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악 땐 5조원 배상… ‘론스타 20년’ 책임지는 자 없다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5조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대응에 지금까지 최소 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르면 다음 달로 예상되는 최종 결론에 따라 추가로 최대 수조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20년을 끈 이 문제에 연루됐던 관료 중 책임을 지겠다거나 사과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여기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포함된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에다 ‘먹튀’ 논란으로 요약되는 론스타 사건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이 많다는 지적이다.

24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의 판정 결과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나올 전망이다. 판정문은 절차종료 선언 이후 최소 4개월, 최대 6개월 이내에 론스타와 한국 정부 측에 송달된다. 만약 한국 정부가 패소할 경우 이르면 오는 9월 ‘론스타 청구서’가 날아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론스타와의 소송 대응에 들인 예산은 2013년 47억5700만원을 시작으로 매년 수십억~수백억원씩이었다. 대부분 국내외 로펌의 법률 자문 비용과 전략 수립 등에 들어간 비용이다. 정부는 ISD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해 2019년에는 1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가 불용처리하기도 했다.


ISD 선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최악의 경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여야 간 볼썽사나운 책임 떠넘기기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진보·보수 정권을 오가며 진행된 사건 특성을 감안할 때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은 채 국민 혈세만 날릴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론스타 사태에 관련된 사람들을 죽 나열해 보면 100명이 넘는다. 여러 정부를 거쳐 진행된 일인 데다 100명 이상 관련돼 있어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예상 밖 판정 결과에 대비해 불복 절차를 밟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불복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최종 판정 결과를 뒤집기는 어려워 이번 판정이 사실상 최종 선고에 해당한다.

ISD는 외국 투자자가 투자국 조치로 손해를 본 경우 국제중재 절차를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과 국세청의 자의적 과세 처분으로 인해 46억7950만 달러 손해를 봤다면서 2012년 소송을 제기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 내 지나친 낙관론이 있는데 한국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매각을 지연했다는 론스타 주장을 제대로 방어했는지는 의문”이라면서 “이제라도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을 대비한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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