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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태극기 3장 펼쳤다… 탁구 금·은·동 싹쓸이

[도쿄패럴림픽] 주영대 한국 1호 금메달
한국 선수끼리 결승, 시상대 3자리 점령

김현욱 주영대 남기원(이상 왼쪽부터)이 30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체육관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남자 탁구 단식(TT1) 시상식을 마친 뒤 태극기를 맞잡고 있다. 주영대는 금메달, 김현욱은 은메달, 남기원은 동메달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도쿄패럴림픽 시상식장에서 마침내 세 장의 태극기가 휘날렸다. 주영대(48) 김현욱(26) 남기원(55)이 도쿄패럴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은·동메달을 싹쓸이했다. 한국이 한 종목의 메달을 독식한 건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통틀어 처음이다. 그 꿈같은 장면이 한국의 패럴림픽 ‘효자종목’인 탁구에서 실현됐다.

주영대는 30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체육관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남자 탁구 단식(TT1) 결승에서 김현욱에게 세트스코어 3대 1(11-8 13-11 2-11 12-10)로 승리했다. 주영대는 한국의 도쿄패럴림픽 1호 금메달을 수확했다. 은메달을 차지한 김현욱도 가슴에 태극마크를 부착한 한국 국가대표다. 결승은 선수의 메달 색상만 결정할 뿐, 이미 한국의 금·은메달이 확정된 경기였다.

앞서 동메달을 획득한 대표팀 ‘맏형’ 남기원은 관중석에서 후배들의 승부를 지켜봤다. 주영대와 같은 경남장애인체육회 소속인 대표팀의 김민 코치는 김현욱에게 불리한 지시를 내릴 일말의 가능성마저 스스로 차단하기 위해 경기장으로 들어오지도 않고 장외에서 모니터로 중계를 시청했다.

시상식장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격려한 대표팀 동료도 경기장에선 금메달을 다투는 경쟁자였다. 주영대와 김현욱은 세트마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접전을 벌였다. 특히 마지막 4세트에선 대혈투가 펼쳐졌다. 6-6부터 9-9까지 1점 차이와 동점을 반복한 추격전 끝에 세트포인트를 먼저 확보한 건 김현욱이었다. 주영대는 특유의 노련함으로 다시 동점을 만들어 승부를 듀스로 끌고 갔고, 내리 2점을 빼앗아 금메달을 확정했다.

일본 자위대원들이 30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체육관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남자 탁구 단식(TT1) 시상식장에서 태극기와 영국의 유니언잭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한국은 금·은·동메달을 싹쓸이했다. 2개가 주어지는 동메달의 나머지 하나는 영국의 몫으로 돌아갔다. 연합뉴스

세계 랭킹 1위인 주영대는 꿈에 그렸던 패럴림픽 금메달을 처음으로 목에 걸었다. 주영대는 10대 시절 남다른 체력과 운동신경을 가져 체육 교사를 꿈꿨다. 경상대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해 꿈을 이루는 듯 했지만, 만 21세였던 1994년 여름 교통사고로 장애를 안았다. 이후 4년간 집에서 두문불출할 만큼 깊은 절망에 빠졌지만, PC통신에서 같은 고통을 겪는 장애인들을 알아가며 몸과 마음을 회복했다.

주영대는 컴퓨터 웹디자이너로 일하던 2008년 복지관에서 재활을 위해 탁구채를 처음 잡았다. 이때부터 주영대에게 새로운 삶이 찾아왔다. 10대 때 쌓아놓은 상반신의 힘은 여전히 강했고, 한때의 시련을 극복한 마음도 단단했다. 주영대의 기량은 빠르게 상승했다. 탁구를 시작하고 6년 만인 2014 인천 아시안패러게임에서 국가대표로 출전해 단식 금메달을 차지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패럴림픽 단식 결승에서 아쉽게 놓쳤던 금메달을 5년 뒤 대표팀 동료들과 나란히 오른 도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거머쥐었다.

주영대는 “애국가를 따라 부르면서 울컥했다. 태극기 세 장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았다”면서도 “운이 좋아 금메달을 땄다. 현욱이가 나보다 더 긴장한 것 같다”고 결승에서 대결한 후배를 다독였다.

김현욱은 “당장 아쉬움은 있지만 모두 함께 메달을 따자던 약속을 이뤘다”며 기뻐했다. 남기원은 “태극기 세 장을 시상식장에 걸자는 바람은 모두 같았다. 같은 나라에서 1∼3위를 함께한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 종목에서 동메달은 2명에게 주어진다. 나머지 하나의 동메달은 영국 국가대표 토머스 매튜스에게 돌아갔다. 영국 국기 유니언잭도 태극기 세 장과 함께 시상식장에 게양돼 일본 자위대원들의 경례를 받았다.

장애인 탁구는 1972 하이델베르크패럴림픽에서 송신남의 첫 금메달 이후 한국의 오랜 효자종목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도쿄패럴림픽에서 처음으로 1~3위를 독식해 강세를 다시 확인했다. 지난 24일 개막한 패럴림픽과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8일까지 펼쳐진 올림픽을 통틀어 한국이 메달을 싹쓸이한 종목은 장애인 탁구 남자 단식이 처음이다.

김철오 기자, 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kcopd@kmib.co.kr

[속보] 주영대, 패럴림픽 男 탁구 단식에서 한국 첫 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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