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보험범죄… “이은해 같은 보험살인 1년에 5~6건”

[인터뷰]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보험 청구한 10건 중 1건은 사기성 의심
인류 최초의 보험 사기는 기원전 300년 그리스에서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보험은 보험이 보장하는 기간 동안 마음의 평화를 사는 것인데, 이은해는 검은 욕망을 샀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기존 데이터를 뛰어넘는 완벽한 보험 살인 사례가 나올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보험을 이용해 살인을 위장한 사건에는 패턴과 허점이 보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이은해씨의 계곡 살인 사건을 다룬 ‘그것이 알고 싶다’ 인터뷰를 1년여 전에 했다. 정말 기이한 사례로 기억하고 있었다. 보험 살인은 1년에 5, 6건씩 일어나고 상상하기 어려운 특이한 사건이 한두 건 수면으로 드러난다.”

한국보험학회 회장과 아시아태평양보험학회 회장을 지낸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보험 전공자 중에도 많지 않은 보험 사기를 연구하는 학자다. 보험 사기 재판에 검찰의 자문을 하고 데이터를 이용해 보험 사기를 적발하는 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전체 보험 사기 적발 금액이 9434억원”이라며 “적발하지 못한 금액과 사회보험 부정수급까지 합치면 1년에 적어도 4조~5조원이 누수된다고 추정한다”고 했다.

-남편의 사망보험금 8억원을 노린 피의자 이은해씨로 인해 보험 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다시 떠올랐다. 사건을 어떻게 보셨나.

“이씨와 주변 사람들이 고의로 보험 사고를 만들 수 있는 나쁜 역량이 갖춰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씨가 해외여행에서 가방을 도난당했다며 허위로 100만~200만원씩 여섯 번 보험금을 편취했다. 여행자보험금을 받으려면 현지 경찰 확인서가 필요하고 분실물의 영수증 같은 증빙 자료가 있어야 한다. 매번 적잖은 금액의 보상을 받은 것은 서류를 미리 준비했거나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가 남편의 사망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자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시스템도 알고 있었다. 보험 사기는 조직적인 범행인 경우가 많다. 사이코패스적인 집단 중 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든다.”

-보험 살인의 의도를 가진 보험 계약의 전형적인 특징이 있을까.

“필요 없는 사망보험금을 많이 드는 경우다. 나에게 필요한 저축 연금 암보험 실손보험이 하나도 없는데 사망보험만 있다면 딱 두 가지다. 설계사가 그렇게 권했거나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거나. 소득에 비해 얼마나 큰 보험에 가입했느냐도 중요한 단서다. 이씨는 수시로 보험료 연체를 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도 남편 명의의 생명보험 3건을 유지했다.”

매년 보험 사기 통계를 집계하는 금감원은 2015년 고액 사망보험금을 노린 보험 사기의 특성을 분석해 발표했다. 당시 5년간 적발된 30명의 사례를 보면 평균 납입 보험료가 월 109만원으로 국민 평균 보험료의 5배가 넘었다. 이들의 보험 계약 건수는 평균 6.8건으로 70%가 사고 발생 6개월 이내에 4.3건을 집중 계약했다. 대상자의 77%는 보험 가입 후 1년 이내에 사고를 당했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씨와 조현수씨가 지난 1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인천=권현구 기자

-보험 가입 단계에서 왜 걸러내지 못하나. 과도한 보험료를 내거나 중복 가입하는 경우 엄격한 사전 심사가 있다면 불행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1년에 청구되는 보험 건수 780만~790만건 중에 보험 살인과 관련됐다고 혐의를 둘 수 있는 것은 5~10건으로 추정된다. 전체 건수와 금액으로 따지면 큰 이슈가 아니다. 또 사망보험은 보험회사 입장에서 100원을 받으면 50원이 남는 상품이다. 100원을 받으면 130원이 나가는 암보험, 실손보험에 비해 안정적인 수익을 주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체크하지 않는다. 보험 가입을 거부하면 보험사의 횡포라고 민원을 제기하기 때문에 사전적으로 차단하기도 쉽지 않다.”

