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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 핑계로 은행 폭리” 절규… 금융당국은 뒷짐만

기준금리 인상시 주담대 금리 6%대 진입 예상
은행권 대출규제에 1금융권>2금융권 금리 역전도
청와대 국민청원 “은행 폭리 막아달라” 호소

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대출상품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주택담보대출금리가 5%대로 상승하는 등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대출자들의 부담이 늘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들은 예금금리는 올리지않은 채 대출금리만 올리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 이런 사태를 야기한 금융당국은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10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고정형) 금리는 연 3.97~5.38%를 기록했다. 8월 말까지만 해도 2.92~4.42%에 머물던 금리가 두 달 만에 1% 포인트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8월부터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간 후 시중은행들은 이를 구실 삼아 경쟁적으로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달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청원인은 “가계대출 증가율 규제로 인해 총량이 규제된 결과, 은행 및 금융기관들이 ‘대출의 희소성’을 무기로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없애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이미 받은 대출을 연장할 때도 가산금리를 1%씩 높여서 연장해주곤 한다”고 말했다. 또 “금융위가 은행 수익을 높여주려고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것이냐”며 “기준금리와 채권금리보다 훨씬 높아지고 있는 가산금리 및 우대금리 폐지에 대해서도 관리를 당연히 해야 한다”고 적었다.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보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금리가 낮은 ‘금리 역전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경우 주담대 금리는 6%대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대출 금리는 치솟고 있지만 예금금리는 제자리걸음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평균금리와 순수저축성 예금금리 차이는 2.02% 포인트까지 올라 2017년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로 이익을 얻는 예대마진이 커지면서 시중은행들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실제 KB금융은 지난해(3분기 누적기준) 이자이익이 7조1434억원이었지만 올해는 8조2554억원으로 1조원 이상 늘었다.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모두 1조원에 가까운 이자이익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폭리에 가까운 시중은행들의 예대마진 챙기기에 원인을 제공한 금융당국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시중은행장과의 간담회 후 “금리라는 것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으로 시장 자율 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감독 차원에서는 계속해서 아주 신중하게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가계대출을 조였지만 시중은행들은 줄어든 대출 총액에 비례해 금리를 올려받으면서 수익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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