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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의 비극’에서 희망 싹틔운 연대의 힘

아프가니스탄 패럴림픽 선수단 2명 도쿄 도착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 의해 수도 카불이 점령된 혼란 속에 도쿄패럴림픽 출전이 무산될 뻔했던 아프가니스탄 태권도 국가대표 자키아 쿠다다디. 그는 호주와 프랑스 정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세계태권도연맹의 협력으로 지난 28일 밤 일본 도쿄에 도착했다. 도쿄패럴림픽 홈페이지 캡처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정권 장악으로 출국 길을 가로막혔던 아프가니스탄 여자 태권도의 자키아 쿠다다디(23)와 남자 육상의 호사인 라소울리(24)가 패럴림픽 개최지인 일본 도쿄에 극적으로 도착했다. 프랑스와 호주 정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한국을 본산으로 둔 세계태권도연맹을 포함한 스포츠·인권단체의 연대가 아프가니스탄 패럴림픽 선수단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꿨다.

크레이그 스펜스 IPC 대변인은 29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가니스탄 패럴림픽 선수단이 도착했다. 이들은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운 한 주를 보냈다. 이들에게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의 안정과 복지를 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선수들의 패럴림픽 출전 이후 거취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스펜스 대변인은 “선수의 요구와 바람을 존중할 것”이라며 난민·망명 신청 가능성을 에둘렀다.

아프가니스탄은 도쿄패럴림픽 선수단을 쿠다다디와 라소울리로만 구성했다. 이들은 당초 지난 16일 카불을 떠나 17일 도쿄에 도착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탈레반이 미군 철군에 따라 지난 15일 카불의 대통령궁을 장악한 뒤 내전 승리를 선언하면서 이들의 계획은 틀어질 위기에 놓였다. 쿠다다디는 SNS에 “아프가니스탄의 패럴림픽 출전을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국제사회는 아프가니스탄 패럴림픽 선수단의 비극을 외면하지 않았다. 선수들은 호주 정부의 도움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했고, 지난 주말부터 프랑스 파리 국립스포츠연구원에서 체류하며 훈련과 휴식을 병행했다. 각국 정치 현안에 개입할 수 없는 IPC와 스포츠 단체들도 아프가니스탄 선수들의 패럴림픽 출전 길이 열리도록 물밑에서 인적, 행정적으로 지원했다.

쿠다다디와 라소울리는 도쿄 패럴림픽 선수촌에 입촌한 뒤 IPC의 앤드루 파슨스 위원장과 첼시 고텔 선수위원장의 환영을 받고 면담했다. 스펜스 대변인은 “면담 자리에서 참석자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패럴림픽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선수들의 꿈을 실현해 준 각국 정부, IPC, 스포츠인권센터, 프랑스패럴림픽위원회, 영국패럴림픽협회, 세계태권도연맹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인사했다.

성명에 등장한 세계태권도연맹은 올림픽·패럴림픽 태권도 주관 단체로, 210개 회원국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가동할 수 있는 단체다. 세계태권도연맹은 아프가니스탄 사정에 정통한 각국 태권도계 인사, 단체를 통해 쿠다다디와 라소울리의 패럴림픽 출전 방법을 모색했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는 도쿄패럴림픽 태권도 여자 49㎏급(K44) 대진표에서 쿠다다디를 빼지 않도록 특별히 지시하기도 했다. 결국 도쿄에 도착한 쿠다다디는 다음달 2일 이 체급 경기에 출전한다.

조 총재는 이날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쿠다다디의 출전을 도운 모든 사람과 단체에 감사하다”며 “도쿄에서 쿠다다디를 별도로 면담할 계획이다. 요청 사항을 경청해 가능한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총재는 패럴림픽 참가를 위해 30일 도쿄로 떠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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