-1년에 800만건 가까이 청구된다면 그중 보험 사기는 얼마나 되는 건가.

“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10건 중 한 건으로 의심한다. 그 근거가 1990년대 미국 매사추세츠 사례인데, 연구자들이 자동차보험 대인 보상이 끝난 파일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분석해보니 보험금을 지급한 사례 중에 적어도 10~15%가 보험 사기였다는 것이다. 상품별 담보별로 차이는 클 것이다. 사망 담보는 99.9%가 정상일 것이고 자동차 대물의 경우 10~20%가 보험 사기일 가능성이 있다.”

-보험 사기에도 트렌드가 있나.

“2000년대 초까지 보험 사기는 자동차보험이 대부분이었지만 CCTV가 많아지면서 실손보험 관련 사기가 늘고 있다. 실손보험 한쪽에는 개인이 소소하게 빼내는 것, 다른 한쪽에는 조직적인 사기가 있다. 강원도 태백에서 허위 입원으로 병원장과 보험설계사, 가짜 환자 등 400여명이 150억원대의 보험 사기를 벌였던 일이 대표적이다. 실손보험은 3500만명 이상이 가입해 일반화된 데다 입원비 일당을 액수로 보장하면서 작은 보험금을 편취하는 연성 사기를 광범위하게 퍼뜨린 측면이 있다. 새로운 보험 상품이 나오고 그 상품의 사각지대가 드러나면 보험 사기가 쏠리게 된다.”

-연성 사기는 보험 살인 같은 중범죄가 아닌 보험 사기를 말하는 것인가.

“사전적인 모의 또는 기획이 있었으면 경성 사기, 그렇지 않으면 연성 사기이다. 가입할 당시에는 보험 사기의 의도가 없었지만 사고가 나고 보니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입원할 필요가 없는데도 입원하는 것이 연성 사기다. 경성 사기보다 연성 사기에 의한 피해가 훨씬 더 크다. 실손보험, 자동차보험, 암보험에는 몇조씩 보험 사기가 걸려 있다.”


-금감원이 다초점렌즈 삽입 백내장 수술 보험 사기 신고에 포상금 3000만원을 내걸었는데, 도덕적 해이와 연성 사기의 경계선이 애매하다.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보이지만 내가 보험 소비자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과 그 권한을 넘어서 보험금을 편취하는 행위는 분명히 양심상 경계가 있다. 스포츠에 비유하면 은행에 저축하는 건 배구와 같고, 보험은 축구와 같다. 배구는 양쪽 선수가 서로 몸을 부딪칠 일이 없으니 파울이 명쾌하다. 축구는 상대방을 잡는 게 심판의 재량에 따라 반칙이 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보험에서는 소비자와 보험회사, 의료진, 자동차 정비공장이 서로 유리한 방향으로 조금씩 상대방 옷을 잡아당긴다. 그래서 보험이 금융 산업 중에 민원이 가장 많을 수밖에 없다.”

-접촉사고가 났는데 원래 목과 어깨가 안 좋았다면 병원에 더 오래 다니기 마련이다.

“그런 걸 비난하는 건 사고가 나기 전 상태로 돌려준다는 보험의 실손 보상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소비자로서는 뷔페식당에 왔는데 정량만 먹으라는 것과 같다.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자기 몸을 위해, 또 자신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원하는 충분한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치료를 조금 덜 받았으면 좋겠지만 그건 보험사의 바람이고, 논쟁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한국 소비자들이 미국 소비자들에 비해 보험 사기를 용인하는 정도가 높다는 논문이 있다. 우리가 상대적으로 보험 사기에 관대하다는 건가.

“국가 간 연구가 적어서 비교하기 어렵지만 보험 사기는 사회적 신뢰 수준에 영향을 받는다. 보험 사기는 한국인이 정직한가 정직하지 않은가의 문제라기보다 우리 보험 제도가 실손보험처럼 다른 나라보다 작은 보험 사기를 하기에 다소 손쉽게 만들어진 부분이 있다.”

