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 위기의 사모예드, 도와주세요…” 응급실서 걸려온 전화 [개st하우스]

중증 간경화 앓는 59세 요양보호사가 출근길 도로서 구조
“나 쓰러지면 누가 돌볼까”…응급실 실려간 뒤 도움 요청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도로 위의 그 눈빛,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11월 로드킬 위기에 처했던 사모예드 구름이는 제보자 이재호(가명)씨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중증 간경화로 입원한 와중에도 재호씨는 오직 구름이 걱정 뿐이었다. 이성훈 기자

“어느 날 출근길에 새하얀 사모예드 한 마리가 4차선 도로 한복판에 위태롭게 서 있었어요. 질주하는 차들 사이에서 옴짝달싹 못 하는데 그대로 두면 틀림없이 죽겠더라고요.”
-경기도 파주의 요양보호사 이재호(59·가명)씨

지난 13일 응급실 병상에서 걸려온 한 통의 영상통화. 제보자는 중증 간경화로 인한 장기 손상으로 긴급 후송된 재호씨였습니다. 불과 2시간 전 응급처치를 받은 그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가장 먼저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유기견을 구조했는데 돌볼 사람이 없으니 도와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재호씨는 사연을 전하는 내내 힘겨운지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당장 위험에 처한 자신의 목숨보다 홀로 방치된 유기견을 더 걱정하는 마음. 재호씨의 진심이 눈물겹게 전해졌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인 재호씨는 진통제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중증 간경화 환자입니다. 본인 몸을 건사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홀로 식사와 배변조차 할 수 없는 환자들의 곁을 지키고 있죠. 여기에 얼마 전 4차선 도로에서 구조한 유기견까지 돌봐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재호씨는 “당장 나도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 위급한 생명을 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시속 80㎞ 도로 위 유기견… “살리겠다는 생각뿐이었죠”

지난해 11월 중순, 재호씨는 운전을 해서 일터인 경기도 파주의 노인요양원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바쁜 출근길이라 4차선 국도 위 차량들은 제한속도인 시속 70㎞를 훌쩍 넘어 질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재호씨는 전방 200m 부근에서 중앙분리대를 서성이는 물체를 발견합니다. 어림잡아 20㎏이 훌쩍 넘어 보이는 하얀 대형 견이었습니다. 저런. 녀석은 스쳐 지나가는 차들에 놀라 도로 한복판에서 옴짝달싹 못 하고 있었습니다. 비좁은 중앙선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마다 갑자기 나타나는 차량에 놀라 뒷걸음질하기를 수차례. 저러다 곧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보다 못한 재호씨는 하얀 개를 10여m 앞두고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차량 긴급정지등과 수신호로 뒤따르는 차들을 멈춰 세운 뒤 직접 구조를 시도한 겁니다. 멈춰선 재호씨 곁을 차들은 여전히 쌩쌩 지나갔습니다. 전문 구조장비도 없이 도로 위에서 동물을 구조하는 행동은 매우 위험합니다. 재호씨는 “위험한 줄 알지만 이것저것 따지다가는 녀석이 여기서 죽겠구나 싶어서 일단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재호씨는 겁에 질린 개를 달래려고 자세를 낮춘 뒤 “이리 오라”고 손짓을 했습니다. 그 진심을 알았던 걸까요. 놀랍게도 하얀 개는 순순히 재호씨의 품에 몸을 맡겼습니다. 재호씨는 녀석을 덥석 안아 재빨리 차량 뒷좌석에 태웠습니다.

재호씨가 유기견 사모예드를 구조한 4차선 도로 인근. 당시 중앙 분리대에 갇힌 채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고 한다. 최민석 기자

“헥헥헥!” 차 안에는 구조된 견공의 평화로운 숨소리가 가득했습니다. 긴장이 풀렸는지 좌석에 얌전히 엎드린 하얀 개. 1살 남짓한 17㎏의 순한 사모예드였죠. 사연은 알 수 없으나 까맣게 변색된 털과 끊어질 듯 낡은 목줄로 보아 최소 몇 달은 떠돌이 생활을 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간경화로 쓰러진 구조자, 그 곁에는 동료들이 있었다

힘겨운 구조 이후에도 재호씨의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재호씨는 잦은 염증으로 인해 간이 딱딱하게 굳는 중증 간경화를 앓고 있었습니다. 중증 간경화 환자는 내출혈, 복수 차오름, 강한 복통 같은 증상을 겪습니다. 응급실에 실려 가기를 몇 번. 이런 상황에서 재호씨는 녀석을 집에 데려갈 수 없었죠.

