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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들어간다” 파도 휩쓸린 아이, 뛰어든 영웅 [아살세]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려고 강씨가 바다에 들어가고 있다. KGTV 화면 캡처, 강동엽씨 제공.

지난 28일 오전 8시반쯤 강동엽(58)씨는 제주 용담동 동한두기 앞바다에 인근의 한 가게에서 유리창을 닦고 있었습니다. 처제가 운영하는 피자가게 창문이 지난밤 몰아친 비바람에 더러워졌다고 해 도와주러 온 것이었죠.

그런데 창문을 닦던 강씨의 귀에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둘러보니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아이가 보였습니다. 그 순간 강씨는 가게에서 나와 바다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아이는 바다에 빠져 엎어진 채로 강한 파도를 따라 흘러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주변에 다른 주민이 119에 신고하고 있었지만, 한시가 급하다고 느낀 강씨는 “나는 들어간다”는 말을 남기고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바다에 빠진 아이를 구하기 위에 강씨가 바다에 들어갔다. KGTV 화면 캡처, 강동엽씨 제공.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 바다가 익숙한 강씨에게도 3월의 제주 바다는 차고, 파도도 거셌습니다. 그런데도 물에 뛰어들었던 당시 상황에 대해 강씨는 “아이가 바닷물에 엎어져서는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아이는 이미 몸 속에 물이 많이 차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였다는 거죠.

하지만 성인 키를 넘는 깊이의 바다에서 거센 파도를 헤치고 아이를 끌고 물 밖으로 나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강씨는 아이와 함께 더 휩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버티는 한편 아이 의식을 살리기 위해 아이 가슴을 누르는 구조 행위를 했습니다. 몸에 찬 물을 빼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아이는 물을 뱉어냈습니다. 강씨는 “물을 뱉어내는 순간 살아날 기미가 보여 다행이었다”고 긴박했던 그때를 떠올렸습니다.

거센 파도에 휩쓸려 강씨도 다리에 상처를 입었다. KGTV 화면 캡처, 강동엽씨 제공.

이후 주민 신고를 받은 119 구급대원이 출동해 강씨와 아이는 바다 밖으로 구조됐습니다. 강씨와 아이를 파도에서 끌어내는 데 구급대원 세 명이 투입됐습니다. 그만큼 거세고 깊은 바다였던 겁니다.

당시 강씨가 파도와 벌인 사투의 흔적은 강씨 다리 곳곳에 긁힌 상처로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강씨 스스로도 “시간이 더 지체됐으면 아이도 나도 같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고 전하면서도 “운이 좋았다”며 겸손해했습니다.

강동엽(58)씨의 모습. KGTV 화면 캡처, 강동엽씨 제공.

위험을 무릅쓴 강씨의 용기는 이제 10살인 한 아이의 생명을 살렸습니다. 아직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의식은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확한 사고 경위는 아직 모르지만 확인된 건 아이는 사고 당일 실종신고된 상태였다는 겁니다. 강씨 덕분에 아이는 자신을 찾던 가족의 품에 돌아갈 수 있게 된 거죠.

강씨는 익수자를 구한 공로로 119 의인상을 받을 예정입니다.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글쎄요”라면서 “일부러 내려고 한 건 아닌데 그렇게 되더라구요”라며 웃었습니다.

일부러 한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됐다는 강씨의 말은 ‘용기’라는 게 대단한 의지를 가진 특별한 사람만 내는 게 아니라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평범한 우리들의 마음 한 곳에도 ‘따뜻한 용기’ 한 자락이 숨어 있는 거라면 언젠가 우리도 위기에 놓인 누군가에게 손 내미는 용기, 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김민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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