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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리 벽화, 안산 공격… 대선판·올림픽 훼손하는 ‘여성 폄하’

서울 종로구 한 중고서점 관계자가 3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벽화의 글자를 흰색 페인트로 덧칠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과 올림픽.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이질적인 두 무대에서 여성 폄하, 여성 혐오 행태가 나란히 터져 나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쥴리 벽화’가 등장해 논란을 일으켰고,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를 공격하는 온라인 비방글이 쇄도해 외신들까지 ‘온라인 학대’로 규정하며 보도했다.

저급한 성(性)인식이 선거와 올림픽의 가치를 훼손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급기야 여성가족부가 개입하고 나섰다. 여가부는 30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스포츠와 정치 영역에서 제기되는 문제와 관련, 어떤 상황에서도 여성 혐오적 표현이나 인권 침해적 행위가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쥴리 벽화가 게시된 서울 종로구 중고서점에선 이날 오전 9시15분쯤 직원이 흰색 페인트를 들고 나와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쥴리의 남자들’ 등의 벽화 문구에 덧칠했다. 쥴리는 ‘윤석열 X파일’ 등에서 김씨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거세진 논란을 의식해 글자를 지웠지만 보수 유튜버와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벽화 주변은 이날도 논쟁의 한복판이 됐다.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이 30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을 마친 뒤 과녁에 사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벽화를 놓고 여권에서도 “도가 지나쳤다”는 비판이 이틀째 이어졌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부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행위는 민주주의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도 전날 “명백한 인권침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벽화 주변을 오가던 시민들은 정치 논리를 떠나 벽화가 여성의 성을 상품화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모(60·여)씨는 “정치와 상관없이 여성 자체를 너무 깎아내리는 것 아닌가. 과거 사생활이 왜 이렇게 이슈화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모(60)씨도 “예술의 자유가 아닌 예술을 빙자한 네거티브와 여성 혐오가 수위를 한참 넘어섰다”고 씁쓸해했다.

오프라인의 쥴리 벽화 논란에 이어 온라인에선 ‘안산 비방’ 행태의 파장이 증폭됐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안 선수가 첫 금메달을 딴 뒤부터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짧은 헤어스타일’ ‘여대 출신’ 등을 빌미 삼아 그를 페미니스트로 몰며 비방하는 글이 잇따른 터였다. 이에 로이터통신은 “안산의 쇼트커트 머리가 반(反)페미니스트들을 자극했다. 안산을 향한 온라인 학대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 젊은 남성 사이에서 증가하는 반페미니즘 정서가 배경에 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일부 남성은 안산의 머리 스타일이 페미니스트임을 암시한다고 주장하면서 안산의 사과와 금메달 박탈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쥴리 벽화와 안산 비방에 대해 여성계와 전문가들은 저급하며 몰지각한 행태라고 입을 모았다.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와 스포츠 제전인 올림픽의 가치를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벽화 내용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여성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자 양성평등을 저해하는 개탄스러운 행위”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한 여성단체 활동가는 “윤 전 총장 아내의 과거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행태는 우리 사회 여성의 지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실 여부를 떠나) 여성이 잘못한 게 아니고, 이런 얘기가 계속 나오는 것 자체가 여성 혐오”라고 말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에서 일상화된 여성 편견과 자극적 표현이 오프라인에까지 옮겨와 재편되는 모습”이라며 “그것이 이번에 윤 전 총장 아내와 안산 선수를 향한 것이고, 누구나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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