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신유빈 ‘하하’ 신재환 ‘퉤퉤’…세밀함 필요한 종목들의 특이점

탁구 입바람 불기, 라켓 먼지 털기 위함
기계체조 침 뱉기, 마찰력 높이기 위함
세밀함 ‘필수’인 종목 선수들의 습관

신유빈(왼쪽)이 신중하게 서브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탁구요정’ 신유빈(17·대한항공)은 2020 도쿄올림픽 탁구 경기에서 서브를 넣기 전 라켓에 ‘하하’하며 연신 입바람을 불어 넣었다. 새로운 ‘도마의 신’ 신재환(23·제천시청)은 도약을 준비하기 전 양 손에 ‘퉤퉤’ 침을 뱉곤 손바닥을 비볐다.

일반인의 관점에서 다소 신기해보이는 이런 장면들은 모두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선수들의 습관이다. 단 1㎜의 차이가 득점과 범실을 가르는 탁구나 공중에서 중력을 거스른 위험한 연기를 펼쳐야 하는 기계체조 같이 극도의 세밀함이 필요한 종목에선 이런 ‘루틴’이 필수적이다.

탁구에서 선수들이 라켓에 입바람을 불어넣는 이유는 라켓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기 위함이다. 선수들이 계속 랠리를 주고 받고, 득점과 실점을 반복하다보면 땅바닥을 구른 탁구공엔 먼지가 묻는다. 이 먼지가 라켓에 옮겨 붙으면, 선수는 자신이 원하는 코스로 정밀하게 공을 보낼 수 없다.

김경아 탁구대표팀 코치는 ”공을 치다보면 먼지가 라바(라켓의 고무 부분)에 묻어 라바가 하얗게 되기도 한다“며 “그렇게 되면 공이 정확히 마찰되지 않아 잘못 맞거나 정타로 안 맞고 회전이 덜 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선수들이 입바람을 부는 이유를 설명했다.

먼지를 털기 위해선 ‘하하’ 부는 것보다 ‘호호’ 부는 게 낫다. 그럼에도 탁구 선수들은 대부분 ‘하하’ 하고 입바람을 분다. 이는 유리와 비슷한 라바 부분의 재질 때문이다. 김 코치는 “고무는 유리와 비슷해 ‘하하’ 해서 습기가 생기게 한 뒤 닦아야 잘 닦인다. ‘하하’ 분 다음 손으로 닦는 게 보통”이라며 “안경 닦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유독 라켓에 더 ‘하하’ 입바람을 불었던 건 코로나19의 영향 탓이다. 김 코치는 “원래는 공을 ‘하하’ 해서 옷에 닦고, 그래야 라바에 덜 묻는다. 그런데 코로나19로 공에 ‘하하’하는 게 금지됐다”며 “공을 못 닦게 되니 아무래도 라바에 더 자주 ‘하하’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금빛 도약'을 하고 있는 신재환. 손에 마그네슘이 묻어 있다. 연합뉴스

기계체조에서 선수들이 손바닥에 침을 뱉는 건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선수들은 도약하기 전 손바닥에 마그네슘 가루를 바르는데, 가루와 손바닥을 더욱 밀착시켜야 안전한 도약이 가능해진다.

신형욱 남자 기계체조 감독은 “마그네슘 가루를 손에 묻히면 가루가 손과 겉돌아 미끄럽기 때문에 침을 뱉어 손을 습하게 해야 한다”며 “그래야 손을 짚었을 때 마찰력이 생겨서 안 미끌어지고 (도약 중) 슬라이딩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조건 침을 ‘퉤퉤’ 뱉는 건 아니다. 선수들마다 손에 침을 묻히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신 감독은 “특히 여자체조 선수들은 침을 뱉기보다 가볍게 혀로 손바닥에 묻히는 방식을 선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든 마그네슘 가루를 녹이면 되는 것이기에, 침 말고 다른 액체들이 사용되기도 한다. 어떤 재료를 사용하든 경기력만 잘 나오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침을 아예 안 뱉는 선수들도 있다. 신재환 선수는 뱉었지만 양학선 선수는 그냥 하기도 한다”며 “평행봉 선수들은 침 대신 설탕물을 바른다.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선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