-외국의 사정은 어떤가.

“미국의 경우 보험 사기 규모가 연간 800억 달러(100조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FBI의 주요한 수사 대상 중 하나다. 자본주의와 보험이 발달한 선진국일수록 보험 사기가 많다. 미국과 영국이 대표적이고 한국도 우려할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한국 보험시장이 250조원 규모로 세계 7위 정도인 만큼 보험 사기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이은해 사건처럼 큰 사건이 터지면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지만 보험 사기를 줄이는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는 피의자를 손가락질하고, 공권력은 형식적인 제도를 만들고, 보험회사는 보험 사기 예방보다 판매가 우선이라 늘 제자리를 맴돈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보험 사기 근절을 위해 어떤 보완책이 필요할까. 범정부 공조가 필요할 듯한데.

“일선에서 보험 사기를 조사하는 이들은 보험사의 SIU(special investigation unit·보험사기특별조사반)로 대부분 전직 경찰 출신이다. 조사 과정에서 병원 기록 같은 자료에 접근하거나 관련자를 소환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경찰에 전담수사본부를 두거나 적어도 금감원의 특별사법경찰관 제도를 도입해 수사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보험회사 스스로의 문단속도 필수다. 1세대 실손보험처럼 보험 사기에 취약한 상품을 판매한 것은 보험회사가 떠안아야 할 자업자득인 측면이 분명히 있다. 보험 사기를 줄여나가려면 먼저 상품과 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보험 사기에 대한 법정 형량이 낮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회계 조작이나 보험 사기 같은 화이트칼라 범죄의 양형 기준이 낮다. 양형 기준을 강화할 필요는 있지만 보험 범죄를 한 번에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예전 감독당국에 있던 분들이 단칼에 보험 범죄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는데 애매한 소비자까지 처벌할 위험이 있다.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자동차보험 비상 급유를 1년에 100번씩 받는 사람들 때문에 횟수 제한을 만든 것처럼 보험 보장의 범위를 차등화하고 그에 따라 보험료를 세분화하는 제도적인 방법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

“보험 연구를 하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도덕적 신뢰 수준이 경제 사회 제도를 튼튼하게 만든다는 믿음이 커졌다. 부모 찬스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부끄러운 것이고 범죄에 준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처럼 보험 사기 역시 범죄이고 반사회적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게 됐으면 한다. 특히 어떤 정부든 앞으로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같은 사회보험을 확대하게 될 텐데, 국민들이 계속 보험 사기를 용인하게 되면 복지 제도가 무너지게 되고 사회 구성원들의 연대와 신뢰가 무너지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다행인 것은 보험 사기로 적발되는 인원이 어느 정도 정체되고 있고 지난해에는 숫자가 줄었다. 이제 보험 사기가 정점에 온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변화의 시점이 올해였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보험 사기의 역사는 유구하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보험 사기는 보험제도가 존재하는 한 피할 수 없는 문제”라며 “보험 사기는 현재진행형이며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 최초의 보험 사기 사건은 기원전 300년 그리스에서 일어났다. 상인 헤게스트라토스가 선박 보험금을 타내려고 배를 침몰시키려 했으나 함께 수장될 뻔한 선원들에게 계획이 발각되자 바다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었다.

최초의 보험 살인은 1762년 영국에서 근대적 생명보험회사의 효시인 에퀴터블생명이 설립된 바로 그해에 벌어졌다. 이네스라는 남성이 양녀를 보험에 가입시킨 후 독살하고 양녀의 유서를 위조해 보험금을 타내려다 적발됐다. 이네스는 사형에 처해졌다.

한국 최초의 보험 살인으로 기록된 것은 1975년 박분례 사건이다. 박씨는 언니와 형부, 조카를 방화로 살해하고 시동생마저 독살한 뒤 147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가 체포됐다. 1983년 사형이 집행됐다.


권혜숙 인터뷰 전문기자 hskwo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