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트럭으로 달려간 택시기사와 고교생 [아살세]

경남 김해시 삼방동 도로에서 1t 트럭에 붙은 불을 택시기사와 인근 고교생들이 달려가 끄고 있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도로 위 트럭 적재함에서 불길을 발견한 택시기사와 고등학생들이 발 빠른 대처로 소방차가 도착하기도 전에 화재를 진압했습니다.

지난 7일 오전 8시쯤, 경남 김해시 삼방동 도로를 달리던 1t 트럭 적재함에 불이 붙었습니다. 당시 부산에서 김해로 이동 중이던 트럭 운전사는 적재함에 불이 난 것을 알고 즉시 갓길에 정차했습니다.

트럭 운전사와 동승자가 곧바로 내려 불을 끄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짐칸에 종이상자 등이 다량으로 실려 있어서 불길이 순식간에 번진 것입니다. 때마침 택시를 운행 중이던 김해 동부소방서 소속 정성배 의용대원이 이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당시 정씨의 택시엔 김해 영운고등학교 2학년 학생 3명도 탑승한 상태였습니다.

의용소방대원 정성배 씨와 김동현, 박준성, 박현성군. 경남소방본부

정씨는 침착하지만 신속하게 움직였습니다. 먼저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트럭으로 달려가 차량용 소화기로 화재 진압에 나섰습니다. 승객으로 택시에 타고 있던 김동현·박준성·박현성 학생도 힘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불길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은 부족한 소화기를 구하기 위해 인근 편의점으로 달려갔습니다. GS25 편의점에 비치된 소화기를 빌린 학생들은 시민들과 함께 불길을 잡으려 고군분투했습니다. 정씨와 학생들이 소화기 5대를 사용해 애쓴 덕분에 인명피해와 화재 확산 없이 불은 꺼졌습니다.

화재 진압을 도운 학생들에게 용기의 비결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박준성군은 “아침에 친구들과 등교 중이었는데, 불이 눈앞에 보이는 순간 ‘불 먼저 꺼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며 “처음에 목격했을 때는 불씨가 작아서 금방 진압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이어 “소화기랑 불길에서 나온 연기를 많이 마셔서 종일 기침을 했었는데, 물을 많이 마시니까 괜찮아졌다”며 웃음 지었습니다. 긴박했던 현장에서 학생들은 연기를 많이 마셨지만,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씨는 “평소 의용소방대에서 활동하며 받은 소방훈련을 통해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끌 수 있었다”며 “망설이지 않고 도와준 학생들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경남도 소방본부는 화재진압을 도운 정씨와 학생들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표창할 계획입니다.

어쩌면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순간, 망설이지 않고 화재 진압에 나선 이들의 용기 덕분에 대형 화재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불길을 지나치지 않고, 주저 없이 달려간 이들이 지금 우리의 평온한 일상을 지켜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이예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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