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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꿈 짓밟은 카불의 비극 “출국 못해 기권”

도쿄패럴림픽 출전 준비한 아프간 태권도 쿠다다디
탈레반에 점령된 카불 대탈출 속 출국 못해 기권

아프가니스탄 패럴림픽 태권도 선수 자키아 쿠다다디. 도쿄패럴림픽 홈페이지

도쿄패럴림픽 출전을 계획한 아프가니스탄 국가대표 2명이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 수도 카불을 점령당한 조국의 혼란으로 출국하지 못하고 고립됐다. 개막일인 오는 24일까지 1주일도 남지 않은 패럴림픽에서 이들의 불참은 확정됐다.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여성 패럴림픽 국가대표로 나서려던 태권도 선수 자키아 쿠다다디(23)의 꿈도 총성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아프가니스탄 패럴림픽 선수단의 아리안 사디키 단장은 1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로이터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패럴림픽 출전을 준비해 온 국가대표 2명이 카불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카불의 물가가 폭등하고 공항이 마비돼 항공권을 구하지 못했다”며 “아프가니스탄은 도쿄패럴림픽에 참가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이 도쿄패럴림픽으로 파견할 예정이던 선수는 모두 2명. 쿠다다디와 남자 육상의 호사인 라소울리(24)다. 이들은 지난 16일 카불을 떠나 17일 도쿄에 도착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미국이 2001년부터 20년을 끌고 온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고 동맹국과 함께 철군을 시작하면서 이들의 계획은 틀어졌다. 탈레반은 지난 15일 카불의 대통령궁을 장악한 뒤 내전 승리를 선언했다. 이때부터 탈출 인파가 몰린 카불 공항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이로 인해 패럴림픽 국가대표 2명의 출전도 무산됐다.

아프가니스탄은 1996년 미국 애틀랜타 대회에서 처음 참가한 패럴림픽을 2004년 그리스 아테네 대회부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출전해 왔다. 적어도 1명 이상의 선수를 파견했다. 지난 8일 폐막한 도쿄올림픽에서도 5명의 아프가니스탄 선수가 출전했다. 그 이후 열흘도 지나지 않아 미군이 철군하고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했다.

도쿄패럴림픽은 태권도를 정식 종목으로 처음 편성한 대회다. 쿠다다디는 태권도 선수로서 패럴림픽에 처음 출전하고,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여성 패럴림픽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릴 꿈에 부풀어 있었다. 쿠다다디는 도쿄패럴림픽 홈페이지에서 “가족의 희생과 지원으로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여자 국가대표로 패럴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여성 장애인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쿠다다디는 불과 지난주까지 도쿄패럴림픽 출전을 준비하며 구슬땀을 흘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디키 단장은 “탈레반이 공격해오기 전까지 패럴림픽 국가대표 2명은 집 앞 마당과 공원에서 훈련했다. 탈레반 정권에서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여성 선수의 패럴림픽 출전이 현실로 다가왔지만, 아프가니스탄은 이제 과거로 회귀했다. 아프가니스탄은 그동안 패럴림픽으로 선수단을 꾸준하게 파견해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전해 왔다”며 아쉬워했다.

아프가니스탄은 도쿄패럴림픽 태권도에서 와일드카드로 출전권을 얻었다. 쿠다다디에게 할애된 이 출전권은 이제 다른 국가 선수에게 넘어간다. 패럴림픽 태권도를 주관하는 세계태권도연맹 관계자는 “매우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쿠다다디의 기권을 이날 확정해 세계태권도연맹으로 통보했다. 이제 후속 조치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쿠다다디의 출전권을 받을 다른 국가 패럴림픽위원회와 연락하고 있다. 출전권은 출전할 수 있는 국가 소속 선수에게 분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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