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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끈 한잉의 ‘수비형 탁구’…한국엔 왜 없나

수비만 했는데 이긴 한잉
한국 女선수 모두 공격형…공격탁구가 세계 추세
“수비형 탁구, 불리한 게 보통…한잉이 경지 오른 것”

독일의 한잉. AP뉴시스

한국 여자탁구 대표팀에 패배를 안기긴 했지만, 3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한국을 상대한 독일의 한잉(38·랭킹 22위)은 ‘수비형 탁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번 2020 도쿄올림픽에 나선 여자탁구 대표팀엔 수비형 선수가 없어 끈질기게 방어만 하다가도 게임은 잡아내는 한잉의 플레이가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2단식에 나선 최효주(23·삼성생명)는 한잉이 회전을 걸어 낮게 리턴하는 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결국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게임을 내줬다. 4단식에 나선 ‘탁구요정’ 신유빈(17·대한항공)은 조금 더 한잉의 볼의 적응한 모습이었지만, 단 한 세트만 따냈을 뿐 결국 노련한 한잉의 플레이에 휘말렸다.

신유빈과 전지희는 셰이크핸드 드라이브 공격형, 최효주는 셰이크핸드 백핸드 속공형 선수로 모두 공격적인 탁구를 한다. 그리고 그 선수들이 모두 한잉과의 대결에서 애를 먹거나 역대 전적에서 뒤쳐진다. 그렇다면 공격형 선수는 수비형 선수에 비해 불리한 걸까.

2004 아테네올림픽 단식, 2008 베이징올림픽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따낸 김경아 대표팀 코치도 한잉과 마찬가지로 현역 시절 경지에 오른 수비형 탁구의 진면모를 선보였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김 코치는 “한잉은 세계랭킹 상위권 선수인 데다 경험도 많다. 게다가 수비형 선수는 탁구선수 전체를 놓고 봐도 많지 않고, 톱클래스 수비 선수도 많지 않아 공격형 선수들이 대비하는 게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신유빈이 경험이 없는 것에 비해선 톱클래스 수비를 보이는 한잉을 상대로 굉장히 잘 상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만약 수비형 선수가 희귀해서 공격형 선수가 불리하다면, 한국 선수들도 수비형 탁구를 연마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이 애를 먹은 건 ‘수비형 탁구’여서만은 아니다. 한잉의 수비형 탁구였기 때문이다.

김 코치는 “수비 선수들은 공격을 자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상대에게 노출될수록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국 대회에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이는 전 세계적인 추세”라며 “한잉도 유럽 안에서는 노출이 많이 돼 빈틈이 있는 선수다. 코로나19 때문에 저희와는 2년 간 시합을 한 번도 못해서 적응하기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비형 선수가 한잉 정도의 경지에 올라 세계 탁구에서 계속해서 기량을 유지해나가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김 코치는 “수비형 탁구 선수는 불리한 상황을 계속 견디며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며 “한잉처럼 오래 탁구를 할 수 있는 건 대단한 거다. 오늘 그 수비는 경지에 올라선 수비였다”고 말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수비형 탁구를 선보이는 김경아 코치의 모습. 뉴시스

김 코치는 물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따낸 주세혁 대한탁구협회 미디어위원장, 최근엔 서효원(한국마사회)까지 한국의 수비형 탁구 계보는 꾸준히 이어져 탁구를 보는 국민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다만 전세계적인 추세를 볼 때 수비형 선수가 더 육성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택수 대한탁구협회 전무는 “최근엔 여자 선수들도 힘이 생기다보니 탁구의 흐름이 공격탁구 위주로 변하는 추세”라며 “수비형 탁구는 보는 탁구, 즐기는 탁구로는 재미있지만 빅매치나 꼭 잡아야 하는 경기에선 한계가 있다. 복식조를 구성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라 아주 뛰어난 선수를 빼곤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도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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