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질주 ‘만취 벤츠’… 항소심서 절반으로 감형, 왜?

윤창호법 위헌 결정에 따라 공소장 변경
1심 징역 7년→2심 3년 6개월 대폭 감형

음주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낸 운전자 권모(31)씨가 지난해 5월 25일 오전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벽에 만취한 상태로 벤츠 차량을 몰다 도로에서 작업하던 60대 노동자를 치어 숨지게 한 3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절반으로 감형을 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3부(재판장 허일승)는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권모(31)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권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권씨 측은 1심 판결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항소했다.

재판부는 “여러 차례 솔직한 감정을 담아 반성문을 제출했으며 유족들에게 사죄의 마음을 표현해 합의에 이르렀다”며 “(위헌 결정에 따라) 공소장 변경이 이루어져 처벌 범위가 달라진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 권씨 1심 재판이 끝난 후 ‘두 차례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될 경우 예외 없이 가중처벌’토록 하는 이른바 ‘윤창호법’(구 도로교통법 148조의2 제1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재범 음주운전의 처벌을 강화하고자 한 법조항의 취지 자체는 문제없다고 판단하면서도, 재범에 대한 시간적 기준 없이 획일적으로 가중처벌하는 건 책임주의에 반한다고 봤다.

음주운전 죄질과 유형을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도 위헌의 근거가 됐다. 권씨 1심 판결에서는 ‘윤창호법’이 법이 적용됐으나 위헌 결정에 따라 공소장 변경이 이뤄지며 2심에서 대폭 감형된 것이다.

권씨는 지난해 5월 24일 오전 2시쯤 서울 성동구 뚝섬역 인근 도로에서 지하철 방음벽을 철거 중이던 일용직 노동자 A씨(60)를 자신의 벤츠 승용차로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당시 권씨는 차량을 시속 148㎞로 몰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188%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그는 2020년 8월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 400만원의 약식 명령을 선고받았었다.

사건 이후 권씨는 온라인상에서 ‘만취 벤츠녀’로 불리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다만 그의 변호인은 지난 3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권씨의 불우한 성장 과정과 나쁜 경제 사정을 참작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었다.

온라인상에서 ‘벤츠녀’라고 불리며 부유층일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생계를 걱정하면서 취업 전선을 두드리는 청년”이라며 “원래 오래된 중고 승용차 국산차를 타고 다녔으나 종종 무시당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중고 외제차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제차는 감가상각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당분간만 타다가 다시 매도해 시세차익을 얻어 생활비를 마련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권씨는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을 생각하면 저도 저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데 유가족 마음은 오죽할까 싶다”며 “저에게 주어진 형만 살면 죄가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고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겠다”고 사과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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