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이고 교도소 다녀왔다” 살벌한 주차 협박 [사연뉴스]

실제 전과 사실 유무와 상관없이
“신체 해악에 대한 고지는 명백한 협박”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여러 사람이 주차하는 공터에 주차했는데 누군가 ‘자기 자리’라고 주장하면서 ‘또 주차하면 죽는다’고 협박하는 쪽지를 내 차에 남겼다면 어떨까요.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수도 있겠지만, 내용에 따라 협박의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요. 최근 한 누리꾼이 주말마다 방문했던 농가 주택 인근에 주차했다가 살인 전과자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사연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살인 전과자에게 주차 협박받았다”고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게재됐습니다.

글쓴이 A씨는 “청주시 한 마을에 13년 전 부모님이 잠깐 거주하셨던 농가주택이 있다. 빈집으로 방치된 지 4~5년 됐는데 코로나로 외출이 힘들어지면서 농가주택을 간단히 손봐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며 “3개월 정도 전부터는 주말에만 그 집을 이용해 왔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지난 주말에도 A씨 가족은 그 집에 머물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외출할 일이 있어 나갔다가 차에서 이상한 쪽지 하나를 발견했죠.

A씨는 문제의 쪽지를 공개했습니다. 첨부된 사진에 따르면 쪽지는 수첩을 찢어 적은 메모로 보였는데요. “앞으로 주차 다른 곳에 부탁드립니다. 이곳은 30년 넘게 제가 주차를 해왔던 곳인데 어느 날부터… 정중히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에 A씨는 “주차한 곳은 마을회관 옆 공터로 수년간 여러 사람이 주차하던 공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처음 이 쪽지를 보고 마을의 일부 모난 사람의 텃세라고 생각했다. 2~3대의 차가 충분히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고, 제 뒤에 주차된 차에는 이런 메모가 없더라”고 말했습니다.

붉은 원속 차량이 A씨가 주차를 한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그는 “메모를 보고 일부러 무시한 것도 있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로 향한 지난 일요일, 또 다른 쪽지가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두 번째 쪽지에는 “주차하지 말라고 정중히 부탁했는데 주차를 또 하셨네요. 저는 사람 죽이고 교도소 딱~ 한번 다녀왔다. 저에 대한 도전은 죽음, 비참함 뿐이다. 주차하지 않았으면…^^”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어 “교도소 갔다 온 아빠라고 자식새끼도 떠나고,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 집 앞에 주차하지 않기를 다시 한번 정중하게 부탁. 안 그러면 다 죽는 거지”라고도 했습니다.

A씨는 메모의 주인과 대화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연락처도 없이 남겨진 메모에 별다른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 동네에 알고 지내던 어르신이 지나가시기에 말씀을 여쭤봤죠. 어르신께서는 “마을회관 건너편 집에 노모와 아들이 거주하고 있다”며 “그 아들이 얼마 전 교도소를 다녀왔다”고 했습니다. 이어 메모를 보시고는 “그냥 다른 곳에 주차하라”고만 하셨다는데요.

A씨는 “(어르신은) 그 사람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리시는 듯했다”며 “집이 어디인지 알았으니 대화라도 해볼 생각에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지만 대답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집 앞에는 죽도 대여섯 개가 놓여 있더라. 아령과 벤치프레스도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마치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과시하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고 덧붙였습니다.

A씨는 앞으로 그곳에 주차하지 않으려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옳지 못한 행동은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냐”며 “죽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협박하는 행위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요.

실제 법무법인 씨앤케이 김명수 변호사는 12일 국민일보에 “살인 전과 여부와 관계없이 신체적 위협에 대한 해악의 고지와 암시적으로 해악을 가할 수 있음을 표시하는 것은 명백한 협박죄”라고 설명했습니다. 쪽지 주인이 전과자라는 사실관계와 별개로 제3자에게 공포감을 준 쪽지의 내용만으로도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법무법인 장한의 이동성 대표변호사 역시 “일반적으로 해악 고지 공포심을 일으키면 협박죄가 된다”며 “(협박이) 실현 가능한 행위의 내용인지 순간적인 화에 의한 것인지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되기도 하는데 (문제의 쪽지는) 구체적인 행위 가능성이 있기에 협박죄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밤길 조심하라’는 문자도 협박죄가 된 사례가 있다. 이 정도면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법적 판단에서는 협박죄”라며 “한 단계 나아가 강요죄(협박죄는 겁만 주는 것이라면 강요죄는 주차를 못하게 하는 행위)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A씨는 “아내에게 (쪽지에 대한) 사실을 말하니 ‘아이들과 있을 때 집으로 찾아와 난동을 부리면 어쩌냐’고 하더라. 공포에 질린 아내의 얼굴을 보니 더욱 화가 났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막상 저에게 이런 일이 생기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도움을 요청했는데요. 여러분은 A씨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이주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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