하지만 재호씨의 곁에는 요양원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요양원 원장은 건물 한편에 세 평 남짓한 임시 견사를 지어주었고 동료들은 유기견의 건강검진 및 사료비에 쓰라며 매달 후원을 약속했죠. 동료들의 배려 덕분에 재호씨는 바쁜 일과 틈틈이 사모예드를 산책시키고 동물병원에 데려다줄 수 있었습니다. 사모예드 특유의 새하얗고 풍성한 털이 예쁘다며 동료들은 녀석에게 구름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습니다.

"구름이는 우리 요양원의 귀염둥이랍니다" 요양원 직원들은 재호씨가 구조한 사모예드 구름이를 위해 매달 소액의 후원금을 모았다. 이성훈 기자

요즘 유기견의 입양 홍보와 모집은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휴대전화 앱 이용이 낯선 기성세대에게는 유기견 홍보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재호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수차례 구름이 가족을 모집했지만 4개월이 넘는 임시보호기간 동안 한 건의 입양신청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재호씨가 지난 13일 갑작스런 복통으로 전치 4주의 치료를 받게 된 것이죠.

요양원이 보듬은 사모예드, 구름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지난 15일 국민일보는 구름이를 임시보호하는 파주의 요양원을 방문했습니다. 현장에는 구름이의 입양적합도를 평가하고 사회성을 길러줄 10년차 행동전문가 권미애씨도 함께했습니다. 입원한 재호씨를 대신한 구름이의 인솔자로는 요양원의 동료 이예림씨가 자원했지요.

"구조자 아저씨~ 이제 구름이 산책도 잘 해요" 입원한 재호씨를 대신해 요양원 동료 이예림씨가 산책교육을 받는 모습. 이날 교육으로 구름이는 평소 두려워하던 배수로도 가뿐히 뛰어넘게 됐다. 최민석 기자

구름이는 곁에 다가온 행동전문가의 품에 넙죽 엎드릴 만큼 순한 견공이었어요. 사람 손을 건드릴 때마다 간식을 주는 ‘코터치’ 교육도 금세 습득할 만큼 영리한 구름이. 하지만 비좁은 견사를 나서자마자 산책줄을 격하게 잡아당기며 앞으로 나아가더군요. 권미애 행동전문가는 “동물들은 사방이 노출된 환경에 갇혀 지내면 경계심과 흥분도가 높아진다. 동물원 동물들의 정서가 불안정한 것도 같은 이유”라면서 “안정된 실내에서 임시보호하는 등 환경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구름이의 높은 흥분도를 낮추는 반복교육도 제시됐습니다. 구름이가 줄당김을 멈추고 인솔자 곁에 다가올 때마다 간식을 준 뒤 다시 산책을 지속하는 식입니다. 20여분간 교육을 받자 구름이는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하지만 환자 돌봄으로 바쁜 시설 형편상 전문가의 지시를 따르기 어려운 형편인데요. 구름이를 인솔하던 예림씨는 내친 김에 “아픈 재호씨를 대신할 임시보호자가 되고 싶다”며 구름이가 가족을 만날 때까지 6개월 이상 장기 보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요양원 직원들이 구조하고 돌보는 순한 사모예드, 구름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희망하는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솜털 구름처럼 순한 사모예드, 구름이의 가족을 기다립니다
-이름: 구름이 / 1살 사모예드 / 17kg 수컷 (중성화 예정)
-사람을 좋아하며 온순한 성격. 다른 동물에게 공격성 없음
-겁이 많지만 행동교육 습득력이 우수함

■구름이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86번째 견공입니다. (71마리 입양 완료)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덩치,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 치 (12포)를 후원합니다.

■입양 문의는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https://naver.me/5SBJt4Vd



이성훈 기자 최민석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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