자상 등을 받았다.

백혈병 등 혈액암으로 투병 중인 환자들에게 적절한 탯줄혈액 조혈모세포(골수)를 찾아 무료로 제공하는 조혈모세포 기증 캠페인, 수목장을 적극 알린 장묘문화 개선 캠페인, 어린이들에게 책 읽는 문화를 심어주는 문화부 주도의 ‘북스타트운동’과 ‘아침독서운동’ 등도 호평을 받았다.

국민일보는 또 1991년부터 남강(南岡) 이승훈 선생의 교육정신을 계승하는 남강문화재단과 함께 전국의 교육자들 대상으로 ‘남강교육대상’을 제정해 운영해 오고 있다. 사회복지 업무 종사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제정한 ‘새내기 사회복지상’도 2004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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